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감각한 사회에서 흐릿해진 마음 위로하는 60여편 시 난해한 은유 대신 직설적 문장으로 던지는 철학적 통찰
올해로 등단 58년이 된 오세영 시인이 신작 시집 <세상이 어두워지고 있다>(서정시학)를 출간했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하며 문예를 학문의 대상으로 탐구하며 오랜 시간 독자적인 시 세계를 다져온 시인의 사유가 한층 깊어졌다.
시학의 이론과 개념을 토대로 인문학적 성찰을 시 속에 녹여내는 시인은 삶과 죽음, 자연과 인간 사이를 가로지르는 세계관의 깊은 통찰과 사유를 진솔한 언어로 펼쳐 보인다. 60여 편의 시가 실린 이번 시집은 툭 터놓듯 담백한 문장으로 이어지며 편편이 담긴 사유의 무게는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인연과 인연이 실처럼 얽히고설켜/윤회하는 중생이라고들 하더라만/(…중략…)/그럳하. 언어란/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일말의/전류// 내 노년 들어 청력이 약해지니/ 주위에서 자꾸/귀가 어둡다고 구박들을 하더라만/(…중략…)/ 난들 어찌할 수 있으랴”(‘어둡다는 것’ 부분)
시인은 시집에서 인간의 오만함을 꼬집고 “난들 어찌할 수 있으랴”라고 자조적인 진술을 하지만 덤덤하게 말한다. 그는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면서 매일 세상을 마주하게 되니 산다는 게 좋은 일이라고 감각한다. 일상 속 소박한 만족감이 돋보이는 시편들은 ‘산다는 것’ 자체로 이미 충만하다는 통찰을 담고 있다. 무감각한 사회에서 자신의 마음이 어떠한 모양을 하고 있는지조차 흐릿해지는 때에 시인의 정갈한 언어는 고요한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시집에는 간혹 “인간은 평등한 것일까”('인간론 15')와 같은 관념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들도 담겨 있다. 인문학적인 시선을 통해 시인은 독자들에게 사회 부조리를 이야기한다. 추상적인 글감임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난해한 은유 대신 직설적이고 일상적인 문장으로 독자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그렇게 자아를 성찰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겸허하게 그려내 큰 울림을 전한다.
오 시인은 시집 발문에서 “이 생은 과학적 진실이 아닌 바로 사랑과 같은 모순의 진실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것을 시라고 부른다”고 밝혔다.
1942년 전남 영광에서 출생한 시인은 광주와 전주 등지에서 성장했다. 서울대학교 문리과학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다. 시집 <시간의 뗏목> <봄은 전쟁처럼> <등불 앞에서 내 마음 아득하여라> 등을 펴냈으며 목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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