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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칼럼] 철모르는 사람 - 김경일

김경일(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교무)

철부지는 철모르는 사람을 가르킨다. 철부지에서 철은 때를 헤아릴 줄 아는 능력을 말함이고 부지(不知)라는 말은 알지 못한다는 한자와 합하여진 합성어다. 철은 원래 계절의 변화를 가르키는 말로서 동양권에서는 지혜의 뜻으로 쓰인다. 그래서 사리 분별을 하지 못하고 어린아이처럼 구는 사람을 철부지라라고 부른다. 철부지와 관련하여 대종경 전망품에는 재미있는 비유에 대한 스승과 제자의 문답이 나온다.

 

“내가 이 곳 저 곳을 다니던 중에 우스운 일일 많이 보았다. 아침에 어느 마을을 지나오는데 날이 이미 밝아서 만물이 다 기동하여 사방이 시끄러운데 어떤 사람은 날이 밝은 줄을 모르고 깊이 잠을 자고 있더라. 또 어떤 사람은 아직 바람이 차고 얼음이 채 풀리지 않았는데 씨앗을 뿌리고 있더라. 또 한 사람은 추운 겨울에 여름옷을 입고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벌벌 떨고 서 있더라”

 

제자들이 물었다.

 

“어느 때가 되어야 대낮에 잠자고 있는 사람이 잠을 깨어 세상에 나오며, 어름위에 씨앗을 뿌리는 사람과 겨울에 여름 옷을 입고 떨고 있는 사람이 때를 알아 마땅한 일을 하겠습니까”

 

“지금은 날이 밝은 줄을 알지 못하므로 잠을 자고 있으나 밖에서 만물이 기동하는 소리가 요란하면 반드시 잠을 갤 것이요, 깨고 나면 날이 밝은 줄을 알 것이요, 알고 나면 일어나서 제 일을 찾아 하게 될 것이다. 얼음쏙에 씨를 뿌리고 겨울에 여름 옷을 입고 떨고 있는 사람은 때를 모르고 일을 하니 반드시 실패할 것이요, 실패하여 무수한 고통과 곤란을 겪은 뒤에는 스스로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일하는 것을 유심히 살필 것이요, 실피고 나면 마음에 차차 깨침이 생겨나서 차차 철 아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인생에는 때가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때가 참 중요하다. 세상에 태어나 어려서는 부모의 사랑 속에 자라야 하고 청소년기에는 신체발달과 지식함양에 힘써야 한다. 결혼해서는 가정을 책임지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하고 정년을 마치고 퇴임해서는 심신 휴양과 함께 회향(回向)에 힘써야 한다. 시간이란 흐르는 물과 같아서 놓치면 그만이다.

 

세상에도 때가 있다. 우리가 흔히 패러다임이라고 하는 것도 다 이 때의 다른 표현이다. 가령 요즘과 같은 양성평등사회에서 가부장적 사고를 고집하면 철부지와 같다. 남북이 화해 협력 통일로 가는 흐름에 반공을 주장하고 반통일을 주장하면 역시 철부지다. 글로벌 시대에 폐쇄적 민족주의를 주장하는 것도 철부지다. 이런 사람들은 고립을 면치 못한다. 결국 소리없이 도태되고 만다. 이렇게 ‘때’에 대한 사유를 확장하면 철들어서 살기가 결코 쉽지 않다. 정말 나는지금 백주 대낮에 잠자고 있는 것은 아닌가? 겨울에 삼베옷 입고 춥다고 세상 탓하며, 얼음 위에다 씨앗을 뿌리면서 새 싹 돋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철부지는 아닌가?

 

/김경일(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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