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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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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미 삐약삐약북스 대표

만화를 만드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글을 쓰는 것도 고통이나, 그것을 다시금 이미지로 표현하며 한 번 더 고통을 겪는다. 그러나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일은 늘 어려웠다. 양서가 아니라며 태워지고, 빼앗기거나 눈 앞에서 찢기곤 했다. 

아트 슈피겔만의 『쥐(Maus)』는 만화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문학적으로도 인정받았음에도 미국 내 도서관 장서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국내의 상황 또한 다르지 않다. 여러 기관에서 상을 받은 작품임에도 만화란 이유로 도서관 장서에서 취소당하거나, 서점 입고가 어렵단 말을 듣는다. 

많은 이들이 어린 시절엔 만화를 사랑하며 자라났음에도 불구하고, 어른이 되면 만화를 부끄러운 과거처럼 여기거나 심지어 담배처럼 끊자는 말을 한다. 우수한 성적과 좋은 대학, 훌륭한 취직자리를 위해 달려나간다. 좋아하는 만화를 하겠다던 동료들조차 ‘돈이 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골몰한다. 돈이 되면 존경을 한 몸에 얻는다. 수익은 기준이 되고, 작가별 등급이 매겨진다. 웹툰 산업의 황금기를 통해 상업적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진 시장에서 많은 작가들이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다. 함께 서 있을 수 있는 입지가 점점 줄어든다. 

지난 11일~12일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에서는 독립출판만화행사 ‘칸새‘가 열렸다. 참여작가로부터 위탁받은 창작출판 만화책이 비대면 판매 및 전시되었다. 작년 4월에는 신촌과 홍대 사이에 있는 세모화실에서 시범행사가 열렸는데, 예상치 못했던 인파와 긴 대기시간이 화제가 되었다. 많은 창작자와 독자들이 이런 만화만을 위한 독립적인 행사를 얼마나 갈구해왔나를 느낄 수있는 현장이었다. 

올해 칸새에서는 144권의 만화책이 전시,판매되었다. 참관객 표는 이커머스 플랫폼 TMM을 통해 판매되었는데, 3시간만에 800석에 달하는 표가 매진되고 전시된 만화책들이 완판되으며, 한켠에서는 문학동네와 쪽프레스의 출장 만화편집부 상담과 칸새 즉석 상담을 통해 창작에 대한 열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칸새는 ‘칸과 칸 사이‘를 뜻한다고 한다. 칸과 만화와 사람들. 서로가 서로의 칸을 들여다보며 이곳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소속감, 만화를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사람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에 오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4월 13일(일) 자정까지 온라인 판매를 진행했다.

슈퍼히어로 만화 제작에 모두 열을 올리던 시기, 실험적 만화 『쥐(Maus)』의 연재를 진행한 미국의 매거진 로우(RAW),  『페르세폴리스(Persepolis)』를 펴낸 프랑스 출판사 아소시아시옹(L'ASSOCIATION), 경쟁도 점수도 없다며 시장성 약한 게임이라는 비판에도 『동물의 숲』을 만들어내 많은 유저의 사랑을 받은 일본의 닌텐도처럼 좋아하는 것을 그려도 지속할 수 있고 응원과 존중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장(場)이 움트고 있음을 느낀다.

운 좋게도 마지막 날 오후 시간대 취소표를 구매해 방문할 수 있었다. 잊고 있었던 만화영화 주제가가 잔잔히 흐르고 입구에서 바로 이어지는 벽에는 참여작가들이 만화원고용지에 그린 자기소개서가 붙어있었다. 어린 시절 멋 모르고 원고지와 펜촉을 들고서 만화 그리기에 도전했던 추억이 떠올라 한참을 서 있었다. 멀리 돌아온 기분이다. 결국 어렸을 때 재미있게 봤던 그런 만화를 만들고 싶었던 거 아니었던가, 그 마음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만화, 정말로 좋아하고 있던걸까.

전정미 삐약삐약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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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아트 슈피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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