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피천득선생 별세
한국 수필문학계의 거목이자 영문학자인 금아(琴兒) 피천득(皮千得)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난 25일 오후 11시40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7세.
선생은 1910년 5월 29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춘원 이광수의 집에서도 잠시 살았던 선생은 주요한의 주선으로 상해 후장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거문고 소년’이라는 뜻의 아호 ‘금아’는 이광수가 지어줬다. 해방직후인 1946년부터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1975년부터는 서울대 명예교수로 활동했다.
선생은 일상의 평범한 소재를 서정적이고 섬세하면서도 간결한 문체로 풀어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1932년 잡지 「동광」에 시 '소곡'을, 1933년 수필 '눈보라치는 밤의 추억' 등을 발표하며 시인이자 수필가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선생이 열일곱 되던해 하숙집 딸인 아사코와의 세번의 만남과 이별을 소재로 한 ‘인연’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인연’을 포함한 16편의 수필이 수록된 「피천득수필집」이 일본에서 출간되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소년의 모습을 간직했던 선생은 2002년에는 자신의 발표작 가운데 어린이가 읽기 적당한 시와 수필 등을 엮어 「어린 벗에게」를 내기도 했다.
선생은 “훗날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이 사람, 사랑을 하고 갔구나' 하고 한숨지어 주기를 바라는 게 욕심이라면 욕심”이라고 생전에 말했었다.
장례는 선생의 생일인 29일 치른다. 유족으로는 부인 임진호(89)여사와 세영(재미 사업가) 수영(울산의대 신생아과 교수) 서영(미국 보스턴대 물리학과 교수)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발인 29일 오전 7시. 02)3010-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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