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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휴열 "그림으로 들어가 모악산 장대함 그려볼 터"

전북도립미술관 전시 한달, 관람객 2만3000여명 다녀가 / 작업실 공개 연계한 시도 눈길, 다양한 재료·조형능력 매력

▲ 유휴열 작가가 모악산 인근 작업실에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유휴열 전시회’는 전시회 전부터 화제를 낳았다. 미술관 전관에 한 작가의 작품이 장기간에 걸쳐 전북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초대전으로 기획된 것 자체가 도립미술관 개관 10년 역사에서 처음이었다. 또 작가의 작업 공간이 도립미술관 인근에 있는 덕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작업실을 공개해 전시장과 연계시킨 기획 또한 신선한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전시 개막 후 1달 가까운 현재까지 ‘유휴열의 신명난 生/놀이’전을 다녀간 관람객은 2만3000여명. 300여 차례의 국내외 개인전과 단체전 참여를 통해 이미 미술계에 널리 이름을 알렸지만, ‘작가 유휴열’을 일반 미술 애호가들에게 새롭게 부상시킨 전시회인 셈이다.

 

작가 유휴열(64)에 미술계가 주목하고, 관람객들이 감동하는 것은 무엇일까. 최형순 도립미술관 학예실장은 평면에 그치지 않고 작가의 역량을 여러 면으로 다양하게 투사시킨 것을 평가했다. 회화라는 유체물감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는 점, 빛의 작용을 이용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도록 한 작품들, 자유로운 조형 능력 등을 미술계가 평가하고 관람객의 눈을 잡게 한 요소들로 보았다. 다작이 능사는 아니지만, 미술관 5개 전시실을 모두 채울 수 있을 만큼 많은 작업을 해온 것도 작가의 덕목으로 꼽았다.

 

작가 본인은 이번 전시회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을까. 전시회가 열리는 곳에 자주 나가는 모양새가 별로 좋아보일 것 같지 않아 전시장 출근을 피한다는 그는 21일 평소처럼 모악산 자락의 작업실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지금껏 해왔던 작업들을 돌아보고, 앞으로 방향을 설정하는 데 함축적으로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 유휴열 作 ‘生놀이-모악산’.

이번 도립미술관 전시회를 최근작 중심으로 꾸릴 예정이었으나 주변에서 지금의 자신이 있기까지 어떻게 걸어왔는지를 보여주는 전시쪽으로 권유해 ‘유휴열의 모든 것’이 됐으며, ‘잘 한 선택 같다’고 했다.

 

그는 재료·기법·장르 등에 구애받지 않고 끊임없이 실험과 변화를 꾀해 왔지만, 그의 작품 세계는‘생(生)과 놀이’로 관통한다.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는 이유를 물었다.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는 호기심도 있지만, 그보다는 모티브가 설정됐을 때 어떤 재료를 활용할 때 가장 잘 드러낼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민초들의 춤은 몸짓 그 자체인 데 알루미늄 작업으로 할 경우 제대로 표출하기 힘들며, 흙으로 만들어야 제맛일 것 같아 테라코타 작업을 하는 식입니다.”

 

근래 그가 중심에 둬 온 재료는 알루미늄 작업으로, 회화의 기본 바탕 위에 조소적 방법을 차용하는, 그만의 독특한 작품을 제작해왔다. 그의 이런 시도는 2년 전 미국 LA 개인전에서 특히 주목을 받았다. 알루미늄을 통해 빛의 효과와 변화를 보여준 작품들이 재료 특성상 차갑게 느껴지는 성질을 따뜻하게 표현하는 것에 대해 현지 미술인들도 신선하게 받아들였다.

 

요즘 그의 작업 주 재료가 알루미늄이라면, 모악산은 그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준 선물이다. 산 자체의 자연도 자연이지만, 신흥종교의 메카로서 다양한 형태의 ‘놀이’가 숨어있고, 이 땅에 사는 오늘의 우리 모습을 모악산이 말해주기 때문이다. 29년 전 모악산 자락에 둥지를 튼 그로서는 오가면서 바라보는 곳이 작업의 소재며, 작업실 창으로 보이는 곳이 바로 그 풍경이다. 다른 작업을 하면서도 틈나는 대로 눈 앞에 펼쳐진 모악산의 사계절을 그리고 또 그려왔다.

 

“작품 구상이 안되거나 작업이 안될 때 문 앞에 보이는 풍경이 나를 일어서게 합니다. 무의식적으로 사생을 하고, 그 계절이 올 때까지 한 작품에 2~3년씩 덧칠하다보면 치유도 됩니다.”

 

그는 이번 전시회를 기점으로 초심으로 돌아가 평면 작업에 주력할 생각이다. 작품 곳곳에서 모악산이 숨쉬지만, 그는 여전히 모악산이 고픈가보다. 특히 제대로 모악산을 그려보고 싶단다.

 

“모악산의 모습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다릅니다. 원근법만을 적용시키면 그 모습은 그림 밖에서 관찰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초점·다시각의 동양화적 요소를 도입해 관찰자자 아닌, 그림 안으로 들어가 산에서 느껴지는 장대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카메라의 발달이 미술사를 바꾸었다고 하지만, 이것은 화가만이 할 수 있는 작업입니다.”

 

유휴열 작가에 의해 어떤 모습의 모악산이 태어날지 또다른 관심거리다.

 

도립미술관 초대전은 유 씨의 1980년대 작품부터 최근 작까지 120여 작품들이 출품됐으며, 6월1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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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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