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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적 인상주의 '강암 문인화' 세잔·고흐보다 높이 평가돼야"

전북도립미술관 '강암 특별전' 개막…삶과 예술세계 재조명

▲ 강암 송성용 선생.

강암 앞에 송하진 전북도지사 한껏 몸을 낮췄다. 전북도립미술관이 기획한‘강암 송성용 탄신 101주년 기념 특별전’자체가 도지사 취임 이전인 올 연초 결정된 전시지만, 강암의 아들이라는 부담이 작용한 것 같았다.

 

송 지사는 18일 개막식 참석 여부조차 주변의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지역 행사에서 통상 도지사가 가장 앞에 내빈으로 소개되지만 이날 개막식에서는 5번째로 소개됐다. 행사 참석에서 도지사 축사가 생략된 경우도 이례적이었다.

 

대신 다른 인사들에 의해 강암의 삶과 예술세계가 조명을 받았다. ‘강암은 정신이다’주제를 건 이날 기획전 개막식에는 송하철 강암재단 이사장, 최승범 전 전북대 교수, 송월주 금산사 회주, 김광수 전북도의회 의장, 김승수 전주시장, 박성일 군수, 박남재·권병렬·김종범 원로화가, 서예가 박원규·이용·정도중씨, 이돈흥 국제서예가협회장, 강신동 전북미협회장, 박인현 전북대예술대 학장 등 200여명이 참석해 전시회를 축하했다.

 

장석원 도립미술관장은 인사말을 통해 “1995년 강암 생전에 가진‘강암은 역사다’전시회 이후 대대적인 회고전은 이번이 처음이다”며, “선생이 평소 좋아했던 법고창신(法古創新, 옛 것을 배워 새로운 것을 창조하자)의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축사에 나선 최승범 전 전북대 교수는 “평생 붓과 먹으로 오롯이 살았던 강암에게서 옛 선비의 범절을 익힐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회고하고, “강암이 내려준 송나라 시인 소동파의 녹균헌(綠筠軒)을 지금도 애송시로 삼아 선비가 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송월주 스님은 “20대 후반부터 강암과 교류를 했다”며, “강암이 남긴 글씨는 금산사와 불국사 등 전국 명산대찰과 기독교·천주교·유교 관련 시설들에 수백점 이상 묵향으로 남아 역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감암의 작품과 삶 자체가 차곡차곡 쌓여 강과 산맥을 이루고, 관광객들이 스쳐가는 관광이 아닌 마음 속 깊은 전주 여행을 할 수 있는 바탕도 건축물 하나가 아닌 강암의‘정신’에서 찾을 수 있는 만큼 그 정신을 올곧게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이날 개막식에서는 또 김병기 전북대 교수(중문과)가 특강을 통해 강암의 삶과 작품 세계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강암은 삶이 아름다워 예술이 더울 빛난다며, 강암이 평소 좋아했던 말이 안분(安分, 분수네 맞게 살기)과 본립이도생(本立而道生, 근본이 서야 방법이 생긴다), 이검양덕(以儉養德, 내 생활을 검소하게 하여 남에게 덕을 베풀자),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고 소개했다.

 

또 강암이 둘째 아들 송하춘 교수(고려대)가 박사학위를 받았을 때 그려준 작품을 통해 서예가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예술이며, 작품에 들어있는 강암의 자식 사랑하는 마음을 분석했다.

 

김 교수는 특히 강암의 문인화가 중국의 오창석과 제백석 이후 동아시아에서 유일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독보적인 경지로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암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동아시아 한자문화권 예술의 정수인 서예가 변질되고 쇠락할 때 서예가 내함하고 있는 고유의 예술성을 가장 잘 간직하고 구현하면서 또 지극히 동양적인 특성의 새로움을 창조하고자 노력했으며, 격조높은 동아시아적 인상주의를 끝까지 붙들고 고민하며 전통을 학습하고 연구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움을 창조한 예술가로 보았다.

 

김 교수는 “서양보다 앞서 1000년 전에 발생한 동양적 인상주의를 이 시대에 구현한 강암의 문인화가 세잔이나 고흐의 인상주의 그림보다 높이 평가받는 시대를 창출해야 한다”며, 세계미술사에서 강암의 가치가 정당하게 인정받는 시대가 오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0월12일까지 계속되는 강암 특별전에는 강암 선생이 쓰던 유물 90여점을 포함 200여점의 작품들이 출품돼 4개 전시실에 나눠 전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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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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