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거장의 이름 대신 ‘미학적 실체’를 보다…군산에서 베일 벗는 유럽 명화전

전북은행미술관, ‘당신이 보지 못한 유럽 명화전’ 21일 개막 
피카소·샤갈부터 뷔페·블라맹크까지…'에콜 드 파리' 거장 12인 원화 22점 전시
이흥재 관장 “유명작가 중심의 미술 편식 깨고 관람객들의 시야 넓힐 것”

군산 나운동에 위치한 전북은행미술관에서 21일부터 8월 23일까지 기획전 ‘당신이 보지 못한 유럽 명화전’을 개최한다. /박은 기자

예술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그 자체다. 20세기 초 고전적 재현의 오랜 관성을 깨부수고 보는 방식의 근본적인 혁신을 일궈냈던 파리 거장들의 시선이 한국 근대사의 궤적을 품은 군산에 자리했다.

 

군산 JB문화공간에 자리한 전북은행미술관에서 기획전 ‘당신이 보지 못한 유럽 명화전’을 21일 개막한다. 파블로 피카소, 조르주 브라크, 마르크 샤갈,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등 거장 12명의 진품 원작 22점을 모은 이번 전시는 이름값 소비에 치중해오던 기존 전시들과는 궤를 달리하며 서구 모더니즘의 혁신을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 근대미술의 정신을 추적했던 전북은행미술관 개관전에 이은 두 번째 전시로 일제강점기 시대에 해당하는 1920~30년대, 제1·2차 세계대전 전후의 참담한 시대상 속에서 탄생한 유럽 모더니즘의 원천을 대면함으로써 역설적으로 한국 근대 작가들이 갈구했던 조형적 혁신의 실체를 규명한다.

전북은행미술관에서 21일부터 열리는 ‘당신이 보지 못한 유럽명화전’에서 공개되는 앙드레 마송의 ‘꽃덤불 속 목욕하는 여인’을 관람하고 있다. /박은 기자

전시의 핵심은 20세기 초 파리 몽파르나스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이방인 화가들의 공동체인 ‘에콜 드 파리(Ecole de Paris·파리파)’다. 19일 전북은행미술관에서 만난 이흥재 관장은 “피카소, 샤갈, 미로, 달리, 후지타 등은 모두 프랑스인이 아닌 외국계 화가들”이라며 “세계대전의 피폐함 속에서 인간 내면의 심상과 초현실주의, 큐비즘(입체주의) 등 현대미술의 다양한 사조를 혼재하고 발전시켰던 주역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원작 14점이 배치된 프라이빗 갤러리와 판화 8점이 배치된 오픈 갤러리 두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베르나르 뷔페의 1950년 작품 <빵(Le Pain)>을 비롯해 앙드레 마송의 <꽃덤불 속 목욕하는 여인>, 조르주 루오 <인물이 있는 풍경> 등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거장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빈센트 반 고흐 화법에 영향을 받은 야수파 모리스 드 블라맹크의 <풍경>은 거친 붓 터치와 어두운 색채로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의 황폐한 현실을 투영하고 있다.

전북은행미술관에서 열리는 ‘당신이 보지 못한 유럽명화전’에서 공개되는 마르크 샤갈의 작품 ‘마을’에 대해 이흥재 관장이 설명하고 있다. /박은 기자

전시의 주요 작품인 마르크 샤갈의 <마을>은 종이 위에 불투명 수채 물감인 과슈를 사용한 원작이다. 유대인 거주지인 고향 러시아 비테프스크의 풍경을 배경으로 유대교 교리에 기반한 ‘공중에 뜬 인간과 동물’이라는 도상학적 특징을 푸른색 계열로 구현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여성 화가 마리 로랑생의 작품 <꽃과 소녀>는 파스텔톤 배색과 초점이 생략된 검은 눈동자 표현으로 작가 개인적 서사를 시각화했다.

또한 1950년대 미국 추상표현주의에 영향을 미친 앙드레 마송의 <꽃덤불 속 목욕하는 여인>과 대상을 다양한 시점으로 해체한 파블로 피카소 <앉아 있는 나부>, 조르주 브라크의 <정물>은 입체주의의 구조적 특징을 보여준다. 단순한 선과 강렬한 원색 기호가 특징인 호안 미로의 판화 작품 <별자리>는 사진술 발명 이후 현대 화가들이 재현의 의무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조형언어를 구축한 미술사적 전환기를 증명한다.

이 관장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서양 미술 전시나 관련 서적들은 익숙한 화가들 중심의 ‘시각적 편식’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라며 “기존에 잘 알려진 거장들뿐만 아니라 그들 못지않게 새로운 미학적 지평을 열었음에도 상대적으로 덜 조명되었던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선보임으로써 관람객들이 한층 더 넓고 다양한 예술적 시각을 경험하고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개인 관람객은 미술관 내 오픈갤러리 카페에서 현장 신청을 통해 전문 도슨트 해설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전시는 오는 8월 23일까지 이어진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경제국민 10명 중 9명 “전쟁으로 물가 상승 체감”···소비 감소로도 연결

전주'스포츠 불모지' 전주 야구바람 부나...퓨처스리그 유치 촉각

전시·공연“대상은 시작일 뿐, 10월 서울서 더 강한 에너지 보여줄 것”

교육일반[전북체육 현안 공약 점검] 올림픽부터 예산 독립...李·金 ‘시각차’ 뚜렷

금융·증권[속보] 정보보안 책임자 '교체' 반복···국민연금공단 ‘보안문화’ 만들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