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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인생] 순창 옥천요양원 박승순 원장 "노인들과의 시간 가장 행복"

청소년기를 원생들과 함께 보내 자연스럽게 생각과 행동이 요양원에 맞춰졌다는 박승순 원장(사진 왼쪽). (desk@jjan.kr)

"항상 저희 요양원을 위해 후원을 보내주신 많은 독지가들과 기관 및 사회단체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으며 그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길은 최선을 다해 노인분들을 돌보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비영리 사회복지법인 시설인 도실원(옥천요양원)에 20년간 몸담고 있는 박승순(46) 원장은 "할아버지 때부터 운영해온 시설인 만큼 이젠 이 일을 저의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장이 이 시설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87년.

 

당시 그의 나이는 26살의 혈기왕성한 시기였다.

 

3남3녀 중 막내아들로 태어난 박 원장이 시설을 운영하게 된 것은 10대 청소년기를 이곳 애육원에서 보냈기 때문. 박 원장은 "다른 형제들과는 달리 10대 청소년 시기의 대부분을 애육원에서 원생들과 함께 생활했던 것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생각과 행동들이 이 곳의 습관에 맞춰지게 됐다"고 전했다.

 

사회복지법인 시설인 도실원은 1952년 조부이신 고 박삼수 할아버지가 한국전쟁 당시 전쟁고아들을 모아 돌보면서 '순창애육원'을 처음 설립했다.

 

그리고 뒤를 이어 부친인 박석은씨가 46동안 이 애육원을 운영했다.

 

그러다가 이 애육원은 지난 1998년 원생 부족으로 인해 운영 자체가 어려워져 거동불편 환자들과 치매 노인들을 돌보는 노인요양원으로 새롭게 탈 바꿈해 오늘에 이르렀다.

 

순창애육원에서 11년 동안의 총무생활과 9년 간의 옥천요양원 사무장의 실무 경험을 익힌 박 원장은 올 초 지병으로 건강이 악화된 부친의 뒤를 이어 3대에 걸쳐 사회복지법인 시설인 도실원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실무경험이 많은 박원장에게도 요양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다.

 

40대 중반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매일 같이 허리 통증으로 진통제를 먹고 있다는 박원장의 사연은 지난 2004년 뇌졸증으로 쓰러진 한 할머니를 등에 업고 병원 이곳 저곳을 뛰어다닌 것이 원인이 돼 허리 척추 디스크로 인해 2차례의 수술을 받았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도 허리통증으로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올해 7월1일부터 시행된 시설에 대한 보조금이 노인장기요양보험에 의해 생활자의 상태에 따라 수급액이 지원될 뿐 아니라 경기침체로 인해 독지가들의 후원마저 크게 줄어들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고는 요양원 운영이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 상황을 이겨내기 위한 방안으로 박원장은 6000여 ㎡ 의 면적에 손수 밭 농사를 경작해 배추 1000여 포기와 김장에 필요한 각종 양념류들을 생산해 이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들에 대해 박원장은 "단 한번도 자신이 가고 있는 길에 대해 후회를 해본 순간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박원장이 운영하고 있는 옥천요양원에는 노인 34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으며 이들은 하나같이 그를 자신들의 아들 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도 그런 것이 명절 때마다 찾아주는 사람이 없어 실의에 빠져 심지어 몸져 눕기까지 하는 노인들에게 박원장은 정감있는 사투리로 "할매 왜 할매가 왜 아들이 없어 아들은 여기있잖여 내가 할매 아들이 아닌가? 라는 말 한 마디에 금새 그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돈다"고 말했다.

 

요양원을 운영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은 시설에서 생활하던 노인들이 생을 마감하는 순간들이다는 박원장은 "특히 얼마 전에는 9년 동안 함께 생활했던 101세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며 마치 자신의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 처럼 마음이 아팠다"고 당시를 회고 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70여 명의 노인들의 임종을 지켜보며 상주 역할까지 대신 했왔던 박원장은 "시설에서 생활하시는 노인분들이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사시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현실에서 아직까지 저희 요양원을 잊지 않고 후원금을 보내주신 많은 독지가들에게 더욱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며 "이 기회를 통해 그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5년 전부터 타인들에게 절대 이름을 알리지 말라며 해마다 노인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오고 있는 5명의 독지가들에게도 다시 한번 너무나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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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남근 lng6531@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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