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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어느 선거일에, 나는 투표소 앞 긴 줄 안에 서 있었다. 하루 종일 줄은 길었고, 코로나의 끝물이라서 아직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남들처럼 스마트폰의 도움을 받아 지루함을 이기며 서있었는데, 문득 투표 진행을 돕는 참관인이 도움을 청했다. “107세 유권자가 오셨습니다. 차례를 양보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거기에 나 아닌 누구라도 이런 양보를 거절할 사람은 없었다. 우리는 표정과 몸짓으로 기꺼움을 최대한 드러내보이며, 신성한 투표권을 행사하러 오신 107세 유권자를 기다렸다. 잠시 후 도착한 어르신을 보고 나는 내가 뻔하고 고루한 선입관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깨달았다. 나도 모르게 그분이 들것이나 휠체어의 도움을 받아 오실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분은 아주 세련된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누구의 부축도 받지 않았고 지팡이조차 짚지 않았다. 다소 천천히 걷기는 했지만 앞선 안내가 없었다면 나는 그분이 80대쯤 되셨으려니 짐작했을 것이다. 아니 아무런 짐작조차 하지 않고 그분에게 어떤 관심이나 주의조차 기울이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그분은 107이라는 깜짝 놀랄 숫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보이는 평범한 노인 중 하나일 뿐이었다. 지금으로부터 33년 전인 1991년 6월, 나의 사랑하는 할머니가 향년 87세로 세상을 떠나셨다. 그때는 87이라는 숫자가 지금의 107처럼 들렸다. 107세 유권자와 나의 할머니를 겹쳐 떠올리면서 나는 그 사이 사람의 수명과 노년의 활력수명이 함께 길어진 것을 실감했다. 누구나 칭송할만큼 장수하고 세상을 떠나신 나의 할머니는 107세 유권자처럼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운신에 어려움이 없었다. “오금이 붙으면 안뒤야.” 할머니가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씀이었다. 할머니는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바지런히 움직였다. 오금이 붙지 않기 위해서 할머니는 눈이오나 비가오나 약수터에서 물을 길어왔고 쑤시는 어깨를 풀기 위해 관절을 돌렸다. 지금 생각하니 손녀에게 어깨나 다리를 주물러 달라고 하셔도 좋았을 텐데, 할머니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 몸을 누구에게 의탁하지 않았다. “움적거리면 뒤야.” 할머니는 속상한 일이 있어도 불평하거나 한탄하는 법이 없었다. 나쁜 일이 있어도 우울하고 어두운 표정을 한나절 이상 길게 가져가는 일도 없었다. 한숨 한번 쉬고 나서 몸을 움적거리는 것으로 할머니는 노년에 닥쳐오는 어려움을 모두 이겨냈다. 씩씩하게 약수터에 오르고 쑤시는 어깨를 혼자서 풀던 할머니는 단 하루도 몸져 눕지 않고 어느 날 잠자듯 세상을 떠나셨다. 조촐하게 욕심이 없던 할머니가 거두신 생의 마지막 승리는 그 고요하고 갑작스러운 떠나심이었다. 아직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지 않았던 어느 유월의 맑은 날에, 나와 부모님, 그리고 세분 고모들은 할머니의 산소에 성묘를 갔다. 사랑이 많으셨던 우리 할머니의 마지막 팬클럽이라 할 수 있다. 산소로 향하는 야트막한 오솔길을 걸으며 나는 마음 속으로 덧셈을 해보았다. 큰고모 96세, 둘째고모 93세, 아버지 89세, 막내고모 84세, 엄마 82세. 할머니의 직계자손 4남매의 나이를 더하면 362, 엄마까지 더하면 444년이라는 놀라운 시간이 조용히 내 앞을 흘러가고 있었다. 큰고모가 가벼운 지팡이를 짚었을 뿐 모두 씩씩하게 잘 걸었다. 몇 년전 둘째고모는 허리를 다치며 보행이 어려워졌다. 고모가 열심히 재활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솔직히 속으로 비관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둘째고모는 끝내 회복해 지팡이 없이 꼿꼿하게 언덕길을 올랐다. 간이 의자 두 개를 챙겼는데 고모들이 계시니 아버지께는 순서가 돌아오지 않았다. 여기서 90세 이하는 모두 젊은이에 해당할 뿐이었다. 그늘에서 쉬시라고 해도 고모들은 좀 움직이는게 좋겠다며 꼬챙이를 들고 산소 주변의 잡초를 뽑았다. 이제는 당신보다 연세가 높아진 딸아들 들에게, 땅 속에서 할머니는 다시 한번 조용히 속삭이셨을지도 모른다. 오금이 붙으면 안뒤야, 움적거리면 뒤야. 그분의 자녀들은 최선을 다해 어머니의 가르침대로 살았다. 각자에게 주어진 노년의 시간이 얼만큼이 될지 모르지만, 결국 내가 해야할 일은 그것으로 수렴될 것이다. 오금이 붙지 않게 바지런히 움직이고, 속상한 일들은 몸을 움적거려 날려보내면 된다. /심윤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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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3.06.29 16:39

‘혁신 공천’ 불가피한 선택

지난주 이낙연 전 대표의 독일 강연장에 해외 개딸들이 들이닥쳐 “이재명을 괴롭히지 말라” 며 깨진 수박의 현수막 시위를 벌였다는 뉴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국내에서도 모자라 해외까지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에 안타까웠다. 이재명 극렬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 의 막무가내식 돌출 행동은 국민 감정에 역행할 뿐 아니라 민주당 지지세에도 찬물을 끼얹는 건 물론 중도 확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상승 기류를 타는 상황에서 더더욱 안될 일이다. 오죽하면 올해 초 “자살골을 넣는 국민의힘의 반사 이익이라도 누리자” 며 극도의 자제령을 호소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 거대 양당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정치 혐오에 따른 통렬한 반성과 함께 제살깎기의 혁신 요구에 직면해 있다. 정치가 미래 성장 엔진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며 ‘기득권 정당’ 의 낙인이 찍힌 셈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유권자들은 벌써 이들 정당의 대안 세력으로 제3 정당 출현에 관심을 쏟고 있다. 여론조사에도 유의미한 수치가 계속 나와 심상찮은 기류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 제3 지대에 대한 우호적 환경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실제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 ‘한국의 희망’ 이 지난 26일 창당 발기인대회를 가졌다. 금태섭 전 의원도 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가운데 재창당을 선언한 정의당도 제3 세력과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여야 모두 지지하지 않는다는 무당층이 30%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 크다. 총선 공천이 다가올수록 친명-비명, 친윤-반윤의 잠재적 충돌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변수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민주당 혁신 공천은 전북을 포함한 호남이 바로미터 역할이다. 텃밭을 자부한 만큼 그에 걸맞는 대대적 물갈이를 통해 추진 동력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압도적 지지 상황에서 책임론 또한 만만찮다. 정치적 중량감이 떨어지는 현역 의원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다. 그런데다 김관영 지사가 이끄는 혁신 도정의 변혁 움직임이 유권자 시선을 사로잡으면서 그 흐름과 시너지 효과를 내느냐도 총선 관전 포인트다. 중앙당도 이런 민심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혁신 공천에 대한 특단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물갈이는 최대 화두다. 이 때문인지 일찌감치 정치 신인들이 도전장을 던지며 새판짜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있다. 신원식 전 정부부지사가 전주갑에, 황현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전주병에 출사표를 던졌다. 김의겸 의원은 군산 출마를 기정사실화 했고, 이환주 전 남원시장도 출마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외에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김종훈 경제부지사도 고향 진안과 전주 쪽 명단에 올라있고, 이성윤 전 고검장과 심재철 전 지검장의 출마설도 끊이지 않는다. 일단 새로운 정치 세력 등장은 기득권 정치 구도에 변화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물갈이 열망이 강할수록 유권자는 물론 민주당 쇄신 의지도 불가피한 선택이 된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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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3.06.29 16:34

장마철 재난 취약시설 철저한 안전 대책을

본격적인 장마철에 접어들었다. 올여름에는 예년보다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집중호우와 강력한 태풍도 예상된다. 특히 슈퍼 엘니뇨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되면서 역대급 폭우와 폭염·태풍 등 기상이변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벌써부터 전국 곳곳에서 장맛비 피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전북에서도 지난 27일부터 많은 양의 장맛비가 내리면서 산사태와 침수 등 폭우 피해가 잇따랐다. 극심한 봄가뭄에서 벗어나자마자 물난리를 만난 셈이다. 전북도를 비롯한 각 지자체가 해마다 장마철 집중호우에 대비해 하천과 옹벽·교량·급경사지·지하차도· 건설현장 등 재난 취약시설을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하지만 장마철 안전사고와 재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자체와 관련 기관에서 매년 여름 연례행사로 안전점검을 하지만 관리·감독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렇게 예기치 못한 곳에서 대형 재난 재해가 발생한다. 해마다 반복하는 안전점검이라고 해서 형식적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이미 장마가 시작됐지만 현장 점검은 계속해야 한다. 또 철저한 현장 점검을 통해 피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안전대책을 마련해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 특히 해마다 장마철이 되면 붕괴위험에 주민들이 극도의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옹벽과 석축, 산비탈, 급경사지역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사고방지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산지 태양광발전 시설도 풍수해에 취약한만큼 지속적인 점검과 관리가 요구된다. 지난 2020년 8월 발생한 남원 섬진강 제방 붕괴사고의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수자원공사 등 댐 관리기관에서는 댐 수위조절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더불어 각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재해복구사업과 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도 보다 신속하게 시행해 자연재해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올해는 역대급 기상이변이 예고돼 있다. 집중호우 및 강풍으로 인한 재산·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긴장의 끈을 바짝 조여야 한다. 아울러 기록적 폭우 등 비상상황에 대비해 긴급대피 및 구조 등 재난 대응 모의훈련도 정기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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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6.29 15:22

새만금잼버리대회 도민 관심 필요하다

한달 앞으로 다가온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대한 관심이 너무 적어 붐 조성을 위한 대대적인 활동이 시급하다. 대형 국제행사라는 거창한 구호에 맞지않게 전국은 물론, 대회가 개최되는 전북에서조차 극소수만의 관심사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8월 1일부터 12일까지 전라북도 새만금의 280만평의 광활한 야영장에서 173개국에서 5만여 명의 청소년과 지도자가 참여하는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열린다. 전북도가 지난 2017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41차 세계스카우트 총회에서 잼버리를 유치했을 때 그 기대감은 대단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상의 국제대회라는 점을 강조했고, 도에 전담부서까지 만들어졌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고, 대회는 코 앞에 다가왔으나 전혀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지구촌 최대 규모의 청소년축제인 스카우트의 야영대회다. 1920년 런던에 있는 올림피아 스타디움에서 제1회 세계잼버리가 개최됐고, 올림픽처럼 글로벌 규모의 대회로 진행하자는 취지로 4년마다 열리는 지구촌 최대 청소년 축제다.그런데 예전과 달리 우리 주위에서 스카우트 대원을 보기 힘든데서 알 수 있듯 대중성을 크게 확보하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지구촌 5만여 명의 청소년들이 새만금에 모여 국가나 민족, 종교, 그리고 언어를 초월해 만나는 교류의 장이다. 특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32년 만에 한국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국제행사로 새만금과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좀 우려스럽다. 굳이 축제분위기를 띄워줄 현수막 등 홍보물이 부족한 것만을 말하는게 아니다. 얼마전 전북에서 열린 아태 마스터스대회는 총체적으로 실패작에 가깝다는 냉엄한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새만금잼버리는 이보다는 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도민들이 한번 더 관심을 가져야 하고 이를 위해 유관기관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나서 잼버리 붐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모처럼 전북에서 열리는 큰 행사가 성공리에 끝날 수 있도록 만시지탄의 감이 있으나 지금부터라도 더 뛰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6.29 11:22

민관협력을 통한 지역 캐릭터 활용

전북문화관광재단의 유튜브 채널에 조회수 백만 뷰를 돌파한 뮤직비디오가 출현했다.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를 패러디한 ‘개 내려온다’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몇 년 새 군산의 홍어 어획량이 전국 최고지만 인지도가 낮아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개 내려온다’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민관협력의 공공 마케팅의 일환이다. 이 영상은 민(民) 주도의 지역 캐릭터를 공익적 목적에 활용하는 선례가 되고 있다. 영상에 등장하는 견공인 ‘먹방이’는 군산문화협동조합이 만든 ‘먹방이와 친구들’의 대표 캐릭터다. ‘먹방이’ 캐릭터의 탄생 배경은 이렇다. 조선에서 외교와 세관 업무를 담당했던 묄렌도르프가 세관 업무를 맡기려고 프랑스인 라포트를 채용했다. 군산 세관에 발령받은 라포트는 자신의 애견인 프렌치 불독을 데려왔는데, 불독의 코 모양이 돼지코를 닮아 먹성 좋게 생겼다고 ‘먹방이’로 불렸다. 여기서 마지막 문장은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역사적 사실에 그럴듯한 스토리를 입힌 것이다. 지역 캐릭터는 그 자체로도 문화상품이지만 지역발전과 공공서비스 개선에 활용될 수 있다. 일본 구마모토현의 지역 캐릭터인 ‘쿠마몬’을 활용한 상품은 수만 개에 이르고, 수조 원의 경제효과를 유발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관(官) 주도의 지역 캐릭터로는 고양시의 ‘고양고양이’를 제외하고 생명력이 긴 캐릭터의 성공 사례를 찾기 쉽지 않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지자체 주도의 지역 캐릭터의 경우, 지자체장의 결정에 따라 캐릭터의 지속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2008년 서울시의 오세훈 시장이 ‘해치’라는 캐릭터를 출범시켰지만 2011년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면서 해치 관련 예산이 끊겼고 ‘해치’의 생명력은 급격히 저하됐다. 이렇듯 정치적 이해관계는 지역 캐릭터의 생명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역 캐릭터의 가치는 산업성, 공익성, 지속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제작사 같은 민간 사업자는 캐릭터의 산업적 가치를 중시한다. 캐릭터 산업은 매년 성장해왔고, 한국의 수출 효자 종목이기도 하다. 2022년 발행된 콘텐츠 산업백서에 따르면, 전라북도의 캐릭터 산업의 종사자 수는 15개 지자체(6개 광역시와 9개도) 중 인구수 대비 13번째로 낮지만 캐릭터 산업 매출액 규모는 9번째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최근 메타버스가 주목받으면서 캐릭터 사업은 아바타나 메타휴먼과 같은 지식재산권의 진화와 함께 NFT를 비롯한 디지털 경제로의 확장에도 기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자체는 지역 캐릭터의 산업적 가치보다 공익적 가치에 무게를 둔다. 특히 지역 및 관광 활성화라는 지자체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 캐릭터를 개발한다. 앞서 언급한 일본 구마모토현의 지역 캐릭터인 쿠마몬은 2019년 기준 일본 소비자의 캐릭터 호감도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즉 지역 캐릭터의 공공성이 산업적 가치로 이어진 대표적인 경우다. 지역 캐릭터의 생명력을 마차에 비유한다면, 공익성과 산업성이라는 양쪽 바퀴가 모두 잘 굴러가야 한다. 또 마차를 모는 마부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말을 몰아야 한다. ‘개 내려온다’의 흥행은 민관협력을 통해서 지역 캐릭터가 지역문제를 개선하고,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다. 지자체는 민간의 지역 캐릭터를 방치하기보다는 지역 경제와 문화, 도정 홍보와 공공서비스 개선 등을 위한 활용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가 캐릭터 사업을 직접 주도하면서 정치적 굴곡에 따른 지속적 가치를 시험하기보다는 이미 민(民)의 노력으로 생명력을 키워온 지역 캐릭터를 잘 활용해 민관협력과 지역 상생을 위해서 관심을 기울일 때다. /오원환 국립군산대학교 미디어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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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28 17:31

새만금 특별지자체, 출범도 전에 충돌이라니

새만금특별지자체가 출범도 하기 전에 삐걱거리고 있다. 관할권을 두고 갈라진 골이 전혀 봉합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시장 군수 등 자치단체장이 나서 다투더니 이제는 지방의회가 나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한발씩 물러나 타협점은 없는지 좀더 대승적으로 생각해 봤으면 한다. 특별지자체는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지난해 1월 13일 시행된 내용으로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특정한 목적을 위해 설치하는 단체를 말한다. 이른바 '부산, 울산, 경남 메가시티'처럼 인근 자치단체끼리 기능적으로 협력하는 제도다. 공동 지방의회를 꾸려 조례를 만들 수 있고, 공동 단체장이 공무원도 임용할 수 있다. 특별지자체가 구성되기 위해선 조직과 운영을 위한 규약을 만들고, 각 지방의회 의결과 행정안전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새만금지역의 경우 인접한 군산과 김제, 부안이 대상이다. 전북도가 조례 등을 만들어 주도하고 있는데 행정통합으로 가기 전 단계로 볼 수 있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관할권 다툼을 일단 뒤로 미루고 우선 상생협력부터 하자는 뜻이다. 그러나 관할권 다툼이 그대로 연장돼 특별지자체는 아직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 이번에는 김제시의회가 먼저 들고 나섰다. ‘새만금 특별지방자치단체 관련 전라북도의 자치권 농단 규탄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이다. 이들은 “새만금 신항과 동서도로 구간에 대한 관할권이 법과 원칙에 따라 중앙분쟁조정위원회 심의 절차가 진행 중인데 이를 보류하려는 것은 관할권을 군산시로 결정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군산시의회는 “명분 없는 도발행위”라고 발끈하며 “새만금 신항과 동서도로 구간을 ‘특별위기 대응지역’으로 선언하고 총력대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선 관할권’이냐 ‘선 개발 후 관할 결정’이냐의 차이다. 이러한 분쟁은 이미 2010년 방조제 관할문제부터 끌어온 해묵은 사안이다. 시군 간에 감정이 쌓이고 물고 물리는 소송으로 엄청난 변호사비만 지불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국가예산 확보나 기업유치 등에 발목이 잡히지 않을까 걱정이다. 특별지자체는 연대와 협력 등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서로 감정을 낮추고 상생할 수 있는 사업부터 접근해 봤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6.28 17:28

부안지질명소 지질학적 가치 세계가 인정

부안은 2017년 9월 환경부로부터 국내 10번째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았다. 부안은 이미 오래전부터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국가지질공원 인증으로 부안의 자연경관이 내포하고 있는 지질학적 역사의 중요성과 가치를 공식적으로 입증 받은 것이다. 국가지질공원은 지질유산의 중요성만 갖춰진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국가지질공원에 속해 있는 지역사회, 주민이 선도해 지질공원 영역 속에 포함되는 지질, 생태, 문화를 보전하고 활용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부안군은 처음부터 국가지질공원 인증뿐만 아니라 부안이 한 발짝 더 도약할 수 있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을 목표로 준비를 해왔다.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은 후에는 지질유산 보전, 지역주민 협력, 교육·탐방프로그램 운영 등 세계지질공원으로 갖춰야 할 평가항목들을 면밀하게 분석해 전북 서해안 국가지질공원만의 강점을 살리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보완을 해왔다. 2019년 4월 전라북도, 부안군, 고창군이 함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정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세계지질공원 등재 준비를 했다. 부안이 포함된 전북 서해안 국가지질공원은 2020년 국내 후보지로 선정돼 같은 해 11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신청서를 제출했다. 2022년 10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현장실사 일정이 확정되고 평가자들이 전북 서해안 지질공원이 자리한 부안군과 고창군을 방문했다. 2박3일 동안 전북 서해안 국가지질공원의 솔직한 이야기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 되기 위한 진심을 보여주는 시간을 보냈다. 지질명소인 위도 작은 섬을 방문해 만난 지역주민과의 대화를 통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 돼야 하는 당위성에도 크게 공감했다. 또 평가자들은 부안의 지질명소인 채석강, 적벽강, 위도(공룡알 화석지, 대월습곡) 등 현장답사에서 전문가들과 열띤 토론과 함께 멋진 경관에 감탄했다. 현장실사 이후 2022년 12월 온라인으로 이뤄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이사회를 통해 전북 서해안 지질공원의 현장평가 보고 후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로 안건을 상정하는 것을 동의했다. 사실상 세계지질공원 지정사항은 최종적으로 승인되는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별도의 논의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이사회의 결정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었다. 이렇게 큰 산을 한차례 넘기고 5개월 뒤인 2023년 5월 프랑스에서 열린 216회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를 통해 전북 서해안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정이 승인됐다. 본격적으로 세계지질공원 지정 준비를 시작하고 5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4년 동안 유지가 된다. 2026년에는 세계지질공원 재지정을 위한 현장평가를 받아야 한다. 앞으로 국제적인 위상에 맞는 교육·탐방·관광 프로그램을 유치하고 지질공원을 운영·관리해 지속적으로 유네스코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처음 지질공원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는 부안군이 갖고 있는 아름답고 소중하며 가치 있는 지질자원을 교육, 관광 등에 활용하면서 직접적으로 주민들이 지질공원에 참여하고 스스로 지역의 자긍심을 갖게 함으로써 더욱더 지질유산의 보전에 힘쓰고 이러한 과정들이 순환을 이뤄 최종적으로 지속가능한 보전과 발전을 이루기 위함이었다. 앞으로도 지질공원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했던 마음 그대로 부안이 잘 살 수 있고 행복한 도시로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권익현 부안군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3.06.28 17:28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국민의 명령을 들어라

일본은 방사능 오염수 140만 톤이 7월부터 방류를 시작해 30년 동안 바다로 흘려보낼 예정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간단하다.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지 말라는 것이다. 바다에 핵 오염수를 방출하는 것은 국제범죄적 발상이다. 정화 처리를 했느냐 인체에 해가 있느냐를 따지기에 앞서 누구라도 오염된 물을 바다에 버려선 안 되며 그런 행위를 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렇게 하지 말라고 반드시 말해 줘야 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도 했다'면서 앞으로 어느 국가나 오염된 물을 바다에 버리려고 할 것이다. 민주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국제연대 촉구 서한을 태평양 도서국에 발송하고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오는 7월 1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국민보고대회를 대규모로 계획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우려는‘괴담’이라면서 우리나라 야당만 반대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소금을 비롯한 수산물 가격이 폭등할 만큼 국민의 걱정이 큰데도 이들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오로지 일본 정부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말하지 않는 ‘다른 나라가 보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자. 중국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한창이며 러시아는 이미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누누이 밝혀왔다. 호주를 비롯한 태평양 18개 국가들은‘국제 해양법 재판소’에 제소를 추진하고 있다. 홍콩과 마카오는 후쿠시마현 농수산물은 물론 일본 전체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당사자인 일본 어민들은 어떤가?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는 해양 방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며 반대를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논리에 대해 “그렇게 안전하면 오염수를 도쿄만이나 오사카만에 버리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말하며, 일본 정부가 피해 보상을 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오염수 방류는 수십 년 동안 계속될 예정으로 후손들의 일터마저 사라진다는 의미다”라며 일축하고 있다. 오염수에 대한 불안감도 일본 정부의 각료 입을 통해 나왔다. 원전 문제와 해수 방류를 담당하고 있는 니시무라 경제 산업상에게 일본 시민, 환경단체가 오염수를 먹거나 생활용수로 쓸 수 있는지 물었고, 이에 니시무라 장관은 “이 처리수를 음용이나 생활용수로 쓰면 적극적으로 피폭되는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오염수 방출이 본격화되기도 전인데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원전 항만 내에서 잡은 우럭에서 기준치 180배에 달하는 1만 8000베크렐(Bq)의 방사성 세슘이 검출되었다. 이와 함께 세계의 많은 학자들은 오염수에 포함되어 있는 삼중수소 베타선이 집중적인 신체 내부 피폭을 일으켜 여러 세대에 축적되면서 종 유전자 변형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강행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연안 국가의 국민은 물론 인류를 위험에 빠트리는 행위이며,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반인류적 행위이다. 우리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민의 명령에 따라 세계의 여러 나라와 함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김윤덕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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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28 16:02

킬러문제와 특별한 전북

요즘 킬러문제가 화두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출제되는 문제 중에서, 어떻게 해서든 학생들이 틀리게 만들려는 의도가 다분한 초고난도 문제를 말하는데 응시생들의 점수와 멘탈을 kill 한다는 뜻이다. 쉽게말해 어려워서 틀리라고 낸 문제다. 적당히 어려운 준킬러 문제는 사고력과 추론력 등을 높여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 킬러문제는 공교육만으로는 언감생심 손도 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비단 수능 뿐만 아니라 TOEIC, TEPS, 인적성, PEET 등의 다른 시험에서도 쓰이는 용어다. 킬러문제를 보는 시각과 해법은 여야가 극명하게 엇갈리는데 교육계 전반에서 혼란이 있는 것 같다. 교육 분야에서뿐 현실세계에서도 좀 구미가 당긴다 싶으면 킬러문제인 경우가 많다. 지극히 특화된 극소수만 접근 가능한게 어디 한두가지랴. 그래서 자신에게 특화돼 있고 잘 하는 분야에 올인해야만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무하마드 알리가 천부적인 권투를 하지않고 체조나 양궁을 했다면 제아무리 노력한다해도 성공했겠는가. 국가나 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내년 1월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둔 전북이 한번 더 도약하려면 현실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반성에서 시작해야 한다. 전북의 낙후는 정치적으로 중앙정부로부터의 소외라는 큰 원인이 있기는 하지만, 한편으론 그저그만한 현실에 안주한 측면도 결코 없지않다. 더욱이 전북이 잘하는 것을 더 잘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전혀 접근 불가능한 킬러문제에 연연하면서 결국 총점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구태여 하나의 사례를 들자면 제대로 된 초중고 야구팀도 없는 상태에서 대기업의 후원조차 없이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에 나섰던 것을 들 수 있다. 중앙정부가 토공과 주공을 통합해 LH 하나로 태동시키려는 방침이 확고한 상태에서 소위 LH 기관분할안을 들고 나선 것은 판단착오라고 할 수 있다. 과거는 그렇거니와 지금부터라도 전북이 잘 할 수 있는것에 집중해야 한다. 국민연금이나 기금운용본부가 있다손치더라도 금융인프라가 취약한 상태에서 10층, 20층 규모의 건물 몇개 세워봤자 초라하고 궁색할뿐이다. 만년필과 시계를 잘 만드는 몽블랑 회사가 목재업이 돈이 된다고 해서 이쪽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실패로 가는 길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전북이 오랫동안 잘 해왔던 것, 다른 곳에 비해 전통과 특화된 강점을 잘 살리는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금 50대 이상인 사람들은 거의 모든 행사에서 393자로 구성된 국민교육헌장을 듣곤 했는데 이런 구절이 있다.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개발하고∼”. 즉 못하는 것을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원래 잘하는 것을 더 개발하라는 의미다. 지금은 폐기됐지만 국회본의회에서 만장일치 통과됐던 헌장의 한 구절은 음미할 만 하다. 민선8기 출범 1주년을 맞아 전북도나 도내 14개 시군 역시 손대봐야 못푸는 킬러문제에 연연하지 말고 잘 할 수 있는것에 올인해야 한다. 그래야만 합격점을 받을 수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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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28 15:06

전북의 미래, ‘기업 유치’에 전력 쏟아야

전북애향본부가 최근 ‘전북도민 의식조사’ 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지역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열어 관심을 모았다. 이번 도민 의식조사에서 ‘전북지역 거주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6.5%가 긍정적으로 답해 부정적인 답변(21.4%)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또 내년에 출범하는 전북특별자치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이 40.2%로 부정적 전망(23.3%)보다 높았다. 그렇다고 도민들이 전북의 현실에 만족하면서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조금 다른 방향에서 보면 전북에 살면서도 지역에서의 삶에 만족한다는 확고한 답변이 응답자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전북특별자치도에 대해서도 긍정적 전망이 10명 중 4명에 그쳤다. 여기에 여론조사의 특성과 한계도 고려해야 한다. 대전환의 시대, 전북의 현실에 대한 만족도와 미래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 만큼 이번 의식조사에서는 도민이 꼽은 ‘전북발전을 위한 핵심 과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응답자들은 ‘전북 발전을 위한 과제’로 기업유치(45.9%)와 정치력 강화(20.4%), 인재육성(17.1%)을 우선 순위로 꼽았다. 전북경제 낙후의 원인이 ‘취약한 산업구조’(30.3%)에 있다는 답변과 일맥상통한다. 또 지역소멸 위기의 시대, 인구감소 대책에 대한 질문에서도 ‘기업유치’(35.9%)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일자리를 찾아 젊은층이 지역을 떠나는 현실에서 기업유치에 대한 도민의 갈망을 엿볼 수 있다. 민선8기 김관영 전북지사의 ‘대기업 유치’ 공약이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기업유치와 관련해 도민이 느끼는 체감온도도 그리 높지 않다. 전북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젊은 세대가 떠나지 않아도 되는 전북을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역시 기업유치다.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역량을 총결집해야 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기업유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더 좋은 투자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투자여건을 대폭 개선해 지역 전략산업 분야의 우량 기업을 끌어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로·항만·공항 등 SOC 확충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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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28 13:25

전주시민의 건강한 삶을 위한 스마트 물관리

‘정치(政治)’, 사전적 의미로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역할’ 등이 있다. ‘정치’의 치(治, 다스릴 치)자에 물수변(氵)이 있는 이유는 물을 잘 다스려야 국민들이 평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도사업은 1908년 뚝도정수장 준공을 시작으로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국민들에게 수돗물을 보급하고자 하는 ‘양적 확대’가 주안점이었다. 이에 따라 상수도 보급률은 상수도 통계 기준(2021년) 전국 98.9%, 전주시는 100%를 달성하는 등 성공적인 상수도 보급을 이루어냈다. 하지만 인천 적수 사태, 수돗물 유충 사건 등의 수질사고는 수돗물에 대한 불안을 커지게 하였고, 국민들의 시선은 수도시설의 ‘양적 확대’에서 수돗물의 ‘질적 향상’에 집중되었다. 건강한 수돗물 공급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수돗물 직접 음용률은 약 36%(수돗물 먹는 실태조사, 2021 환경부)에 그치는 등 수돗물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여전하다. 또한 상수도 통계(2021년)에 따르면 전주시는 총연장 2,598km의 관로 중 21년 이상의 노후관이 1,474km로 무려 56.7%에 달하기에 지속적인 수질 관리 및 개선이 요구된다. 환경부와 전주시는 상수도 인프라 개선을 통하여 안전한 수돗물 공급을 위한 수돗물 신뢰 향상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2020년부터 131억원을 투입하여 ’전주시 스마트 관망관리 인프라 구축사업(SWM)‘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수질오염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고 문제지점의 신속한 대응을 통해 수질사고 방지 및 안전한 수돗물의 지속적 공급을 실현하는 데 있다. 또한 수돗물 공급 전 과정에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입한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여 보다 효율적인 수질 감시 및 관리를 실현할 수 있게 한다. 과거에는 수질검사를 하기 위해 현장에서 직접 취수를 한 이후 검사소를 거쳐야 했기 때문에 절차가 복잡하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스마트 관망관리 인프라가 구축되면 수질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그 결과가 통합센터로 송출됨으로써 실시간 수질 확인이 가능해진다. 특히 민원 다발 구간 등 수질문제 발생 지점에 대한 집중 관리가 가능하다. 국내 물 관리 전문기관인 K-water는 전주시와 위·수탁 협약을 체결하고 본 사업을 본격 추진 중에 있으며, 금년 말 최종 준공을 앞두고 있다. K-water는 2016년 경기도 파주시, 2020년 세종특별시에 스마트 관망관리 인프라를 구축하여 수질개선 및 안정적인 물공급을 통해 수돗물 직접 음용률 대폭 향상이라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전주시와 K-water는 스마트 관망관리 인프라 구축사업과 노후 상수관망 정비사업(현대화 사업) 추진을 통해 건강한 물 복지 실현을 위한 상수도 공사도 병행 시행하고 있다. 도심지 내 공사로 인한 교통통제 등 불편사항이 발생할 수 있으나,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반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전주시민들의 너그러운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마시는 일은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이며 65만 전주시민의 염원이기도 하다. 고품질 수돗물의 안정적인 공급을 통해 깨끗하고 안전한 전주를 만들기 위해서 전주시와 K-water는 유기적 협조체계를 기반으로 함께 노력해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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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27 17:37

악성 민원인, 처벌 강화해야 한다

전주시가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민원담당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오는 8월부터 민원 응대 담당 공무원들에게 웨어러블 카메라를 지급해 몸에 카메라를 달고 근무토록 한 것이다. 초상권 침해 등 일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나 부득이한 조치로 보인다. 민원인들의 각종 위법행위가 도를 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선 주민센터는 물론 시군청, 구청 등에는 악성 민원인의 위법행위가 종종 발생한다. 법이나 제도상 불가능한 민원을 들고와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민원을 들어주지 않으면 폭언, 협박, 성희롱, 폭행, 기물 파괴 등을 일삼곤 한다. 또 술에 취해 집기류나 휴대폰을 던지는가하면 염산테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중복·반복 민원으로 담당공무원을 괴롭히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이로 인해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는가 하면 병가를 내고 입원을 하는 피해 공무원도 있다. 공황장애와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에 따라 민원부서가 기피부서가 되고 심지어 이곳에 발령나면 사표를 내고 떠나는 새내기 공무원도 없지 않다. 한국행정연구원이 2021년 11월 서울시청 산하 민원 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들은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민원에 대해 무리하게 요구’(89.0%)하거나 ‘모욕적인 비난, 고함, 욕설 등의 행위’(80.9%)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29.7%가 물리적 폭행, 23.3%가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협박, 18.1%가 원치 않는 신체접촉이나 성희롱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타 시도의 경우 민원실 안전시설과 장비 확충, 직무교육과 인사상 우대, 휴식과 심신 치유 기회 제공, 민원응대 지침(매뉴얼) 제작·배부, 특이민원 대응 역량 강화 교육, 비상대응팀 구성·운영 등 대응력을 강화하고 있다. 나아가 담당 공무원의 신체·정신적 피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심리상담과 의료비 등을 지원하고, 적절한 휴식 부여와 함께 필요시 법적 대응 지원과 인사상 조처를 하고 있다. 선량한 민원인에 대해서는 더없이 친절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맞다. 하지만 악성 민원인은 엄정 대응을 통해 다시는 같은 행동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민원 담당 공무원을 보호하고 다른 민원인의 피해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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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27 17:33

저출산 대 저출생?

5년 전 본격화한 개념 논쟁이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채 아직도 지속하고 있다. 2018년 무렵 여성계에서 출산 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를 향해 “여성을 출산 수단으로 여기지 말라”며 제동을 걸면서, ‘저출산’을 ‘저출생’으로 바꿔 부르자고 요구했다. ‘저출산’이 아이를 적게 낳는 주체인 여성에 초점을 맞춘 개념이고, ‘저출생’은 태어난 아이 수가 줄어드는 사회 구조에 무게를 둔 것이라 주장하면서, 한국사회가 직면한 인구문제의 원인이 성차별적 사회구조에 있음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저출생’ 개념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는 별개로, ‘출산’이 일본식 한자어라서, 우리식 한자어인 ‘출생’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한때 있었다. 이 주장에 찬동한 국회의원들은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과 그 관련 법에 쓰인 ‘저출산’을 ‘저출생’으로 바꾸려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그것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그 사이에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 이하로 떨어져, 비교 상대국을 찾기조차 힘든 수준으로, OECD 회원국 중 꼴찌로 전락했다. 이렇게 출산율이 급격히 하락한 원인이 저출산을 저출생으로 정책 개념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일까? 저출산을 저출생으로 정책 개념을 바꿨다면, 출산율 하락을 막을 수 있었을까? 한국의 인구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유배우 출산율’, 즉 기혼 부부의 출산율 수준이 과거에는 OECD 평균과 유사한 수준에 있었는데, 최근에는 그조차도 급격히 하락했음을 발견한다. 구체적 인구정책 입안과 집행은 도외시한 채, 위기가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도 공리공론에 몰두하고 있다. 저출산·저출생은 하나의 현상을 다른 각도에서 조명한 개념인데, 그것 중 하나를 취사선택한다는 것은 황당한 발상이다. ‘인구학’ 교과서에는 출산력(fertility), 출산율(fertility rate), 출생률(birth rate) 개념을 모두 소개하고 있다. 출산 현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 전문 용어는 그 외에도 여럿 있다. 당연히, UN과 OECD 등 국제기구에서도 다양한 출산율·출생률 지표를 소개하고, 세계 각국의 구체적 수치를 발표한다. 이 자료를 통해, 사람들은 특정국의 출산율·출생률 수준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 가늠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저출산 대책 관련 법 전반에 걸쳐 출산을 출생으로 개념을 대체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출산과 출생은 별개의 개념이고, 한국 정부에서도 두 개념을 모두 사용한다. 최근 감사원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출산’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 2,236명을 조사했고, 그 과정에서 유기·사망·실종된 사례를 여럿 발견하여 한국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출산과 출생 개념은 대체관계가 아니라 보완관계에 있음을 쉽게 발견한다. 한국이 초저출산율을 기록하는 원인(예, 만혼율·독신율, 주거·일자리, 임신·출산·육아·교육비 등)을 찾아 그에 합당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은 ‘저출산’정책의 지향점이고, 출생인구가 적어서 생긴 사회문제(예컨대,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아동 관련 산업, 교육산업, 지역소멸 등)의 본질을 찾아서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은 ‘저출생’정책의 목표 지점이다. 당연히, 이 둘 중 어느 하나를 버릴 수 없다. ‘실질적인 일(實事)에 나아가 옳음을 구한다(求是)’라는 실사구시 정신에 바탕을 두고, 인구정책을 재정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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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27 16:22

초상화와 춘향 영정

우리나라 초상화의 역사는 깊고 융성하다. 그중에서도 조선 시대 초상화는 한 시대 미술사를 주도할 정도로 왕성하게 제작됐다. 미술사가 유홍준은 조선을 ‘초상화의 왕국’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조선 시대에 제작된 수많은 초상화는 전란을 겪으면서 소실되었거나, 낡으면 새로 제작한 뒤 불태워 없애버리는 관행으로 원본이 남아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서화의 맥이 탄탄한 전북은 초상화로 더 빛난다. 그 역사를 이끈 사람이 있다. 초상화가 채용신(蔡龍臣 1848-1941)이다. 근대 한국화단의 마지막 초상화로 꼽히는 채용신은 전통 초상화 기법을 계승하면서도 전통과 서양 화법을 조화시키고 근대 사진술을 반영해 '채석지 필법'이라는 독특한 화풍을 개척했다. 그는 150여 점의 초상화를 남겼다. 무과에 급제해 여러 관직을 거쳤으나 세상이 어지러워지자 그만두고 전주 인근에 내려와 살면서 의뢰하는 인물들의 초상화를 모두 그려주었던 덕분이다. 그는 정읍 태인에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초상화 그리는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당대의 이름난 학자와 우국지사의 초상을 오늘에 남긴 것도, 높은 관직을 갖고 있거나 명망이 있는 집안에서나 의뢰할 수 있었던 초상화를 누구나 가질 수 있게 된 시대적 변화를 이끈 것도 그였다. 인물을 통해 역사를 읽어내는 일은 기록이나 유산으로 역사를 읽어내는 일과는 또 다른 의미의 역사 읽기다. 인물을 통해 역사를 읽어낼 수 있는 방식은 여럿이다. 당대의 화가들에 의해 그려진 초상(肖像)을 통해 역사를 읽는 방법도 그중 하나다. 초상은 그림으로 역사 속 인물을 만나게 하거나 인물을 통해 역사를 읽게 하는 흥미로운 통로가 된다. 제사를 지내기 위해 제작하는 초상화도 있다. ‘영정’이라 부르는 초상화다. 남원 광한루의 춘향 영정이 논란에 쌓였다. 남원시가 왜색 논란이 있던 친일 화가 김은호의 영정을 철거하고 새로 제작해 지난 5월 봉안한 새 영정이다.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춘향의 모습이 아니다’는 비판과 ‘전문가의 고증과 자문을 거쳐 아름다운 춘향을 그리려 했다’는 화가의 항변이 맞선다. 한 시대 초상화를 주도했던 우리 지역에서 초상화가 논란이 된 형국은 안타깝다. 그런데 좀 더 본질적인 문제가 제기됐다. 비단과 안료의 생산지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방식으로 제작되는 화견(그림을 그리는 비단)을 생산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물감도 마찬가지여서 대부분을 일본산과 중국산에 의지하고 있다. 춘향 영정 안료와 비단 생산지를 주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만약 안료와 비단이 일본산이나 중국산이라면 영정을 새로 제작한 취지조차 무색해진다. 영정 제작 과정의 정당성이 새삼 궁금해지는 이유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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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3.06.27 15:54

건설현장 금품갈취 이렇게 많을수가...

건설현장 주변의 불법행위, 특히 금품갈취가 이렇게 까지 만연했던가 하는 한탄이 절로 나오는 지경이다. 그동안 입소문으로만 떠돌던 것들이 수사 결과 훨씬 더 심각한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건설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 특별단속' 시행 결과 총 1484명을 검찰에 송치하고, 이 중 132명을 구속했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이번 단속은 지난해 12월 8일부터 이날까지 200일 동안 진행됐다.입건된 사례를 불법행위 유형별로 살펴보면, 전임비·월례비 등 각종 명목의 '금품갈취'가 979명(66.0%)으로 가장 많았다. '소속 단체원 채용 및 장비 사용 강요'가 206명(13.9%), 건설현장 출입방해·작업거부 등 '업무방해'가 199명(13.4%)으로 뒤를 이었다. 말이 금품갈취일뿐 사실은 우리사회의 독버섯이 도처에 자라나고 있었음이 확인된 셈이다. 경찰은 이러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건설현장 폭력행위가 완전히 근절됐다고 보기 어렵고, 다수의 주요 사건이 진행 중에 있어 특별단속을 50일 연장하기로 했다. 입건된 피의자들이 속한 단체는 '양대 노총'이 933명(62.9%)으로 가장 많았고, '기타 노조·단체'는 493명(33.2%), '개인'은 58명(3.9%) 순이었다. 수법도 가지가지다. 장애인 의무고용 규정을 악용해 장애인 노조원이 없는 장애인 노조를 만든 뒤, 건설현장의 장애인 의무고용 규정을 빌미로 본인들 노조원을 채용하라고 강요한 경우도 있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전북지역 건설현장의 심각성도 전국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북경찰청 특별단속 결과 총 44건에 178명이 적발됐다. 이 중 32건에 138명이 송치(11명 구속)됐다. 경찰은 현재 6건, 11명을 수사중이다. 전임비, 월례비 등 각종 명목의 금품갈취가 145명으로 전체 인원의 81.5%나 된다. 소속 단체원 채용 또는 장비사용 등 강요 26명(14.6%), 건설현장 출입방해 등 업무방해 및 각종폭력 7명(3.9%) 등이 뒤를 잇고있다. 연장된 특별단속 기간에 건설현장 폭력행위를 더 철저히 색출해야 한다. 특히 피해자들을 적극 보호하고 혹여나 보복범죄가 일어나지 않는가에 대해서도 감시의 눈초리를 더 치켜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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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6.27 14:51

학교복합시설 사업, 지역사회 새 활력소 되길

저출산·고령화 시대, 학교의 위기가 심각하다. 농어촌에서는 신입생이 아예 없는 학교가 해마다 늘고 있다. 도시의 옛 중심이었던 원도심 지역도 다르지 않다. 과거 거대·과밀학교로 ‘살 빼기’를 고심해야 했던 원도심 명문 학교들이 작은 학교로 전락해 통폐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도시 외곽으로 주거지역이 확산되면서 원도심은 가파른 쇠락의 길을 걸어야 했다. 학교의 위기가 지역공동체 붕괴를 앞당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학교와 상관없이 지역사회가 소멸위기를 맞았다. 이제 학교보다 지역공동체 붕괴를 더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그래도 학교는 여전히 지역공동체의 중심 공간이다. 학교가 도시재생, 농어촌공동체 활성화의 거점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지역소멸 위기의 시대, 교육청과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학교-지역사회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역점 추진하는 ‘학교복합시설’ 공모사업에 관심이 쏠린다. 인구절벽 시대, 학교를 지역 상생 발전의 거점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다. 교육청과 지자체가 협력해 학교 유휴공간에 수영장과 공영주차장·도서관 등 교육·돌봄, 문화, 체육·복지시설을 설치하고 이를 학생과 지역 주민이 공동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국무조정실이 기재부와 교육부·문체부·복지부·국토부 등 관계 부처 합동으로 2019년부터 ‘생활SOC 복합화사업’의 일환으로 학교복합시설 공모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서 사업을 추진해 주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정부 지원을 받아 학교에 설치된 시설은 생활문화센터와 공영주차장, 공공도서관, 국민체육센터, 다함께돌봄센터 등이 많았다. 주로 신설 학교와 원도심 학교가 대상이 됐고, 폐교 공간에 복합시설을 설치한 곳도 있다. 하지만 전북에서는 이 사업을 추진한 학교가 아직 한 곳도 없다. 다른 지역보다 학교와 지역공동체의 위기가 더 심각했지만 교육청도 지자체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서로를 신뢰하지 못한 교육청과 지자체가 협업관계를 꺼렸던 것도 원인이다. 교육청과 지자체의 일시적 소통이 아닌, 지속적인 협력을 요구하는 사업인 까닭에 시설물 소유권과 관리·감독 책임 등을 놓고 벌어질 갈등을 미리 걱정했을 것이다. 지자체와 교육협치 체계를 구축한 전북교육청이 올해 들어 강한 의지를 보였다. 지난달 시·군 교육지원청과 지자체 관계자, 학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학교복합시설 공모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조만간 ‘학교복합시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7월에는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희망 지역의 사업계획서를 받아 8월에 교육부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3월 ‘학교복합시설 활성화 방안’을 통해 향후 5년 동안 매년 40개교, 총 200개교에 학교복합시설 설치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인구감소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농어촌과 원도심 지역의 공동체 활성화 사업은 지역사회 거점 공간인 학교에서 시작돼야 한다. 학교복합시설 사업이 해법이 될 수 있다. 학생 수가 크게 줄어든 원도심 학교에 학생과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공공시설을 설치해 침체된 지역공동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또 방치된 폐교 공간에 도서관·돌봄센터·체육관 등 교육시설과 주민 복지시설을 설치한다면 농어촌공동체에 새로운 활력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학교시설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과정에서 교육기관과 지자체의 상시 협력시스템 구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역소멸 위기의 시대, 전북교육청과 지자체가 긴밀한 협업을 통해 추진하게 될 학교복합시설 사업이 쇠락하는 원도심과 농어촌공동체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길 기대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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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3.06.27 14:18

카카오톡으로 판매하는 한방다이어트 보조식품 구매 주의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뢰할 수 없는 해외 판매자에게 구매한 다이어트 보조식품 관련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카카오톡을 이용해 다이어트 한약을 판매 후 주문취소를 거부하거나 추가 구매를 강요하는 등의 새로운 유형이 등장해 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제거래 소비자포털에 접수된 다이어트 보조식품 관련 소비자불만 상담은 2023년 4월 기준으로 21건이 접수되었는데, 이중 13건은 ‘nativelyhealth.com’ 등 특정 해외직구 쇼핑몰에서 구매가보다 과도한 금액이 결제되거나, 상품에 우리나라에서 수입이 금지된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세관으로부터 통관 불가 통보를 받은 사례가 접수됐다. 올해 새롭게 등장한 피해 유형(8건)은 해외사업자가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소비자에게 ‘다이어트 한약’, ‘다이어트 한방차’ 등의 상품구매를 권유해 판매한 후, 주문취소를 거부하거나 상품 추가 구매·결제를 요구하는 사례였다. 한약을 구매했는데 배송된 상품은 차(茶)·식이섬유 등의 기성 상품인 경우도 있었다. Xianfubao사이트 또는 ‘고급 한약 다이어트 관리사’ 등의 닉네임을 사용하는 판매자가 이러한 한방 제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들은 사이트 주소(URL)를 계속 변경하거나 정확한 판매자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또한, 카카오톡 상담에서는 번역기를 사용한 듯 어색한 한국어를 사용하거나 강압적 어투로 구매를 강요하는 등의 행태를 보였다. 일부 판매자는 은행 송금으로 대금 지급을 유도해 피해 해결이 어렵고, 판매상품의 성분이 불명확한 사례도 있었다. 다이어트 보조식품은 성분에 따라 신체에 유해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신뢰할 수 없는 판매자와는 거래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제조처가 불분명한 해외 판매자에게 구매한 식품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고, 더욱이 의약품인 한약을 인터넷 등을 통해 판매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SNS, 유튜브 광고 등에서 알게 된 해외 판매자와 거래할 때는 국제거래 소비자포털(crossborder.kca.go.kr)과 검색 포털 등에 유사한 피해사례가 없는지 검색해보는 것이 좋다. 또한 해외 쇼핑몰에서 상품 구입 시 대금 결제는 은행송금보다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신용(체크)카드로 결제한 경우, 구매 후 상품을 장기간(30일 이상) 배송받지 못하거나 광고와 명백히 다른 상품을 받는 등의 피해가 발생하면, 결제한 신용카드사에 차지백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다. 차지백 서비스는 구입일로부터 120일(VISA, Master Card, AMEX) 또는 180일(Union Pay) 이내에 신용카드사에 승인된 거래를 취소 요청할 수 있는 서비스다. 피해 발생 후 사업자와 원만한 해결이 어렵다면 사업자 정보(이메일 주소 등), 결제내역 등 증빙자료를 확보하여 국제거래 소비자포털에 상담을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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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3.06.26 17:45

오염수 방류, 정부는 수산업 대책 내놓아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가 눈앞에 다가왔다. 일본은 후쿠시마 제1원전의 해양 방류에 사용할 해저터널 공사를 완료한데 이어 28일 관련 설비에 대한 최종 확인검사가 끝나면 준비절차가 사실상 마무리 된다. 방류가 임박한 것이다. 당장 우리의 식탁에 올라올 수산물 오염문제가 걱정이다. 얼마전 일어난 소금 사재기 파동이나 곧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야 할 횟집들이 텅텅 빈 것만 봐도 국민들의 불안감이 얼마나 큰지 엿볼 수 있다. 수산업에 대한 치명적 타격 역시 불보둣 뻔하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첨예만 대립으로 말싸움만 할 뿐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괴담’ ‘선동’이라며 야당을 비난하고 있고 야당은 정부에 대해 즉각 방류 중단을 요구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염수에 대한 불안은 더욱 증폭되고 있고 국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한 상태다. 특히 수산업 종사자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로 몰리고 있다. 이렇게 되자 해양수산부 송상근 차관은 25일 군산을 방문, 수산시장 상인회와 간담회를 가졌다. ‘안전한 우리 수산물 안심하고 드세요’라는 메시지가 담긴 홍보물을 나눠주며 국내산 수산물의 안전성을 알렸다. 또 국민의힘 지도부는 횟집을 찾아 시식회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오염수 문제를 ‘괴담’이나 ‘선동’이라고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일본 내부나 인근 국가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30만 명의 조합원을 둔 일본 전국어업조합연합회가 방류에 반대하고 홍콩과 중국 등이 나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정부 여당이 나서 일본보다 더 안전하다고 옹호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수산업은 지금 큰 위기에 봉착해 있는 실정이다. 조업어장이 축소되고 기후위기와 과도한 어획 경쟁으로 어업생산의 급감, 어업인력의 고령화 등 어촌지역의 지역소멸 현상이 가속화되는 시점이다. 여기에 오염수 방류까지 겹쳐 수산업은 설 자리가 없다. 정부는 쉬운 일은 아니나 수산업과 어민을 보호할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원전수 안전관리 및 어업 지원 등 종합적인 대책과 법·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이것이 정부의 존재이유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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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6.26 17:44

지금 종이 신문을 읽고 있는 나와 당신-기성세대에게 고함

종이 신문으로 이 칼럼을 읽고 있는 독자는 아마도 대부분 중, 장년층이상 그러니까 기성세대일 것이다. 반면 2~30대 젊은 세대에게 신문이나 책, TV, 심지어 극장에서 보는 영화까지 올드 미디어는 흥미롭지 않고 시간낭비일 뿐이다. 이들은 20시간짜리 드라마를 30분 남짓 요약본으로 보고 영화를 소위 ‘짤(긴 콘텐츠의 핵심만 잘라 짧게 편집한 영상)’로 감상하는 것을 선호한다. 학생들과 영화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보면 ‘그런 장면이 나왔어요?’로 마무리되고 만다. 솔직히 전체 이야기와 극적인 장면 몇 개에 불과한 ‘짤’이 한 영화, 드라마의 전부라면 뭔가 씁쓸하고 괜히 서운하지만 이건 비단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종이 책장을 넘기며 소설을 읽고, 4시간 넘는 영화를 보고 뿌듯해하며, 온 가족이 모여 하나의 콘텐츠를 시청하고, 방송사 시상식을 보는 것으로 한 해를 마감하던 시대는 이미 끝난 것이다. 더 나아가 부당한 폭력과 권력에 저항하기 위해 광장에 모였던 다급했고, 간절한 신념들도 점차 과거의 유산이 되어가고 있다. 예전처럼 분노해야하고 함께 행동에 나서야 할 일들은 여전히 현실에서 차고 넘치지만, 우리는 침묵을 선택하고 인터넷 뉴스 댓글창과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텍스트로만 표출한다. 이런 미디어에는 전문가처럼 보이는 글재주와 과거 유산에 대한 그리움, 현재에 대한 냉혹한 비판의 글이 가득하다. 젊은 세대들은 원래 자신들의 놀이터였던 이 곳을 버리고 조용히 짐을 싸 어른들은 모르는, 새로운 미디어로 옮겨갔다. 남은 건 컴퓨터와 인터넷을 글로 배운 기성세대뿐이고 그 공간에는 미래와 젊은 세대를 걱정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런 우리를 젊은 세대는 이렇게 바라본다. 풀기 어려운 숙제를 잔뜩 미뤄둔 채로 작디작은 권한조차도 포기하지 않는 세대. 혼내고 가르치려고만 하면서, 매너는 없고 막무가내로 말만 많은 세대. 정의와 민주주의의 수호자처럼 굴다가 스스로의 모순과 탐욕으로 무너지는 세대. 애초부터 돈과 권력만 좇는 세력으로만 기능하는 꼴통 세대. 자본과 부동산을 독식하고 더 불리려 젊은이를 상대로 사기 치는 세대. 무엇보다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세대...... 이런 기성세대가 주축이 되어 수립한(지지했든 아니든) 윤 정부가 들어선 지 400일이 넘었다. ‘아님 말고’ 찔러대기 식 말잔치 혹은 고도의 막말 전략이 반복되고 있다. 상징적으로 보이지만 이 프로세스에는 미래에 대한 숙고와 배려, 공감이 전혀 없다. 이런 식이다. 술자리든 어디서든 누군가의 가십/의견을 듣는다 > 지난 정부 탓인지 판단한다 > 공식 석상에서 강하게 말한다 > 반응을 살핀다 > 사고 쳤음을 깨닫는다 > 부정한다 > 우리 편 중 책임질 사람을 정해놓고 질책한다 > 외부 공격 대상을 특정하고 화력을 집중한다 > 편을 갈라 우리 편은 챙겼으니 됐다고 평가한다 > 공론화(?) 과정을 수행한 카리스마 넘치는 개인기를 자화자찬한다 > 후폭풍은 무시하고 잊힐 때까지 모른척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국민 대다수가 노동자이고 G7을 꿈꾸면서도 선진국의 노동조합이나 복지, 소비자 권력에는 무관심한 나라를 기어이 만들고 말았다. 젊은 세대들을 자본과 착취의 틈에 끼워 넣고 MZ니 뭐니 이름 붙여 무시한다. 좋은 일자리는 독차지하고, 젊은이들은 도전정신으로 창업해야 한다고 내몰더니 결코 그 상점의 고객은 되지 않는다. 우연히 들러 핀잔과 잔소리만 늘어놓는다. 그런 우리에게 젊은 세대는 한마디 대꾸도 없고 소통을 포기한다. 여러분이 있는 곳이 조직이든 회사든 어디든 젊은이를 보라. 맘대로 떠드는 입을 다물고 그들의 목소리를 먼저 듣고, 작은 것부터 점차 큰 것까지 그들이 결정내릴 수 있도록 하자. 우리에게 염치란 게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반드시 그래야 한다. /박형웅 전주대 실감미디어혁신공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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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2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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