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종(이리여자고등학교장)
필자의 교직 입문 초기인 30여년 전 어느 날 지금은 고인이 되신 교장선생님이 교직원회의 석상에서 “학생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체벌을 가하지 말라”라고 호통 치던 생각이 난다. 인터넷도 없었고, 학부모들의 의식도 지금 같지 않았었는데도 교장이 그런 심한 말씀을 하신 것을 보면, 아마 그 때도 체벌이 심심치 않게 문제가 되곤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에 패기 넘치는 젊은 교사였던 필자는 오히려 “체벌을 가해서라도 학생을 올바르게 가르쳐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으며, 그 동안 교직생활에서 학생들에게 숱한 체벌을 가했던 아픈 기억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체벌의 구실이야 많았다. 숙제 불이행, 성적 저하, 학칙 위반이나 지각, 학습 태도 불량 등등….
성인이 되어 생각해 보면 선생님에게 체벌을 당한 일이 괴로운 기억인 경우도 많지만, 더러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떠오르기도 하며, 한번의 체벌로 학생의 인생이 긍정적으로 바뀐 사례도 적지 않다. 그렇기에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인 ‘서당도’에서 훈장으로부터 회초리를 맞고 서있는 학동의 모습에서 오히려 아련한 정감 같은 것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우리 고장에서 발생한 체벌 문제를 보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필자는 몇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먼저 우리 교사들은 체벌을 ‘사랑의 매’라고 합리화 시키지 말고 체벌 없이도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교육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육 당국은 교사들이 더 포용적이고 즐겁게 교육에 임할 수 있는 교육조건 구축에 분발해야 할 것이다. 학부모들도 자녀가 좀 더 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너무 자녀 역성만 들지 않는 노력을 해야 알 것이다. 마지막으로 언론 또한 사실 보도를 통해 문제 제기는 하되 여론 몰이식으로 체벌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교사들이 소신을 가지고 교육에 임할 수 있도록 학교 교육에 좀 더 따뜻한 눈길을 보내줄 것을 소망해 본다.
/전희종(이리여자고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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