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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롯불

▲ 양복규 명예교육학박사
집을 새로 짓거나 이사를 하여 새집으로 들어갈 때에 안방에 먼저 들여 놓은 것이 솥·요강 그리고 화로다. 여러 가지의 살림 중에서 이 세가지는 가산(家産)의 상징물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중했던 화로가 우리 주변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부터였다. 성냥이 대중화 되고 연탄과 석유등 화석연료가 개발되면서 밀려나기 시작한 화로가 지금은 골동품상가에서나 구경할 정도다.

 

화로는 선사 시대인 5~6000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처음에는 자연의 돌을 화로로 사용하다가 질그릇이 만들어지면서 질그릇화로가 만들어졌고 그 후에는 청동으로 만들어 사용했다.

 

옛날에는 화롯불을 씨앗불이라 하여 며느리가 새로 들어오면 시어머니가 바로 물려준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 견습이 된 다음에 물려준다. 불씨를 전수 받은 며느리는 평생동안 불씨를 꺼지지 않게 보존했다가 다시 그의 며느리에게 전수하는 것을 최상의 미덕으로 여겼으며, 옆집으로 불을 빌리러 다닌 사람은 조금 모자란 사람으로 취급되었을뿐아니라 아침시간 때에는 빌려주지도 않았었다.

 

화롯불은 언 손과 발을 녹일뿐 아니라 할아버지와 손자가 고구마, 밤, 콩을 구워 먹으면서 이야기하고, 고기와 조기도 화롯불에 구우면 맛이 훨씬 좋다고 한다. 밖으로 일을 나갔던 가족이 끼니때가 넘도록 오지 않으면 밥과 국을 화롯불을 약하게 하여 올려 놓고 기다리는 것은 거의 날마다의 일이다.

 

지금처럼 전자레인지, 가스레인지 등 열기구가 전무했을 때에는 방가운데 있는 화롯불이 절대적인 난방기였기에 서로 화롯불을 쬐려고 싸우다가 열 번의 호흡 기간씩 교대로 쬐기도 했다.

 

겨울밤에 화롯불에 머리를 대고 털면 머릿니가 불에 타면서 튀는 소리와 함께 고기를 굽는 냄새가 코를 찌르며, 입었던 옷을 벗어서 화롯불에 대고 털면 역시 이를 토벌하는데 제격이다.

 

화롯불의 강도는 조절이 가능하기에 필요에 따라서 사용하는데 김을 구울 때에는 재를 덮어 약하게, 대기름(죽력)을 낼 때에는 강한 불로 조절할 수 있는 만능 열기구였건만 화로가 뭔지도 모르는 추억속의 가산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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