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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의 서예·한문 이야기] ⑥추사 김정희의 글씨(3)

추사가 대원군 이하응(석파는 대원군의 호)에게 써 준 글씨. (desk@jjan.kr)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추사 김정희의 글씨(3)

 

好古有時搜斷碣, 硏經婁日罷吟詩. -書爲 石坡先生疋鑒 三硯老人

 

호고유시수단갈, 연경루일파음시. -서위 석파선생정감 삼현노인

 

옛 것을 좋아하여 때로는 쪼개진 빗돌 조각을 찾아 나서기도 하고,

 

경서 연구에 몰두할 때는 여러 날 시 읊기를 쉬기도 한다오.

 

 

好:좋아할 호/ 搜:찾을 수/ 斷:끊을 단, 쪼갤 단/ 碣:빗돌 갈(게)/ 硏:갈 연, 연마할 연/ 經:날(↔씨) 경, 경전 경/ 婁:여러 누(루: '累'와 같은 뜻으로 씀)/ 罷:그만 둘 파/ 吟:읊을 음/ 詩: 글 시(poem)/ 書:글씨쓸 서/ 爲:위할 위/ 坡:언덕 파/ 疋:필 필(=匹: 말을 세는 단 위 한 필)/ 鑒::거울 감, 감상할 감(=鑑)/ 硯:벼루 연

 

이 작품은 "석파선생의 바로잡음과 감상을 위하여 쓰다. 삼연노인(書爲 石坡先生疋鑒 三硯老人)"이라는 관기(款記)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추사가 대원군 이하응(석파는 대원군의 호)에게 써 준 글씨이다. '三硯老人'은 추사가 만년에 사용한 호이다. 추사는 생전에 호를 많이 사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989년 3월 16일자 조선일보는 당시 부산 지역에 거주한 서예가 오제봉의 조사를 토대로 추사는 503개의 호를 사용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사실일까? 오제봉의 조사가 다소 느슨 점이 없지 않으나 추사는 실지로 약 200여개의 호를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三硯老人'도 그 중의 하나이다. '三硯'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추사가 특별히 아낀 벼루가 3개 있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여러 개의 벼루를 닳도록 사용했다는 뜻을(한자문화권에서는 숫자 三을 3이라는 의미 외에도 '많다'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취한 것인지 아니면 그 밖의 다른 의미가 있는지. '石坡先生疋鑒'의 '疋鑒'은 '正鑑'과 같으므로 '疋'은 '필'로 읽지 않고 '정'으로 읽어야 한다. '正'의 옛 글자 형태에 '疋'이라고 쓴 것이 있기 때문에 관용적으로 '正'을 '疋'로 쓴 것이다. '鑒'과 '鑑'은 완전히 같은 글자다. 한자는 이처럼 상하좌우로 글자의 위치를 바꾸어 쓰기도 한다. '碣'은 '갈'이라고 읽지만 '선 돌(입석)'임을 강조할 때는 '게'라고 읽기도 한다.

 

추사는 추사체를 창조한 위대한 서예가이기도 하지만 돌이나 쇠에 새기거나 주조해 넣은 글을 판독하고 연구하는 학문인 금석학(金石學)에도 매우 밝았으며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에 입각하여 경전의 본의를 깊이 따져 새기고 그 의미를 연구하는 이른 바 '경학(經學)'에도 뛰어난 학자였다. 진흥왕 순수비를 발견하고 고증한 것은 추사 금석학의 큰 업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주역우의고(周易虞義考)〉,〈상서금고문변(尙書今古文辨〉등 경전에 관한 여러 편의 논문은 추사 경학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금석학과 경학은 추사 학문의 양대 축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好古有時搜斷碣, 硏經婁日罷吟詩."는 추사 자신의 학문 생활에 대한 토로라고 할 수 있다. 옛 것을 좋아한 나머지 때로는 고증에 필요한 빗돌 조각 하나를 찾기 위해 먼 길을 가기도 하고, 경서 연구에 몰두할 때면 당시 선비들의 일상생활이다시피 했던 시를 읊조리는 일마저도 제쳐둔 추사의 학문하는 태도가 존경스럽다. 이런 집념과 집중이 없이 어떻게 학문을 할 수 있겠는가? 추사는 이런 학문하는 자세를 담은 글은 그를 좇아 서예 공부를 하던 대원군 이하응을 위해 써준 것이다. 추사는 대원군 외에 다른 사람에게도 이 글을 써 주었다. 다음 주에는 추사가 쓴 또 하나의 "好古·硏經" 대련작품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오늘의 글을 스크랩 해 두었다가 다음 주의 글과 비교해 본다면 더욱 흥미로울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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