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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결로 살아난 민화와 완판본

엄혁용 조각전, 우진문화공간 / 전통·초현실주의 어울림 표현

 

민화가 완판본으로 들어왔다. 나이테와 썩어서 베어버린 자국까지 그대로 드러낸 나무를 배경으로 전통의 변주를 시도한 전시가 열린다.

 

엄혁용 작가(53)는 2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전주시 덕진구 전주천동로에 있는 우진문화공간에서 21번째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완판본, 세월의 책 꽃이 되다’라는 주제어로 30여점이 선보인다.

 

그는 책에 5개의 구멍을 내 속지, 표지 등을 고정한 오침안정법 형태의 완판본 책 조각에 나무, 꽃 , 나비, 구름 등의 형태를 음각·채색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그동안 ‘직지(直指)’라는 주제에 천착해 낡은 책 속에서 미래를 제시했던 그가 민화와 완판본으로 눈길을 돌렸다. 새로운 주제에 대한 갈망과 함께 전통적인 요소에 주목하면서부터다.

 

엄 작가는 “다른 주제를 찾던 가운데 전북미술대전을 심사하면서 민화 부문의 출품작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며 “우리 지역의 전통적 활자문화인 완판본과 민화의 초충도(草蟲圖)를 접목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서민의 소망이 담긴 민화적 요소에 몽화적인 도상을 더해 전통과 현대적 초현실주의의 어울림을 표현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완판본 소설책을 열매처럼 나무에 걸거나 쌓인 책을 의자의 기둥처럼 조각한 입체 외에도 상당수 부조 작품도 눈에 띈다.

 

엄 작가는 “애초 미술의 길에 들어설 때 서양화를 먼저 접하면서 회화를 지향하는 인식이 평면적 작품으로 나타났다”고 풀이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금속에서 목재로 재료의 변화를 모색한 그는 “나무는 따뜻한 매력이 있다”며 “겉에서 보면 썩어 쓸모가 없게 보이지만 껍질을 벗기면 예쁜 색이 나올 때 창작의 희열을 느낀다”고 들려주었다.

 

엄혁용 작가는 홍익대 조소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250여차례 단체전에 참여했다. 현재 전북대 교수(미술학과)로 재직하며 한국미술협회 이사, 한국조각가협회 이사, 한국기초조형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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