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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서학동사진관 김지연 개인전, 2일부터

   

하얀 벽지가 누렇게 바래고, 그 벽을 뚫고 나온 못 위에 십 수년은 됐음직한 옷들이 걸려 있다. 올려다 봐야하는 곳에는 객지에 사는 자식과 손자에 이어 죽은 배우자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다.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힘든 노동을 감내했던 시절, 아이의 상급학교 진학은 생의 큰 즐거움이었다. 시간과 함께 부부 또는 혼자만 남은 방에는 언제 받았는지도 모를 인조 카네이션, 숫자판이 큰 유선 전화기, 파리채 등 세월에 기댄 흔적이 남아 있다. 낡은 방은 개인이 아닌 가족사의 집합체다.

 

서학동사진관 김지연 관장(66)이 2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전주시 완산구 서학로에 있는 전시실에서 ‘낡은 방’을 주제로 개인전을 연다. 그는 지난해 사라져가는 공간인 정미소를 10년 만에 다시 조명한 ‘정미소, 그리고 10년’전을 진행한데 이어 올해는 방에 주목했다.

   

그는 한 눈에 방을 보여 주지만 의도적으로 방 주인의 얼굴은 피사체로 두지 않았다. 방의 의미를 사람의 감정이 담긴 얼굴을 통해 전달하지 않고 방 자체와 그 속에 담긴 정보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는 “방은 지극히 사적인 공간으로 개인의 역사, 성격, 취미 등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며 “오래된 방은 어떤 새로운 방보다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려는 희망에서 시작해 즐겁거나 서러운 경험을 겪어낸 살갗처럼 한 몸이 된다”며 “기억에 켜켜이 달라붙은 방은 가족사진, 가훈, 벽과 천정의 무늬 등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의 숨결이 전달되는 곳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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