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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교육비리 척결은 안으로부터 - 은종삼

은종삼(전 마령고등학교장)

 

 

"어떻게든 흠집을 잡아내려고 하는 살의적인 감사에 치가 떨립니다." 얼마 전 5천만 원짜리 학교시설 공사를 마친 교장의 푸념 섞인 말을 들었다. 이처럼 일선 학교장은 학교 안팎으로 언제라도 명중될 있는 표적의 대상이다. 이 때문에 많은 교장들은 명예로운 은퇴를 위해 스스로 몸을 사리고 있다. 비단 교장만이 아닐 것이다.

 

근래 전북일보의 '전북교육의 희망 김승환 당선자의 과제'라는 기사에서 교육계의 비리 부패 척결이 화두에 올랐다. 비단 전북만이 아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정부의 교육 비리 이슈화를 필두로 전국 교육감 당선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마땅히 교육자와 공직자는 자성해야 하고 교육감이 챙겨야 할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교육계가 온통 비리와 부패의 온상인 것처럼 매도한 점에 대해서는 전직 교장인 나만의 불만은 아니라고 본다.

 

특정 교원단체의 여론조사를 근거로 장학사의 매관매직을 보편적인 현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참으로 황당하다. 나는 교원인사담당 장학사와 학교장을 역임했지만 결코 동의할 수 없는 편향된 시각이라고 본다. 교원인사는 세밀한 인사규정이 있고 서열부가 공개되어 있다.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동료교원인 경쟁자가 옆에서 빤히 들어다보고 있고 감사기관, 교원단체, 언론, 학부모의 눈 등 감시망이 2중 3겹으로 쳐져있다. 교육전문직 시험이 하늘에서 별 따기다. 돈 봉투나 줄 대기로 될 성질의 일이 아니다. 사업을 맡기면 '리베이트로 몇 퍼센트 줄 수 있느냐'는 교육행정 공무원의 전화도 선뜻 믿기지 않는 대목이다. 수 십대 일의 공무원 채용시험을 거친 우수한 인재가 그렇게 졸렬한 짓을 했을까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해 방과 후 컴퓨터교육 관련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교장 9명이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고 밝혔다. 참으로 부끄러운 사안이다. 마땅히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이로 인해서 대다수 선량한 교장들의 업적마저 얼룩지게 해서는 안 된다. 뭐니 뭐니 해도 교원과 교육행정공무원은 교육을 위해서 제일 노고가 많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5년 안에 전라북도교육청은 대통령상 2회를 비롯하여 자체감사 우수교육청으로 감사원장상을 받은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권위 있는 중앙 언론기관의 교육자 대상을 받은 영예로운 교원도 상당수 있다. 그 동안 전북교육이 쌓아온 위상이 자칫 비리와 부패투성이로 가려져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승환 새 교육감은 취임 후 첫 기자 회견에서 "교육청렴도를 그대로 두고 보기 위해서 학자의 길을 접고 교육감 선거에 투신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취임 후에도 이 상태라면 제 인생자체가 파멸로 간다는 비장한 각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참으로 기대해 볼만 하다. 대단한 결심이다. 그러나 섬뜩하다. 농부가 잡초를 뽑는답시고 행여 농작물을 망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명한 농부라면 모름지기 잡초가 생겨날 수 없도록 평소 늘 부지런히 깨끗한 토양을 만들 일이다.

 

바람직한 변화는 항상 있어야 하고 또한 나무가 자라듯 모르는 사이에 이루어져야 한다. 개혁, 혁신, 척결 같은 과격한 언어가 난무하는 세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산속의 도적은 잡기 쉽지만, 마음속의 도적은 잡기 어렵다는 속담처럼 교육비리 척결의 열쇠는 내 안에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공자는 '거느리는 자가 바르면 부정한 자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子帥以正 孰敢不正)' 음미해 봄직 하다.

 

/은종삼(전 마령고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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