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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서 처음 만나는 김창열의 ‘물방울’…300호 대작의 압도적 위용

아트이슈 프로젝트 ‘물방울, 존재를 묻다’…5월 31일까지 1·2부로 나눠 전시
1970년대 초기작부터 ‘회귀’ 연작까지 반세기 물방울 여정 한자리서 감상

12일 전주아트이슈프로젝트에서 열리고 있는 김창열 전시 ‘물방울, 존재를 묻다’ 에 방문한 관람객이  300호짜리 대작 그림을 감상하고 있다/사진=박은 기자 

김창열(1929-2021)의 물방울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그것은 16살에 홀로 38선을 넘고, 21살에 목도한 전쟁터의 비극을 기억에서 닦아내기 위한 ‘생존의 산물’에 가깝다. 피난처 제주에서 경찰관으로 순찰을 돌며 죽음의 공포를 마주해야 했던 청년에게 그림은 숨을 쉴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평생 물방울 하나에 매달려온 거장의 여정을 담은 기획전 ‘물방울, 존재를 묻다’가 전주아트이슈프로젝트에서 열린다.

아트이슈프로젝트 전시 모습/사진=아트이슈프로젝트 제공 

전북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전시는 ‘물방울 화가’라는 익숙한 수식어 너머, 작가가 평생을 걸쳐 찾아 헤맨 삶의 본질을 추적한다. 캔버스 위에 맺힌 영롱한 방울들은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 생생하지만, 사실은 물감으로 만든 정교한 눈속임이다. 전시를 기획한 한리안 관장은 실재와 환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작가의 시선에 주목했다.

거장의 물방울은 반세기 동안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1970년대 작품은 실제 물방울이 맺힌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면, 이후에는 화면 위에서 흐르고 흡수되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확장됐다. 1980년대부터는 천자문이나 도덕경 같은 글자 위에 물방울을 얹는 과감한 실험을 시도했다.  1990년대 이후 ‘회귀(Recurrence)’ 연작으로 이어지며 절정에 달한다.  빽빽한 글자들을 투명한 방울로 덮었고 그 의미를 지워나가는 과정은 복잡한 세상사를 비워내고 맑은 평온을 채우는 수행과 닮아 있다.

아트이슈프로젝트 전시 모습/사진=아트이슈프로젝트 제공 

이번 전시에서는 총 22점의 작품이 1부와 2부로 나눠 선보인다. 50호 크기의 작품부터 벽면을 가득 채우는 300호 대작까지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거장의 호흡을 더욱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

한리안 관장은 “거대한 물방울 앞에 잠시 멈춰 서보기를 권한다”며 “물방울이 품은 빛을 가만히 응시하다 보면 일상의 소란함은 사라지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평온함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5월 31일까지 이어진다.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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