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인월 장날

3, 8일에 서는 인월 오일장. 도회의 여느 시장처럼 현대화(?)되었더군요. 명절 끝이라 한산했습니다. 점심은 뭘 먹어볼까? 두리번거리는데 보리밥집이 여럿, 눈에 띄었습니다. 쌀이 귀했을 지리산 자락, 장 보러 오는 어르신들 다 보리밥에 물렸을 텐데 말입니다. 좌판을 둘러봤습니다. 더덕 도라지 취나물 고사리 같은 산나물 등속만 있을 줄 알았는데 웬걸요. 좀약에 이태리타올 빨래집게 골무 참빗…. 꼭 휙휙 달아나는 세상에 손사래를 치는 것 같았습니다.

막내 고모 아직 처녀 적, 수틀 앞에 오색실 던져주시던 거나한 할아버지가 스쳤습니다. 낭자머리에 곱게 동백기름 바르신 할머니도 보였고요. 어느 늦가을 장날이었던가요? 아버지도 어머니 손에 구루무 한 통 가만 들려주셨지요. 눈썹연필, 입술연지, 색조화장품…, 농사일 꺼끔헐 때 곱게 분 바르고 좋은 데 구경 가시라 좌판에 화장품도 그득하네요. 나이 들어가는 누이에게 매니큐어 하나 사다 줄까 생각 다가, 혹시 봉숭아꽃은 없나 두리번거렸습니다. 화개장터처럼 있어야 할 것은 다 있고 없을 건 없는 남원 인월 장날.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특검, 윤석열에 체포방해 등 총 징역 10년 구형…"법질서 훼손"

정치일반'학폭 전력' 전북대 수시 지원자 18명 전원 불합격

법원·검찰기표 잘못했다며 투표 용지 찢은 60대 ‘선고 유예’

날씨전북,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무주 덕유산 -13.8도

정치일반하루에만 ‘문자 15통’…지방선거 여론조사 ‘문자 폭탄’에 괴로운 시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