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지 않는 이유는 분명했다. 살 것이 없고, 사게 만들지도 못했다.
151만 명이 다녀간 춘향제에서 특산품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친 배경에는 ‘상품’과 ‘소비 설계’의 실패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춘향제 기간(7일) 열린 남원 농특산품축제는 매출이 2억 8000만원에 그쳤다. 농특산품 판매장 및 이벤트 등 59개 부스가 운영됐는데도 말이다.
같은 기간 남원 추어축제도 체험객과 그 가족 등을 포함해 3만 5000여명이 다녀갔다. 그에 비해 매출은 1800만원에 불과했다.
체험의 열기가 구매로 이어지지 못하고 현장에서 소멸된 셈이다. 올해 춘향제에서는 160여 개 공연·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한 유통업 관계자는 “관광객이 부스에서 체험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연관 상품을 살 수 있게 연결해줘야 하는데, 지금은 체험하고 끝”이라며 “사고 싶어도 뭘 사야 할지 모르겠다는 관광객이 많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은 대표 상품의 부재다. 남원의 특산품으로는 목기와 전통 칼, 추어탕, 부각, 전통꿀 등이 꼽힌다. 문제는 상품의 존재가 아니라 시장성이다. 관광객이 ‘이건 사야 한다’고 떠올릴 품목이 뚜렷하지 않다.
민선 8기 들어 시가 원푸드로 육성 중인 백향과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시는 2022년 재배 면적 1.5ha로 시작해 올해까지 15ha로 확장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현재 재배 면적은 3ha. 목표의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의 ‘2025년 지역축제 현황 및 성과분석에 따른 제도개선 방향 제언’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 지역축제 외부 방문객은 2019년 대비 48.7% 늘었지만 방문객 1인당 소비액은 오히려 5.6% 줄었다. 남원에서 이 숫자는 더 무겁게 읽힌다.
문제는 축제장 안에만 있지 않다. 도통동의 한 자영업자는 “축제 기간에는 오히려 매출이 떨어진다”며 “평소 오던 손님들까지 축제장으로 빠지면서 가게가 더 한산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상권과 연계할 수 있는 방법도 구상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축제가 외부 소비를 끌어들이기보다 기존 지역 소비를 빨아들인다는 말이다.
이 같은 흐름은 축제 기획 방식 전반과도 맞닿아 있다. 공연과 체험 중심으로 설계된 프로그램, 방문객 수에 초점을 맞춘 성과 평가 방식이 지역 내 소비보다는 관람에 무게를 두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경험을 소비로 바꾸는 설계, 축제를 지역경제로 확장하는 전략 없이는 ‘사람만 모이는 축제’라는 평가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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