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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탤런트 김성환 - ⑨

⑨ 밤무대 황제의 삶 시작

지난 1월 한국방송연기자협회 제19대 이사장에 취임한 필자. (desk@jjan.kr)

나는 시작부터 최고 대우였다. 내 공연을 본 손님들이 요절복통 박장대소하며 좋아하자 박 사장은 당장에 월 160만원 조건의 계약서에 사인했다. 내가 당초 요구했던 200만원에는 못미치지만, 그 대신 6개월치를 한꺼번에 지불했다. 밤무대 황제의 시작이었다.

 

밤무대를 뛰면서 나는 여러가지로 주변 사람들의 덕도 많이 입었다. 서울 천호동에 소재한 '천궁'이라는 캬바레는 15년동안 고정 출연했다. 나는 그 곳을 출연하는 15년 동안 매일 '홍도야 울지마라'를 불렀다. 업주인 이근행 사장이 "'홍도야 울지마라'는 김성환씨가 부르는 게 최고야"라며 고집을 부렸기 때문이다.

 

또 장안평에 '참피온'이라는 나이트클럽 구대옥 사장도 나를 무척 좋아했다. 그 곳도 매일 출연하다시피 무려 14년동안 고정 출연했다.

 

스탠드바가 한창 유행이던 93·94·95년 무렵에 나는 하룻밤에 17개 업소에 출연하였다. 전무후무할 일이다. 저녁 6시30분부터 새벽 1시10분까지는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빴다. 계약도 특수하게 했다. 어느 업소든 내가 도착하면, 앞서 공연하는 사람은 무대를 비워줘야 했다. 그런 식으로 영등포에서만 걸어다니며 7개 업소 공연을 했다. 나이트클럽 업주들은 보통 옆 업소에서 출연한 연예인은 쓰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예외였다. 내가 출연해야 손님들이 좋아하고, 장사가 잘 됐기 때문이다.

 

이 모두가 고향 전라도 덕이었다. 공교롭게 영등포 일대에는 전라도 출신 업주가 많았고, 종업원들도 전라도 사람이 대부분 이었다. 또 내가 전라도 말을 구수하게 풀어놓으니까 손님도 전라도 사람이 많았다. 영등포 일대 웬만한 규모의 업주들은 나를 안 쓸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또 큰 호텔 무대에서 열리는 칠순·팔순 잔치에도 내가 나서지 않으면 잔치를 못할 정도였다. 주말과 휴일이면 스케줄이 꽉 찼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전라도 사투리를 비롯한 팔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구사하는 내 특유의 입담과 개그, 노래가 지난 80년대, 90년대 국민들 정서에 맞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무슨 일이나 잘 되려면 '3위 일체'가 돼야 한다, 하지만 밤무대에서는 5위 일체, 6위 일체를 만들어야 생존할 수 있었다. 상대방이 나를 쓰지 않으면 안되도록 내 조건을 갖추고, 또 주변에 정성을 들여야 했다.

 

첫째, 무대에서 잘하는 것은 기본이고, 둘째로 손님이 나를 좋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장기 출연할 수 있다. 셋째, 종업원들이 나를 좋아해야 한다. 종업원들은 매일 무대공연에 대한 손님 반응을 점검하는데, 종업원들이 "저 사람 별로예요"하면 무대에 오를 수 없는 것 아닌가. 나에게 긍정적인 '종업원 여론'은 꼭 필요한 것이다. 넷째, 노력해야 한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준비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다섯째, 건강해야 한다. 그리고,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는데, 그 회사 사장님이 나를 좋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장님이 나를 싫어하면 , 1∼5까지의 조건들을 잘 갖춰도 사상누각인 것이다.

 

나는 엠파이어에 출연하면서 박 회장이 나를 좋아하도록 최선을 다했다. 고향이 전라도 함평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 곳 사투리를 배웠다. 그런 공을 들인 덕분에 박회장은 내 공연만은 꼭 보았다.

 

밤무대 공연을 시작하면서 나의 모든 생활이 달라졌다. 아침에 일찍 나오지만 귀가하는 시간은 밤 1∼2시였다. 엄청나게 바쁜 세월이었다. 그런 생활이 무려 20년 동안 계속됐다.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술도 오랫동안 끊었다. 지금은 담배를 끊고, 술을 마시지만, 당시는 일을 위해 술을 마실 수가 없었다.

 

나는 82년 이후 기복없이 성장해 왔다. 그 때문에 MC, 탤런트 등 라디오와 TV 방송일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밤무대에서 검증된 구수한 사투리 입담은 나만의 매력이요, 확실한 경쟁력이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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