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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76주년 특집] “희생의 호수에서 머무는 호수로”… 진안 용담호의 새로운 변화

규제와 상실의 상징 넘어 체류형 관광·생활인구 기반으로 전환 모색

용담호에 인접한 한 마을. /진안군 제공

진안 용담호는 전북과 충남 일부 지역 약 150만 명의 생활용수를 책임지는 핵심 수자원이다. 그러나 진안군에 용담호는 오랫동안 또 다른 의미로 기억돼 왔다.

용담댐 건설로 2864세대, 1만 2616명이 삶의 터전을 떠났다. 당시 진안군 전체 인구의 27%에 달하는 규모였다. 이주 과정에서 마을은 지도에서 사라졌고, 공동체도 흩어졌다.

이후 수질 보전을 위한 각종 규제가 이어졌다. 깨끗한 물 공급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지역 입장에서는 개발과 활용에 제약으로 작용해 온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용담호는 오랫동안 희생과 규제의 상징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과거의 상실을 넘어 지역 회복의 기반으로서 용담호의 역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26년 3월, 진안군이 운용하는 ‘용담호 광역상수원 지킴이들’이 관련 교육을 받는 장면. /진안군 제공

△23년 만에 열린 변화의 물길

용담호는 지난 2002년 수변구역 지정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 4월, 지정된 일부(약 1.25㎢)가 수변구역 해제됐다. 지정 후 23년 만이다. 해제된 면적 자체는 크지 않지만 상징성은 작지 않다. 2022년부터 3년 넘게 금강유역환경청과 환경부를 찾아 설득해 온 노력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규제 완화에 그치지 않는다. 오랜 시간 감내해 온 지역의 희생에 대해 이제는 ‘수질 보전과 지역 발전이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찾겠다는 신호탄에 가깝다.

물론 이번 변화가 곧바로 대규모 개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진안군은 수질 보전이라는 기본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지역 자원과 특성을 활용한 새로운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단기적인 개발보다 체류 기반 확대와 생활인구 증가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아름다운 용담호의 모습, 상전면 대구평마을. /진안군 제공

△ 머무는 관광 위한 공간의 변화

진안군은 용담호 주변 자원과 연계한 다양한 활용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댐 주변지역 로컬브랜딩 마스터플랜’ 역시 단순 관광시설 조성보다 지역 특성을 살린 체류형 콘텐츠 발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단순한 관광 개발이 아니다. 물과 생태, 한방과 치유, 지역 상권과 청년 콘텐츠를 결합해 체류형 경제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대표 사업으로는 ‘용담호 탐방객 쉼터(수천휴게소)’ 조성이 꼽힌다. 용담면 수천리 일원에 조성 중인 이 공간은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또 방송 프로그램과 연계한 운영을 통해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이고, 옥거·삼락·용평·와룡 등 호숫가 소규모 휴게소와 연계해 지역 소비 동선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단순한 휴게소 하나가 아니라 주변 상권 전체를 살리는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오는 8월에는 ‘트레저헌터 in 진안’ 프로젝트도 추진된다. 총상금 1억원을 걸고 마이산과 용담호 일원에서 ‘용의 여의주’를 찾는 전국 단위 참여형 이벤트다.

QR코드 기반 미션과 걷기 챌린지를 결합해 방문객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자연스럽게 지역 상권 이용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단발성 축제에 그치지 않고 용담호를 하나의 ‘스토리 브랜드’로 만들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생활인구 늘릴 체류형 전략 구상

주천면 주양리에는 워케이션 공간 조성도 계획돼 있다. 친환경 에너지 개념을 접목한 체류형 모델로, 자연 속에서 일과 휴식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과거 관광이 ‘보고 가는 소비’였다면, 현재 진안군이 지향하는 방향은 ‘머물며 관계를 맺는 소비’에 가깝다.

워케이션과 치유 프로그램, 한방 자원 연계 콘텐츠 역시 향후 지역 여건과 수요에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될 가능성이 크다. 진안군의 자연환경과 치유 자원이 결합될 경우 단순 방문객을 넘어 생활인구 확대 효과도 기대된다.

용담호와 주변 자연환경을 활용한 체류형 관광 기반 확충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대표 사업은 ‘생태힐링 에코캠핑 삼천리길 조성사업’이다.

기존 천리길과 진안고원길, 임도를 활용해 탐방로를 정비하고 거점마을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연장 89.2㎞ 규모의 탐방로는 용담면과 주천면, 부귀면, 정천면, 진안읍, 마령면, 성수면 등을 연결하며 용담호와 마이산, 운일암반일암 등 주요 관광자원과 연계된다.

탐방로 정비사업은 오는 6월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안내시설과 쉼터 조성을 통해 탐방객 편의성을 높일 예정이다. 아울러 5개 마을에 거점마을을 조성하는 사업도 내년 말 준공을 목표로 추진된다.

진안군은 걷기와 휴식, 체험과 지역 소비가 연결되는 체류형 관광 구조를 구축해 탐방객이 단순 방문객이 아닌 생활인구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파란색이 용담호 수변구역. /진안군 제공

△균형 있는 활용 위한 남은 과제

물론 모든 계획이 곧바로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친환경 경관단지 조성을 목표로 한 ‘용담호 에코가든’, 생태 체험 중심의 ‘에코토피아’ 사업 등은 아직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다. 재원 확보와 민간 참여, 수질 보전과 개발의 균형이라는 과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방향의 변화다. 더 이상 용담호를 ‘규제의 공간’이나 ‘상실의 기억’으로만 남겨두지 않겠다는 점이다. 특히 식수원이라는 공공적 역할을 고려할 때, 지역 활성화와 수질 관리라는 두 과제를 어떻게 조화롭게 풀어갈지가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희생 넘어 상생으로 가는 용담호

오는 7월 열릴 예정인 ‘제2회 진안 용담댐 수몰민 만남의 날’(가칭)은 수몰의 아픈 기억을 되새기는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오랜 시간 진안 용담호는 희생과 규제의 틀 안에서도 150만 명에게 생명수를 공급하는 본연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왔다.

그러나 이제 진안군은 용담호를 단순한 상수원이 아니라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자원으로 바라보고 있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과제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담아낼 공간으로도 주목하고 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느리다 하더라도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방향이다. 이제 진안 용담호는 사람과 지역을 다시 연결하는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람을 떠나보냈던 호수가 이제는 사람을 불러들이고 머물게 하는 공간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국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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