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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왕궁, 회복을 향한 여정

김호은 전북지방환경청장

호남고속도로 익산 나들목과 삼례 나들목 사이를 지나 본 운전자라면, 차 안으로 스며드는 참기 힘든 가축분뇨 냄새를 잊기 어려울 것이다. 지역 주민들은 잘 알고 있듯, 그 원인은 익산 왕궁면 일대 축사에서 퍼져 나온 악취였다.

왕궁 지역은 1948년 이후 한센인들이 조성한 대규모 축산단지로 지역경제의 일부를 담당해 왔지만, 동시에 우리 지역 환경문제의 진원지로 인식되었다. 축사에서 시작된 악취는 주민들의 창문을 닫게 했고, 외부인의 발길이 끊긴 고립된 공간을 만들었다. 수백 곳의 축사에서 흘러나온 가축분뇨는 익산천과 만경강으로 유입되고, 그 물은 결국 새만금호로 흘러가 새만금 수질 악화시키는 만큼,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었다.

이에, 정부는 지역사회와 함께「왕궁 정착농원 환경개선 종합대책(2010년 7월)」을 수립하고 현업 및 휴·폐업 축사를 본격적으로 매입하여 악취 및 수질오염원을 줄이고, 하천 정비 등 환경정화 사업을 펼쳐왔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11년부터 국비 총 1,636억원을 투입하여, 총 599,432㎡의 현업 축사 323곳을 매입(매입률: 98.3%)하고, 매입부지에 나무를 심고 주교제와 익산천 생태하천 복원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하류 하천인 익산천의 수질은 2010년 대비 BOD 기준 ‘Ⅵ등급’에서 ‘Ⅰb등급’으로 개선되었고, 악취 수준도 ‘극심한 악취’에서 ‘냄새를 인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과거 축분으로 가득찼던 주교제는 이제 연꽃이 피고 수달이 사는 공간으로 변화했다.

하지만 산발적으로 철거된 축사에 식재를 하는 방법들으로는 왕궁 지역의 자연 회복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이제는 왕궁 지역의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생태계 기능 복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3년 5월, 왕궁 축사 매입지와 인근 사유지를 포함한 왕궁 축산단지를 ‘자연환경 복원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하며 회복 의지를 담은 복원 계획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전북지방환경청도 전북자치도, 익산시와 발을 맞춰 왕궁 지역의 생태환경 조사를 실시하고, 생태 복원을 위한 기본구상 수립과 로드맵 마련에 힘을 모았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지난달 31일, 왕궁 지역의 자연환경 복원사업이 기획재정부의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심의를 통과해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되었다. 사업면적 182만㎡, 2027년부터 2033년까지 총 2,437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다면, 왕궁의 회복 여정은 한층 더 강한 속도로 추진될 것이다.

전북지방환경청은 관계기관과 함께 예비타당성조사 수행기관(한국개발연구원 또는 조세재정연구원)에 왕궁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정책적, 균형발전적 필요성을 적극 설명하여, 본 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어제, 왕궁 지역은 대규모 축산단지 운영으로 자연과 사람에게 불편함을 주는 지역이었다면, 오늘, 우리는 축산 단지를 매입하고 자연환경 복원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내일은 자연환경 복원사업을 추진하여 지역에 회복의 공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환경의 사각지대에서 생태의 중심지로 바뀌는 그 길목에 지역사회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때이다. 전북지방환경청도 자연환경 복원사업을 단순히 시행하는 행정기관을 넘어 왕궁 지역의 ‘회복의 동반자’로 함께 걷고자 한다.

김호은 전북지방환경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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