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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新 풍속도 - 벌초·차례상 대행…귀성 대신 레저활동 '격세지감'

1년 사이 명절을 대하는 내 태도는 크게 바뀌었다. 지난해 결혼 후 두 번째 맞는 명절이다. 첫 명절은 결혼 직후라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게 금세 지나갔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생활도 안정되고 결혼생활에도 익숙해져 제법 명절다운 명절을 보낼 수 있어서다.

 

지난해 결혼을 하면서 먼 일로만 여겨졌던 '명절 챙기기'가 현실로 다가왔다. 양쪽 집안에 명절 인사를 드리는 것은 물론 장남으로서 집안의 차례를 비롯한 명절 준비를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더해졌다. 오늘은 이제 막 가정생활에 눈을 뜬 새내기 가장의 입장에서 바라본, 주변에서 보고 들은 新 명절풍속도를 들여다본다.

 

 

▲ 명절에 가족끼리 놀러가는 대신 차례를 미리 지내거나 추석 차례상 대행 서비스를 찾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전북일보 자료사진
▲ 추석을 앞두고 대형마트에서 한복을 입은 모델들이 동그랑땡, 동태전, 깻잎전 등으로 구성된'모둠전'과 고사리, 도라지 등 6가지로 구성된'모둠나물'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음식 장만에서 제사상 대행 서비스로

 

첫 번째가 음식 장만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돌이켜보면, 음식 장만은 대개 집안 여성들이 했던 것이다.

 

추석 전날 큰 아버지 댁에 모여 앉아 아이들은 끼리끼리 놀고, 어머니들은 주방이나 거실에 모여 종일 전을 부치고 음식을 장만하는 모습이 흔했다. 집안 서열에 따라 일을 부여받은 여성들이 한데 모여서 치르는 행사로 여겨졌기에 일에 불만을 갖거나 참여하지 않는 것은 큰 죄(?)가 됐다.

 

그러나 최근엔 달라졌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음식 장만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같이 장만해 부담을 덜자는 경향이 강해졌다.

 

눈에 띄는 것은 음식을 따로 장만해서 한데 모으는 방식이다. 서로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들이 많아지다 보니 한데 모이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각자 음식을 나눠 맡아 자신의 집에서 음식을 장만하고, 차례 당일날 그 음식들을 모아 내놓는 방식.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명절에 가족끼리 놀러가는 대신 차례를 미리 지내거나 아예 추석 차례상 대행 서비스를 찾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주문자가 20~30대 젊은 층 보다는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더 많다는 것. '맞벌이로 바쁜 며느리 눈치를 보기 싫어서'가 그 이유다. 주문량은 매년 30~40%씩 증가하는 추세다.

 

 

▲ 추석을 앞두고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추석 선물세트를 고르고 있다. 전북일보 자료사진

△ 실속형 선물에 안티에이징 시술까지 제각각

 

두 번째는 추석 선물이다. 많은 이들이 명절에 고향을 찾으면서 크고 작은 선물들을 마련한다. 과거에는 최대한 크고 화려한 선물들이 각광받았으나, 최근엔 어려운 경기 상황을 고려해 최대한 저렴하고 실속있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인기다.

 

특히 올해는 한반도를 잇따라 강타한 태풍 탓에 추석선물세트 순위도 바꿨다. 종종 신선 선물세트 중 부동의 1위였던 배는 올해 사과에 밀렸고, 한우가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태풍으로 인한 낙과 피해가 적어 가격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내린 반면 배는 작년에 비해 10~20% 가격이 올랐기 때문. 경기 침체로 저가형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자 2만~3만원대로 구성된 김 선물세트가 4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추석 선물을 현금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필요없거나 매력적이지 못한 것을 선물하게 되면 상대방 입장에선 오히려 난감할 수 있기 때문에 실속있게 현금이나 상품권 등으로 선물하는 것이다.

 

의외의 효도 선물은 나이보다 젊어보이거나 삶의 질을 높이는 시술들도 큰 인기다. 미용을 위해 쌍꺼풀 수술을 하는 젊은이와 달리 노인들은 처지는 눈꺼풀로 시야가 가려지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눈꺼풀 수술을 많이 한다. 보톡스 등 간단한 주름 펴기 시술도 '노인도 가꿔야 한다'는 생각에 따라 인기다. 웰빙 중시 풍조에 따라 효도 임플란트나 효도보험 등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 벌초 대행 서비스에 신나는 레저 문화로

 

세 번째는 놀이 문화다. 보통 추석엔 당일을 전후로 총 3일을 쉰다. 여기에 주말이나 휴일이 이어지면 연휴가 늘어나는 식.

 

그러나 올해는 금, 토, 일로 이어지는 수 십년 만에 찾아온 매우 짧은 추석이다.

 

요즘 사람들이 명절을 대하는 태도는 크게 달라지면서 자기 가족과의 시간을 중요시 하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를 휴가처럼 보내는 사람들을 위해 호텔들도 분주하다. 출장 고객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추석 연휴엔 비즈니스 손님이 줄어드는 대신 추석 패키지 할인 상품 판매가 늘기 때문이다.

 

단순히 룸을 할인해 주는 서비스를 떠나 영화나 스파, 공연, 전시회 등의 관람 기회를 제공하며 서비스의 범위를 다양화하고 있다. 잘 찾아보면, 추석 연휴 기간에 영화관람과 스파를 즐길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을, 인기 가수의 콘서트까지 선물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추석 패키지 손님 중에는 연휴를 호텔에서 즐기며 보내려는 이들도 있지만, 역귀성한 부모가 자녀 집에 머물지 않고 호텔에 간다는 속칭 '시부모님 호텔' 고객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추석에 앞두고 벌초 대행 서비스업도 예약이 꽉 차긴 마찬가지다. 예전엔 자신이 직접 낫으로 직접 풀을 베어야만 조상에 대한 예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최근에는 전문 업체에 맡기고 추석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고향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성재민 문화전문시민기자

 

(선샤인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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