상영작 발표회서 나온 ‘정체성 실종’ 우려…조직위 “대중성은 전략적 도구” 일축 10분의 1수준 상금에 ‘로컬 없는 로컬’ …지역영화인 “차라리 부산행” 비판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가 개막을 보름 앞두고 ‘전주다움’이라는 색을 잃고 있다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됐다.
민성욱‧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 체제가 대중성 확장을 명분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독립영화의 정신과 지역 영화 생태계가 고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러한 우려는 지난달 31일 열린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에서 가시화됐다. 당시 현장에서는 영화제가 오랜 기간 독립 예술영화의 보루로서 지지를 받아왔으나 최근 몇 년간 대중성 강화에 치중하며 기존의 색깔을 잃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영화제 조직위는 “올해 선정된 주요 작품이 외형적으로 화제성을 띠고 있으나, 이면에는 영화제가 추구해온 독립적 가치가 자리잡고 있다”고 일축했다.
조직위는 구체적인 예로 개막작 <나의 사적인 예술가>를 들었다. 윌렘 대포와 그레타 리라는 화려한 출연진을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 독립영화계의 실험적 정신이 살아있는 작품이며 배우들 역시 낮은 개런티로 참여해 독립영화의 가치에 공감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저예산으로 제작된 실험영화들을 조명하는‘가능한 영화’ 섹션을 신설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중성은 어디까지나 독립영화라는 본질에 알리기 위한 전략일 뿐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지역 영화인들의 시선은 냉담하다. 영화제가 내세우는 대중성이라는 전략이 지역 창작자들에게는 소외와 배제의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북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영화인은 “전주국제영화제가 독립이라는 고유의 모토를 잃고 외연 확장에만 매몰된 것이 사실”이라며 “지역 영화섹션은 영화제의 명분 유지를 위한 구색 맞추기용 쇼케이스로 전락했다. 차라리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하는 게 낫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영화인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구체적인 보상체계 불균형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14일 영화제 조직위에 따르면 지역영화 지원 관련 사업은 크게 △지역 공모 △전주랩 △골목상영 △지역영화 쇼케이스 등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전북과 전주 영화인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공모 섹션 ‘J비전상’ 등의 상금은 1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타 부문의 수상상금이 1000만원 단위인 것과 대조적이다. 전주시 예산을 기반으로 하는 영화제가 공적인 책무를 다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영화제 조직위는 지역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품이 한국경쟁부문에 진출할 경우 더 큰 시상의 기회가 주어지며 ‘전주랩’ 등을 통해 제작지원금과 멘토링을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상금 격차와 실제 전주에서 활동하는 영화인의 비중이 줄어드는 현실로 인해 ‘로컬 없는 로컬 섹션’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역 영화인의 소외와 독립정신의 공동화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영화제가 주장하는 대중성이라는 외피가 독립영화와 지역 창작자라는 뿌리를 보호하는 방패가 되지 못한다면, 이름만 전주국제영화제일 뿐 여타 지자체 축제들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도킹텍프로젝트 협동조합 김형준 이사장은 “전주라는 도시에 남을 예술적 자신이 무엇인지 모두가 한 번쯤 고민해 볼 때”라며 “영화제가 대중이라는 유인책보다 지역과 독립이라는 본질에 대해 실질적이고 논리적인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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