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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중력의 이동

안톤 숄츠 독일 저널리스트

안톤 숄츠 독일 저널리스트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도 넘고 싶지 않은 선이 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기준이라 다른 사람에게 이를 강요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인생에선 최소한의 기준 이를테면 정의감이나 공정성에 대한 감각 정도는 갖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들어 반도체 기업의 작업복이 가장 인기 있는 패션 아이템이 되었다. 한때는 그저 공장에서 입는 작업복 정도로 여겨졌던 옷이 이제는 명품 브랜드의 최고급 오트쿠튀르를 압도하는 상징이 된 것이다. 또한 의과대학을 꿈꾸던 학생들이 반도체와 IT를 가르치는 학과로 몰려가고 있다.

도대체 그 사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우리는 모두 그 답을 알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세상과 단절된 채 살지 않았다면 말이다. 특히 최근 한 대형 노조의 총파업 위협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그들이 요구한 조건과 결국 얻어낸 결과를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내가 들은 숫자가 사실이라면 일부 반도체 기업 종사자들의 연봉은 한국 평균 소득의 10배를 훌쩍 넘는다.

이는 상당히 놀라운 수준이다. 이미 한국의 평균 소득은 일본보다 높은 편인데 일본 경제 규모가 한국의 두 배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게 된다. 현재 한국 경제를 사실상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서 국가 경제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파업을 무기로 삼아 막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도덕적으로 정당한 일일까?

물론 이러한 의구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 입장 역시 이해한다. 하지만 나는 의사들과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을 바라볼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정원 확대 문제를 둘러싼 갈등 속에서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들이었고 그 과정이 마치 사회 전체를 상대로 한 압박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전쟁과 관세 갈등은 세계 경제를 약화시키고 있으며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칼날은 수많은 직업 위에 드리워져 있다. 불평도 하지 않고 병가도 없으며 1년 365일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많은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위기 속에서 한국에는 지금 새로운 ‘귀족 계급’이 탄생한 듯하다. 바로 반도체 엔지니어들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대기업 최고경영자 수준에 가까운 보수를 받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러한 중력의 이동은 앞으로 의사 변호사와 같은 전통적인 선망 직업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리고 더 나아가 한국 사회 전체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또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지금 IT와 반도체 학과로 몰려가는 학생들이 졸업할 즈음에도 과연 지금과 같은 수요가 유지될까? 기술 산업의 호황은 영원하지 않다. 만약 언젠가 반도체 호황이 끝난다면 오늘날 성과급과 이익 배분을 강하게 요구하는 사람들이 그때는 손실도 함께 나누자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조용히 등을 돌린 채 모든 책임을 경영진에게 떠넘길까?

물론 큰 성공이 이루어졌을 때 그 결실을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것은 매우 인간적인 일이다. 그것이 노력의 결과이든 훌륭한 경영의 성과이든 혹은 약간의 행운이 더해진 결과이든 말이다.

다만 나는 한국 사회가 때때로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이 걱정된다. 어제까지는 의대가 최고의 선택지였다가 오늘은 반도체가 되고 또 내일은 다른 분야가 될 수도 있다.

만약 의대를 꿈꾸던 학생들이 갑자기 반도체 학과로 방향을 바꾼다면 처음부터 사람을 살리고 돕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단지 가장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의 일과 직업에 대한 진정한 소명은 사라지고 오직 최대한 많은 돈을 버는 것만이 목표가 된다면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게 될까?

BTS 콘서트가 열린다는 이유만으로 호텔 가격을 열 배로 올리는 숙박업자를 보며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는가. 시장 원리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무언가 불편함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정답은 없다. 다만 생각해볼 문제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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