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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경기전서 돈키호테를 만나다

교동아트 기획초대전 27일까지 / 김영구·이문수·이호철·전형주

   
▲ 이호철 作 ‘꿈꾸는 자가 오는도다’
 

‘왕이 나서 경사스러운 터’인 ‘경기전’에 ‘돈키호테’가 나타났다. 경기전이 지닌 조선 왕조의 발상지라는 상징적 장소성에 우상을 향한 광적인 또는 몽상적인 도전정신을 빗댄 미술적 상상력이 만났다.

 

경기전과 이웃하고 있는 교동아트미술관이 기획초대전으로 오는 27일까지 ‘경기전에 온 돈키호테’전을 연다. 사진 김영구, 설치·영상·회화 이문수, 조각 이호철, 회화 전형주 작가의 작품 1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애초 7명의 작가가 참여키로 했지만 주제에 충실한 작품을 고수한다는 원칙으로 최종 4명이 출품했다는 귀띔이다.

 

김영구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만추의 조경단과 경기전 앞 태조로의 모습을 360도 회전하며 찍은 풍광을 내놓았다. 과학 교사인 그는 태조로를 지나던 사람과 붙박이로 있는 건물을 놓치지 않겠다는 시선과 의지를 표혔했다. 필름 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하고 모든 각도에서 사진을 찍은 뒤 이를 하나의 평면에 담았다. 순간을 포착해 영원의 시간으로 만드는 사진의 기록성을 나타냈다.

 

나귀와 사과를 소재로 작업하는 이문수 작가는 인내천(人乃天)이라는 주제 아래 경기전을 조선의 3대 임금인 태종의 욕망으로 해석했다. 경기전은 태종 10년인 1410년에 창건했다. 고려 왕조를 없애고 새 나라를 연 뒤 형제를 죽이고 왕위를 차치한 태종. 그는 금기에 도전해 권력을 손에 쥐었고 조선의 정통성을 강조하고자 경기전을 지었기 때문이다.

 

꿈꾸는 현대인을 재치있게 풍자하는 이호철 작가는 돈키호테의 애마였던 로시난데를 전시장에 데려왔다. 야위고 볼품이 없던 로시난테와는 달리 그는 실물크기에 가깝게 미끈하고 잘생긴 백마를 만들었다. 말의 한 가운데 조화(造花)로 장식한 치우천왕을 문장(紋章)처럼 단 백마는 근육과 핏줄까지 사실적이다. 그는 ‘꿈꾸는 자가 오는도다’라는 제목처럼 이상을 향한 인간의 의지를 말에게 투영했다.

 

대전에서 활동하는 전형주 작가는 종묘를 자신의 조형언어로 재해석했다. 세필(細筆)로 섬세하게 나타낸 종묘는 핏빛이 감돈다.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봉안하고 국가적인 제사를 지냈던 종묘는 조선의 흥망성쇠를 압축한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평성을 강조한 종묘 특유의 건축학적 요소가 돋보인다.

 

김완순 교동아트미술관장은 “미술가는 재능을 팔고 재력가와 권력가는 미술을 통해 부와 힘을 과시하는 시류에서 예술가의 상상력과 감수성은 자연스럽게 위축되고 무감각해지기 쉬운 현실이다”면서 “자신을 미술가로 생각하고, 말을 타고 황야를 달리는 고집스러운 돈키호테를 만나는 기쁨을 누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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