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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음악인들 꿈의 무대

단원 30여명 십시일반 모아 '노스트로 오케스트라' 창단 / 11일 소리전당서 첫 연주회

▲ 김종헌 단장

생활예술 동호회 등을 통해 일반인들의 예술활동에 관한 관심이 근래 부쩍 늘었으나 정작 전문 예술인들의 설 땅은 그대로다. 도내 일부 예술대학에서 학과 통폐합이 이루어질 정도로 대학 졸업 후 젊은 예술인들이 출구가 꽉 막혀 있는 게 현실이다. 국가와 자치단체, 법인체에서 운영하는 음악단체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연주자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도내에 전주시향과 군산시향의 관립 연주단체가 있지만 젊은 연주자들이 엄두도 내기 어려운 좁은 문이다. 정규직 인원이 한정되어 있는 데다 결원이 생겼을 경우 해당 파트만 모집하기 때문이다. 음대 졸업생들은 유학이나 대학원 진학 같은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적절한 시기를 노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어느 정도 나이를 넘기면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전공을 살려 생활하는 연주자들은 대부분 사설학원을 운영하거나 개인지도, 방과 후 강사로 활동하고 아예 전공과 전혀 관계없는 사업이나 직장을 찾는 사람도 많다.

 

실력을 갖추고도 연주 무대에 설 수 없는 음악인들이 스스로 돌파구를 찾으려고 나섰다. 연주자로 인정받으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연주자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 같은 처지와 생각을 가진 음악인들이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모여 오케스트라를 시작했다.

 

연초 30여명의 관현악(현악 24명, 관악11명) 연주자들이 ‘노스트로 오케스트라(nostro ochestra)’를 결성했다. 이들은 전주·익산·군산·서울 등에 생활 근거지를 두고 방과 후 교사, 학원 강사, 중고교 및 대학 강사 등으로 활동하는 음악인들이다. 20대부터 4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생활 근거지도 다르고, 생업이 있기 때문에 모이는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 매주 한 차례 오후 9시에 올빼미처럼 모여 연습을 해왔다. 연습실은 전주 새 중앙교회가 제공했다.

 

“후원단체가 없는 상황에서 민간 오케스트라를 꾸리는 게 어디 쉽겠습니까. 단원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연주회를 준비했습니다.”

 

오케스트라 창단의 중심에 선 김종헌 단장(57)은 “그렇게까지 해서 연주를 해야 할까라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절실함이 하도 깊어 이렇게 모일 수 있는 자체가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김 단장이 오케스트라 창단에 적극 나선 것은 그 스스로 음악 현장에서 ‘주변인’이었던 설움을 잘 알기 때문. 전북대에서 클라리넷을 전공한 뒤 네델란드 로테르담 음악원에서 오케스트라 지휘 학위를 취득한 그는 전북대예술대학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유스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활동하면서 그 필요성을 절감했다. 특히 근래에는 교육부 학생오케스트라와 문광부 엘시스테마 교육에 관여하며 오케스트라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단다.

 

‘노스트로’가 지향하는 방향 또한 출범 배경의 연장선에 있다. ‘노스트로’는‘우리들의’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로, 개체가 아닌 덩어리 속에서 주인의식을 갖고 일반 대중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오케스트라 이름에 강하게 담고 있다. 비정규직 일자리에서 일하면서 연주를 갈망하는 연주자들을 위해 더 많은 자리를 마련하고, 각계각층의 관심을 유도하여 일하면서 오케스트라 연주자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와 여건을 만드는데 주력하겠다는 게 그 하나다.

 

또 대부분의 단원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지도강사로 활동하는 점을 고려, 학생들을 위한 연주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학교와 학생들을 찾아가는 음악회에 관심을 둔다는 계획이다.

 

김 단장은 “적어도 연간 2차례의 정기연주회 및 유명 연주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단원들의 실력 배양과 연주자로서 자긍심을 높이고, 더불어 해마다 2번 이상 관객들과 눈높이를 맞춘 기획연주회를 통해 오케스트라의 존재감을 드러내겠다”고 밝혔다.

 

노스트로가 그동안 흘린 땀의 결실은 11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리는 창단연주회에서 볼 수 있다. 창단연주회는 모차르트 음악(돈 지오바니 서곡, 바이올린 협주곡 5번 전악장, 교향곡 40번 전악장)으로 진행한다. 이날 연주회는 김종헌 단장이 지휘하고, 코리안심포니 악장을 지낸 바이올리니스트 임재홍 씨가 협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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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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