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기조 속 수익원 창출할 인물 최우선…40년 역사, 자행출신 배출못해 아쉬움도
전북은행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가 25일 제12대 전북은행장 후보로 전 메리츠증권 부회장을 지낸 김한씨를 선임, 공식 밝힘에 따라 전북은행은 창립 40년이 넘도록 자행출신 행장을 배출하지 못하게 됐다. 또 전북은행 사상 초유의 실적을 올리며 4연임 가능성이 컸던 홍성주 행장도 9년간 쥐었던 은행 지휘봉을 놓게 됐다.
▲ 삼양사 김연수 창업주 손자
차기 전북은행장 후보로 선임된 김한 씨는 다음달 19일 열리는 주총에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그러나 일단 김한 은행장 후보가 대주주인 삼양사와 특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일단은 금융당국의 최종 결론을 지켜봐야 한다.
김한 후보는 삼양사와 관련이 깊다. 즉, 창업주인 김연수 전 회장의 손자이고, 김상협 전 국무총리의 아들이다. 현 삼양사 김윤 회장과는 사촌간이다.
은행법은 해당 은행과 여신거래가 있는 기업, 특수관계에 있는 등 해당 금융기관의 자산운용과 관련해서 특정거래기업의 이익을 대변할 우려가 있는 자는 은행 임원을 맡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부분과 관련,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에서 "특수 관계라도 무조건 안되는 것은 아니다. 경영전문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추천해 오면 검토하겠다"며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이와관련 전북은행 행장추천위윈회 문성환 위원장(휴비스 대표이사)은 이날 김한 후보 선정을 공식 발표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한 후보는 삼양사 경영과 전혀 무관하게 살아왔다. 또 삼양사는 그동안 전북은행이 원해서 은행법 한도 내에서 적정 거래를 해왔지만, 모두 정리했다"며 "은행법상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김한 씨를 은행장 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삼양사는 김한 씨를 은행장으로 내보내기 위해 은행법상 저촉되는 부분은 모두 해소해 온 것으로 보인다.
문 위원장은 "삼양사는 전북은행에 투자해서 그동안 특별히 득을 본 것이 없다. 그동안 전북은행의 요청에 의해서 법 한도에서 거래가 있었지만, 은행법이 바뀐 후 모두 끊었다. 앞으로 거래하지 않겠다고 공문까지 보냈고, 은행을 통해 이익을 취할 일도 없고, 오해받고 싶지도 않다"며 김한 후보와 사이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 크고 강한 은행 지향할 듯
김한 후보는 대신증권 상무이사, 메리츠증권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증권 쪽에서 일한 경력은 있지만, 은행 쪽에서 일한 적이 없다.
이와관련 문성환 행추위원장은 "은행이 꼭 은행업무만 하는 환경이 아니다. 은행, 증권, 보험 등 다양한 업무를 취급하는 등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증권계의 김한 후보가 전북은행장으로 취임할 경우 전북은행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행추위가 이번 은행장 후보를 선임하면서 세운 은행장 요건에서도 엿보인다. 대주주측은 전북은행에 40년 투자했지만 배당 이익을 별로 챙기지 못했다. 이 때문에 차기 은행장은 안정기조 속에서 수익원을 다각화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하고, 또 은행의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마련했다.
전북은행이 자산 7조원을 달성했지만, 저축은행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 지적에서는 향후 은행 몸집 불리기 작업도 예상할 수 있다. 증권계에 몸담았던 만큼 증권업 진출 시도가 있을 것으로도 예상된다. 그동안 전북은행이 작지만 강한 은행을 추구했다면 새 은행장은 '크고 강한 은행'을 지향할 전망이다.
▲ 노조, 행추위 결정 수용
전북은행 노조는 이날 김한 후보 선정과 관련, "행추위가 100년 전북은행을 만들기 위해 참신하고 능력있는 은행장을 선임하고자 충분히 고심했다고 판단하며, 행추위 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또 "신임 은행장이 소신있는 경영정책을 수립해 은행발전을 위해 노력한다면 노조도 적극 동참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40년 역사의 전북은행이 이번에도 자행출신 은행장을 배출하지 못한 점은 매우 안타깝다"며 "후진 양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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