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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약탈, 환수와 반환

일본인이 꼽는 국보 1호는 교토 광륭사에 있는 ‘목조반가사유상’이다. 독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가 ‘이처럼 인간 실존의 진실로 평화로운 모습을 구현한 예술품은 본 적이 없다’고 극찬했다는 바로 그 불상. 그러나 이 불상을 더 주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같은 반가사유상이라해도 광륭사 불상과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 되어 있는 국보 제 83호 ‘금동반가사유상’이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양식과 모습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무와 금동이라는 재질만 다를 뿐 그 모습이 흡사해 ‘쌍둥이 불상’으로도 불리는 이 불상들은 덕분에 세상에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광륭사 불상은 삼국시대에 제작되어 일본에 전해진 것으로 추정되어 왔다. 양식뿐 아니라 재료도 일본 초기 불상들이 모두 노송을 사용한 것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많이 생산되는 적송을 사용했으며 기법도 전신을 여러 개 나무로 따로 만들어 조합하지 않고 모두 한 덩이 나무로 조각했다는 점이 그런 추정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다. 30년 전, 조선통신사가 지나간 길을 따라간 답사길에서 광륭사 ‘목조반가사유상’을 마주했다. 빛을 절제한 공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신비로움에 빠져 있던 일행 사이에서 누군가가 ‘이것도 우리 것 아닌가?’라고 말했었다. 사실 답사길에서 만났던 일본의 수많은 문화재 중에는 우리나라 유물이 적지 않았다. 정상적(?) 과정을 통해 전달된 것들이 대부분이었겠지만 건너온 사유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것들도 많았다. 그때 건너온 과정이 명쾌하지 않은 일본 속 한국의 유물들은 얼마나 될까 궁금하게 한 불상이 있다. 대마도 관음사에 있던 고려시대 관세음보살좌상이다. 이 불상 역시 ‘훔쳐 간 것’이 아닐까 의심을 갖게 한 것 중 하나였는데, 옮겨진 과정이 어느 것 하나도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불상이 지난 2012년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놀랍게도 문화재 절도범들이 훔쳐 온 ‘장물’(?) 신세였다. 그러나 불상의 원소유주인 서산 부석사는 일본이 고려 말기 훔쳐 간 약탈 문화재이니 환수해야 한다며 곧바로 인도 청구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부석사의 손을, 2심 재판부는 일본 관음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 상고가 예고되어 있지만,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국제법에 따르면 훔친 문화재는 돌려줘야 하고, 전문가들의 입장은 약탈 문화재라 해도 다시 약탈로 찾아오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데 무게가 실려 있다. 일제 강점기, 일본에 빼앗긴 우리 문화재들을 되찾아 오는 정당한 방법은 없을까 궁금해진다. 때마침 일본에서 약탈 문화재 반환 운동 움직임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이 있다. 우리의 환수 운동에 더 큰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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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3.02.07 16:02

검찰정권과 언론, 그리고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진시황제가 죽자 환관 조고가 권력을 좌지우지하며 권세를 과시하는 과정에서 나온 고사성어이다. 권세를 부리며 진실을 농락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얼마나 권세가 무서웠으면 사슴을 사슴이라 못하고 말이라고 해야 했을까. 이번 정권 들어 대통령을 위시한 통치 권력과 언론의 갈등이 자주 불거지고 있다. 그럴 때 마다 대통령과 그 주변 권력의 대응은 날카롭고 위협적이다. 비속어 보도 관련 MBC에 대한 외교부 소송, 법무부 장관 명예훼손 이유로 KBS 기자 불구속 기소,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한 시민언론 민들레 압수수색, 장관 자택방문 취재한 시민언론 더탐사에 대한 압수수색과 기자 구속영장 청구, 역술인의 대통령 관저 개입 의혹 보도 한 뉴스토마토와 한국일보 기자에 대한 형사 고발 등.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진위를 따지며 대응하기 보다는 감사, 고소고발, 압수수색, 구속영장 청구와 같은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검찰정권의 면모를 언론과의 관계에서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몇 가지 효과들이 나타난다. 첫째는 의혹이나 잘못에 대한 사실 관계 이슈가 특정 언론사의 문제로 전환된다. 이슈가 바뀌는 것이다. ‘바이든/날리면’과 비속어 사용 문제로 불거진 MBC 압박이 대표적이다. 전용기 탑승 배제, 감사원의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조사, 외교부의 소송이 이어졌다. 여기에 정부여당이 사장퇴진 요구, 광고배제 종용, 편파언론 낙인찍기 등으로 가세했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된 애초의 이슈는 이미 저만치 지나가 있다. 둘째는 언론의 위축 효과이다. 다수의 언론사가 동일 이슈를 다루었건만, ‘최초 보도’를 빌미삼아 특정 언론사만을 겨냥한다. MBC에 대한 압박이 그러했고, 뉴스토마토와 한국일보 기자에 대한 형사고발 역시 같은 방식이다. 속칭 ‘한 놈만 팬다’는 식의 대응이 이루어진다. 그렇다고 할 말 못하는 언론은 없겠지만, 자기 검열과 같은 위축 현상이 나타난다. 셋째는 전략적 봉쇄 효과이다. 고소고발, 압수수색, 구속과 같은 법적 행정이 진행되면 심리적 경제적 부담과 비용이 수반된다. 구속이나 기소가 되면 순식간에 일상이 파괴되고, 해당 언론사와 언론인에 대한 낙인효과까지 일어난다. 특히나 소규모 언론사의 경우에는 향후 언론사 운영과 취재 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받게 된다. 언론 활동 자체가 봉쇄되는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언론윤리의 문제로 접근하면 될 사안들마저 압수수색, 구속영장 청구로 대응하는 이유이다. 이러한 효과들은 권력의 입장에서 보자면 흐뭇할 수 있겠지만, 언론자유 및 민주주의의 측면에서는 매우 위험스럽고 불행한 일이다. ‘자유’를 강조하는 대통령이 이러한 비판들에 귀 기울여야 하건만, 전혀 개의치 않는 듯 하다.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어떤 고통이 따르는지 보여주어야 한다”며 언론 대응을 주문한 대통령의 발언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옥죄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줄 세우기, 길들이기가 현 검찰정권의 언론관이다. 그렇다면 언론 역시 고민해야 한다. 감시견이 될 것인지, 애완견이 될 것인지. 사슴을 보고 사슴이라 말 못하는 ‘지록위마’의 사태까지 가지 않아야 한다. 시민사회가 눈 부릅뜨고 지켜보며, 함께 할 일이기도 하다. /김은규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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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3.02.07 15:47

특별자치도청사 새만금에 건립하자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한 가지 크게 결단할 게 있다. 특별자치도가 되는 만큼 전북도 청사를 새만금으로 이전해서 지역발전의 기폭제로 삼아야 한다는 거다. 새만금으로 전북특별자치도의 신청사가 이전한다면 첫째 새만금 개발 촉진, 둘째 장래 확장성, 셋째 대통합의 상징 등 3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새만금 개발과 도청 이전 신도시 개발을 결합하면, 국가 예산과 지자체 예산이 함께 투입됨에 따라 속도감 있게 새만금 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 광역교통망은 도청 신도시로의 접근성을 향상시켜주고 장래 도시발전의 파급효과가 인접지역으로 쉽게 전파될 수 있다. 총 409km² 규모 중 291km²의 대규모 개발가용 면적을 기반으로 미래 전북도는 물론,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선도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가 될 수 있다. 전북의 행정 및 사회 경제활동은 전주 의존 경향이 매우 높아 이젠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새로운 구심점이 형성될 시점이다. 새만금수변도시는 전주보다도 공항, 철도, 항만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이는 엉뚱한 주장이 아니다. 특히 폐쇄적인 지형적 조건을 극복하면서 전북이 명실공히 서해안 시대의 개방적, 선도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시대를 맞아 새만금으로의 도청 신청사 이전은 내륙의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토대로 서해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고자 하는 전북민의 의지를 천명할뿐 아니라 군산, 김제, 부안의 갈등을 봉합하고 전북민을 통합하는 대통합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새만금내 스마트수변도시 면적은 200만평인데 이는 여의도 2배가 훨씬 넘을만큼 크고, 공공클러스터 용지도 3만3천평 가량되는데 이를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 또한 새만금~전주간 고속도로가 내년에 완공되면 전주에서 30분 남짓이면 주파할 수 있다. 경북도청은 당연히 대구에 있어야 하는줄 알았는데 안동에 있고, 전남도청은 광주가 아니면 안되는 줄 알았는데 무안으로 이전했으며, 충남도청은 대전이어야만 합당한 줄 알았는데 홍성 내포신도시에 있다. 필자는 지난 2017년 가을(9월 17일자) 칼럼을 통해 전북도청을 새만금으로 이전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당시 허무맹랑하다며 비판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긍정적 시각으로 보면서 격려해주는 독자들도 결코 적지 않았다. 2021년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송하진 당시 지사는 새만금 광역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그곳에 제2청사 설치의지를 피력한 바 있는데,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인해 상황이 바뀐만큼 이젠 새만금에 본청사를 두고 전주에 있는 기존 청사를 민원관련 업무를 중심으로 해서 제2청사로 운용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 현재의 전북도청 청사를 아예 없애는게 아니라 일정 기능을 수행토록 하면 불거질 수 있는 문제점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수도권에 있는 굴지의 기업이나 공공기관 이전을 기대하는 마당에 전주에 있는게 새만금으로 못갈 이유가 있는가. 핵심은 김관영 지사의 결단이다. 정치공학적으로만 보면 재선 과정에서 전주권 표심을 일부 잃을 수 있고 무진장을 중심으로 한 동부권의 저항을 부를 수 있으나 큰틀에서 보면 지지기반은 더욱 공고해지고 성공한 도지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서해안 시대에 걸맞게 도정 역량을 집중하고 특히 새만금이 향후 중국 푸동지구나 인천 송도처럼 융성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이 바로 결단할 시점이다. 한편에선 도청사가 너무 서측으로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반대 여론이 있을 수 있으나 다른 지역의 도청 이전을 보면 발전 여지를 염두에 두고 신도시를 조성했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때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2.07 15:04

지방이전 기업 가업상속공제 대폭 늘려라

가업상속공제는 연 매출 3000억 원 미만의 중소 ・중견기업이 가업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도록 상속재산에서 최대 500억 원을 공제하는 제도다. 현행법상 감면을 받은 기업은 상속 때 업종과 자산의 80% 이상, 정규직 노동자 수의 100% 이상(중견기업은 120% 이상)을 10년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제도가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상속세 부담 경감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기업 본사가 온통 수도권에 집중된 까닭에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려들면서 전북같은 경우 인구소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결국 가업상속세제지원을 강화해 현행 지방이전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등의 정책효과를 크게 높이는게 매우 중요한 과제다. 지방으로 이전하거나 지방에 공장을 신·증설하는 대기업에 대해서도 가업 상속세 인센티브를 줘 기업의 지방 이전을 장려하는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거다. 그동안 부산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이 문제가 종종 거론되기는 했으나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대통령과 행정안전부 장관 등에게 가업상속 기업이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상속세 감면 등 공제 인센티브를 확대해줄것을 건의해 왔다.실제로 김 지사는 지난해 10월 울산에서 열린 제2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가업상속 공제제도와 지방 이전을 연계하는 방안을 제안했는데 골자는 대기업과 매출액 4000억 원 이상 중견기업이 가업상속 시 본사 및 공장을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상속세 공제가 가능하도록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개정해달라는 것이다. 만일 이 법안이 통과되면 그 혜택은 전북뿐 아니라 수도권 이외의 지역이 모두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전북도는 지방 이전 기업에 대한 가업상속공제 완화 정책을 다른 시도와 공동보조를 취할 방침이다. 이미 지난해 말 경북도, 전남도 측과 접촉해 추진 내용을 설명했고, 향후 시·도 간 의견 조율을 마친 뒤 시·도 공동 성명도 발표할 방침이다. 그런데 우동기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한 세미나에서 지방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기업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할 때 가업승계 상속세를 감면하는 정책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지역의 절실한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 중앙정부는 조속히 지방이전 기업에 대한 가업상속공제를 확대해서 지방살리기에 앞장설 것을 강력 촉구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2.07 11:39

이념이 피보다 붉었던 순수의 시절을 회고하며

화순 백아산(810m)에 올랐다. 희끗희끗한 바위들로 이루어져 마치 흰거위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처럼 보여 ‘흰거위산’이라는 불리는 산이다. 휴가 때면 으레 명산을 무박 종주하곤 하는데 이번 새해 연휴엔 백아산을 택했다. 얼마 전부터 정지아 작가의 ‘빨치산의 딸’을 열독 중이다. 오랜만에 삘이 꽂힌 책이다. 잠들기 전과 눈을 뜬 후 그리고 화장실에서 읽었다. 의정활동으로 전주에 갈 때도, 행사로 서울에 갈 때도 옆구리에 끼고 다녔다. 그러면서 이 책을 마치면 사랑하는 여인과 헤어질 때처럼 허전할까 봐 하루에 2페이지 이상 읽지 않았다. 필자와 동갑내기인 정지아 작가는 뻘치산을 부모로 둔 딸이다. 이름 ‘지아’는 어머니가 주로 활동했던 지리산의 ‘지’와 아버지의 활동무대였던 백아산의 ‘아’를 따서 지어졌다고 작가는 말한다. 2006년 안재성 작가의 ‘이현상 평전’을 위편삼절이 되도록 읽은 후 야생곰과 싸울 단검과 김밥 한 줄만을 들고 단독으로 지리산 야간 무박종주(성삼재~백무동, 35km, 15시간)했었다. 2023년은 정지아 작가의 ‘빨치산의 딸’을 읽고 후배들과 단일치기(14km, 5시간)했다. ‘이현상 평전’이 제삼자에 의한 영웅전기였다면 ‘빨치산의 딸’은 빨치산 집안의 생생한 가족사다. 작가의 부모는 평범한 철도청 직원과 아낙으로 살다가 우연인지 필연인지 경찰에 쫓겨 입산하게 되어 간난신고의 5년 여 동안 빨치산 삶을 겪게 된다. 휴전 후 위장 자수를 하다 발각되어 20년 수감하게 된다. 석방된 후에도 끊임없이 감시를 받는 과정을 엮은 빨치산의 고난과 동지애 그리고 가족의 수난사이자 한 세대의 시대사다. 한국 현대사에서 빨치산은 남과 북에서 버림받은 역사의 미아다. 앞으로 남북화해와 통일로 가는 길에 반드시 재평가받아야 하고 재조명이 필요한 세계사에서 가장 영롱한 투쟁사이자 한민족의 위대한 대서사시다. 근현대사 유격전의 대명사인 중국 마오쩌둥의 장정은 광활한 남서부의 11개 성을 배후지로 1년간의 장개석과 건곤일척의 승부였다. 반면에 한국의 빨치산은 기껏해야 지리산을 위시한 한반도 남반부의 산악에 고립된 채로 장장 5년여 동안 얼어 죽고 굶어 죽고 맞아 죽은 치열하고도 처절한 민중의 투쟁사이자 민족의 비극사다. 남부군 대장 이현상을 비롯한 대부분의 간부가 전투 중 죽었거나 자폭했다. 숱한 유. 무명의 빨치산들이 기꺼이 죽음을 불사했던 것은 민족해방과 인간해방을 꿈꾸는 피보다 붉은 거룩한 이념이 순결한 신념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념이란 것은 당시의 시대정신이고 시대정신이라는 것은 고작 골고루 잘살자는 소시민의 꿈에 불과하다. 상놈과 조선놈이라서 차별받고 소작농과 여자라서 멸시받은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다. 각자도생의 21C 남한 사회에서 빨치산 이야기는 머나먼 고조선이나 철지난 이데올로기 시대의 이야기로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영하 30도 엄동설한에 토벌대에게 토끼몰이 당하며 죽어간 청년들의 조국통일을 향한 순교는 분단 80년이 다가오도록 이산가족 상봉 상례화 조차 해결하지 못한 남북한 위정자들에게 많은 걸 시사한다. “윤석열 대통령님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님, ‘빨치산의 딸’을 한 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백아산을 오르내리며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등한시 한 채로 정권 유지에만 혈안이 된 두 분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다. /염영선 전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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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3.02.06 16:54

못사는 전북이 암·치매 발생율은 최고라니

갈수록 인구는 줄고 경제는 어려운 전북이 암과 치매 등 악성 질병은 전국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만 명당 암 발생율과 치매 유병율이 각각 전국에서 2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집안에 우환이 끊이지 않는다더니 전북이 그런 꼴이다. 전북도와 시군 등 자치단체는 도민들의 건강을 챙기고 개인들도 경각심을 가졌으면 한다. ‘2022년 전라북도 공공보건의료지표 통계집’과 국립암센터 등에 따르면 전북은 2019년 기준 암 발생률이 인구 10만 명당 304.2명으로 전국 16개 광역 시·도 가운데 313.3명의 부산 다음으로 높았다. 치매 유병률 또한 2021년 기준 11.7%로 전국에서 3번째로 높다. 이처럼 도민들이 만성질병에 많이 걸리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이들 질병은 대체로 경제력이나 노인 인구와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경제력이 있으면 아무래도 영양 있고 균형 잡힌 식단을 꾸릴 수 있고 정기적인 건강검진 등 건강에 관심을 가질 수 있어서다. 생계에 매어 있으면 병원 문턱이 높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전북의 경우 2021년 지역내총생산(GRDP)은 3091만 원으로 전국 4012만 원의 77%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 암과 치매는 나이 들수록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를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도 우리나라 암 환자 수는 153만 명대다. 이들 환자의 연령대별 발생 현황을 보면 60∼69세 38%, 70∼79세 31%, 80대 이상 67%로, 40대 9%, 50대 8%에 비해 월등히 높다. 나이가 들수록 암 발생율이 현저히 높아진다. 전북의 경우 2022년 말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41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3.2%를 차지한다. 전남 25.2%, 경북 23.8%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이처럼 암과 치매는 경제력과 나이에 비례한다. 전북은 경제력은 낮고 고령인구가 많아 갈수록 이러한 만성질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제 전북도 등 자치단체는 새만금 개발이나 대기업 유치도 중요하지만 도민들의 건강지표 향상 등 건강을 보살피는데도 신경을 썼으면 한다. 도민들 역시 흡연이나 음주를 줄이고 운동과 조기 검진 등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데 소홀히 해선 안 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2.06 16:53

이혼하고 싶어요.

의뢰인은 5년 전 결혼한 유부남이다. 맞벌이 부부에 처와 사이에는 3세 아이를 두고 있다. 1년 사이에 처와 잦은 다툼이 있었고, 서로 이혼을 결심했다. 의뢰인은 이혼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찾아왔다. 변호사를 하다 보면, 가장 흔한 상담 유형은 임대차, 노동법(임금, 퇴직금, 해고 등), 마지막으로 이혼이다. 특히 이혼은 전문 분야가 아니더라도, 보통 상담 건수도 소송 건수도 적지 않아, 변호사의 중요 업무 분야 중 하나이다. 결혼이 인생에 중요한 부분이듯, 이혼 역시 쉽지 않다. 이혼에 따른 법적인 분쟁 역시 적지 않고, 오늘은 중요 법률문제를 개관하기로 한다. 이혼할 때 체크 포인트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이혼 사유이다. 부부가 모두 이혼을 원한다면 협의이혼도 가능하고, 이혼 사유가 중요하지 않지만, 만약 한 쪽이 원하지 않는다면, 재판상 이혼 절차를 거쳐야 하고, 법적 이혼 사유도 있어야 한다. 민법 제840조에 기재되어 있고, 예로 들면, 부정행위, 유기, 부당한 대우 등이 있다. 두 번째는 금전 문제이다. 이혼 시 금전 문제로 가장 중요한 건 재산분할이고, 다음은 위자료이다. 위자료는 상대방이 유책 사유로 인한 이혼에 따른 손해배상금인데, 보통 그 금액이 기대보다 크지 않다. 재산분할은 혼인 기간에 형성된 재산을 나누는 것인데, 보통 수억의 집 한 채를 어떻게 나눌지가 문제가 되고, 그 금액도 적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이혼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된다. 마지막은 부부가 낳은 아이를 누가 키울 것인지에 관한 친권ㆍ양육권 문제이다. 보통 미취학 등 어린 자녀의 경우 엄마에게 큰 흠이 없는 한, 엄마에게 양육권을 인정한다. 양육권을 일방이 가져갈 경우 양육하지 않은 쪽에서 양육비 지급 의무와 면접교섭 권리가 있다. 보통 이혼 상담에 굳이 이혼을, 자녀는 이란 걱정이 앞서지만, 이혼 상담 의뢰인 역시 많은 고민을 거쳐 변호사 상담에 이르렀을 것이다. 이혼은 어려운 일이기에 부디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랄 뿐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3.02.06 16:35

‘튀는 전북’보다 ‘참한 전북’으로!

도시는 사람과 꼭 닮았다. 40년 도시 공부의 결론이다. 좋은 도시는 좋은 사람들이 만든다. 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마을도 지역도 다르지 않다. 좋은 도시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내가 먼저 좋은 시민이 되어야 한다. 도시의 수준은 그곳 시민의 수준과 정확히 일치한다. 전라북도가 지금 여기 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고향을 떠난 사람들과 아무 연고 없는 사람들까지 와서 일하며 살고 싶은 선망의 지역이 되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하나다. 우리가 좋은 시민이 되는 것이다. 14개 시군으로 가르지 말고 모두가 ‘전북시민’이 되어 우리 전북을 돌보고 가꾸는 길밖에 없다. 꿈을 이루려면 목표를 잘 세워야 한다. ‘거리보다 방향’이란 말이 있듯 일들을 벌이기에 앞서 지향을 올바로 두어야 한다. 어떤 전북을 원하는가? 180만 전북시민 저마다의 지향과 목표는 다를 수 있다. 그러니 묻고 토론하고 모아야 한다. 다양한 꿈들의 합의점을 찾아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전북시민에게 묻고 싶다. 어느 쪽인가? ‘튀는 전북’인가? ‘참한 전북’인가? 2013년에 시민들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대중서 <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를 출간했던 이유가 있었다. 2000년대 초부터 서울과 전국의 여러 단체장들이 밑도 끝도 없이 ‘튀는 도시’를 향해 내달리고 있어서였다. 물려받은 자연도 역사도 없어 사막 위에 오직 '인공'으로 도시경쟁력을 키우던 ‘두바이’를 배우고 따르자며 우리 도시의 귀한 보물들을 경쟁하듯 지워갔다. ‘자해’가 횡행하던 참담한 시절이었다. 시드니에는 오페라하우스가 있는데 왜 서울 한강에는 없느냐며 ‘모방’과 ‘추종’에 여념이 없던 ‘자학’의 시대였다. 자괴감이 책을 쓰게 한 동기였다. 도시의 경쟁력 키우기는 사람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도시설계’는 아이들이 ‘인생설계’를 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도시설계와 인생설계는 두 단계로 이뤄진다. 첫째는 기본을 튼튼히 갖추는 일이다. 어느 도시 어느 사람이든 마땅히 해야 할 이를테면 ‘보편 전략’이다. 제아무리 학력과 외모가 출중하다고 해도 기본이 엉망이라면 누가 그를 귀히 쓰겠는가? 도시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먼저 시민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도시에서 살고 일하며 오가고 쉴 수 있도록 단단하고 촘촘한 도시의 기본을 갖춰야 한다. 남들에 뒤처지지 않게! 두 번째 할 일은 나만의 강점을 살리고 매력을 드러내는 일이다. 다른 사람 다른 도시에 없는 나의 정체성을 알고 이것을 활용해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다. 남들보다 빼어나게! 이를테면 ‘차별화 전략’이다. 정체성이 곧 경쟁력이다. 남들 따라 하기는 답이 아니라는 얘기다. 전북 지역 발전의 목표를 세우는 일도 다르지 않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기본’을 먼저 다지고, 전북만의 매력과 강점 즉 ‘정체성’을 살려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이다. 재작년 네 곳 로컬에서의 한달살이 뒤 수없이 받았던 질문은 “어디가 가장 좋았는가?”였다. 나의 대답은 이랬다. “하동은 고요했고 목포는 흥미진진했으며 강릉은 상큼했다. 그리고 전주는? 전주는 도시도 사람들도 따뜻했다.” ‘따뜻함’도 어쩌면 전북의 특별한 매력일 수 있다. 또 있을 것이다. 다른 데 없는 이곳만의 강점들이. 가식 없이 진실되고 기본이 반듯하며 고유한 매력을 지닌 사람을 우리는 ‘참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우리 전북도 그랬으면 좋겠다. ‘튀는 전북’보다 ‘참한 전북’이 되자!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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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06 16:35

보이지 않는 가치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과 ‘보이는 손’이라는 논리를 내세운 말은 경제를 조금이라도 공부할 때 쉽게 접하는 단어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손’의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보이는 손’에 의해 우리 경제는 돌아가고 좌지우지된다는 것을 딱히 공부하지 않아도 실생활에서 쉽게 체득하게 된다. 스미스가 가장 부정적으로 생각한 ‘보이는 손’의 내용은 정부와 같은 특정의 집단 혹은 소수의 이익집단이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들의 의지대로 가격이 임의로 조절되거나, 독과점 현상으로 자원의 자유로운 유통을 막아, 시장의 순기능을 막아버리는 현상이 발생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스미스는, 정부는 국방, 사법, 공공 토목사업 같이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이나 개인이 하려고 하지 않을 일만을 해야 하며, 특정 집단이 법을 등에 업고 자원을 독점하여 시장 유통을 통제하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 말의 뜻은 너무 유명해서 인터넷을 검색하면 쉽게 접할 수 있다. ‘보이는 손’과 ‘보이지 않는 손’의 차이를 우리는 지금 시대에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바다 항해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빙산’이라고 한다. 빙산 대부분은 물속에 있고 극히 일부분이 모습을 보여 자칫 어설프게 대응을 하면 큰 사고를 자초하게 된다고 한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올해부터 지자체마다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한 모금 활동에 들어갔다. 이에 답례품으로 가장 자랑스럽고 자기 고장에서만 생산되거나 자연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을 내놓고 있다. 그것이 물건이든 여행상품이든 기부자에게 호감을 끌어내 기부를 받고자 하는 것이다. 소위 지자체가 내놓고 있는 브랜드는 대개 그동안 당연하게 연상되었던 것들이다. 고원, 고추장, 된장, 복분자, 곶감, 산, 강, 바다 등등 여러 가지 품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동안 알려진 품목도 있지만 새롭게 구성된 품목도 물론 자랑스럽게 내놓고 있다. 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주민들이 힘을 모아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들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구축된 것들이다. 물론 지자체에서 꾸준히 홍보한 효과도 한몫한다. 예전에 입소문은 지금처럼 SNS라는 매체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미장원, 목욕탕, 시장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지금의 모습으로 보이고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은 막무가내로 홍보한 것이 아니라 서로가 인정하고 수긍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즉 그 지방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암묵적으로 인정을 받아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공모사업 심사할 때 정량적인 평가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가치인 정성적 평가를 도입해서 효율과 경제성만으로 평가받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지역이 잘 살기 위한 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다고 아무도 믿지 않는다. 재정과 시스템으로 억지로 만들어나갈 수 있지만, 지역민들의 호응이 없이는 단명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하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 모두 알고 있다. 지역민들이 느리지만, 함께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야 지역이 잘 살 수 있다, 집행하고자 하는 집단에 대한 신뢰가 먼저 만들어야 가능한 일이다. 지역 발전은 하루아침에 눈부시게 변하거나 성과를 올릴 수 없고, 보이지 않는 가치를 믿고 기다려야 한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바라거든 참음으로 기다려라’는 말을 상기했으면 한다. /이근석 완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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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06 16:35

놀 권리

설‧입춘에 이어 우리 고유의 명절인 정월대보름이 지났다. 설부터 대보름날까지 우리 조상들은 쥐불놀이와 윷놀이‧줄다리기‧연날리기‧투호놀이 등 다양한 민속놀이를 즐겼다. 하지만 세시풍속이 사라지면서 이런 민속놀이도 잊혀져 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방자치단체와 박물관 등에서 명절맞이 행사를 열어 전통 놀이문화 계승에 노력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로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있다. 1970~80년대 이전에 아동기를 보낸 사람이라면 골목놀이의 추억을 잊지 못할 것이다.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소재가 된 게 바로 당시 아이들이 즐겼던 추억의 골목놀이다. 요즘같은 엄동설한에도 동네 꼬마들은 골목을 누비며 손을 호호 불면서 해가 질 때까지 놀이를 즐겼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아이들은 또래와 함께하는 바깥놀이를 잃어버렸다. 방과 후 학원을 돌다 보면 진이 빠져 바깥놀이는 생각도 못 한다. 방 안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컴퓨터 게임이 보편화된 놀이 수단이다. 놀이를 단순한 시간 낭비로 생각해 백안시 하는 학부모들의 인식에도 원인이 있다. 게다가 요즘 아이들은 미세먼지와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서조차 교실 밖에 나갈 일이 별로 없다. 아이들에게 가장 안전한 놀이터인 학교 운동장은 점점 좁아진다. 넓은 운동장이 있어도 별 쓸모가 없다. 미세먼지와 기후 변화로 체육활동은 대부분 학교 체육관에서 진행된다. 한때 전북교육청과 전주시가 정책적으로 아동 놀이문화 확산에 나서 관심을 모았다. 전북교육청은 초등학생들이 하루 60분 이상 놀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놀이밥60+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또 ‘놀이밥퍼’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놀 권리 회복에 함께 할 학부모 놀이활동가를 양성했다. 전주시는 지난 2019년 ‘아이들의 꿈이 자라는 놀이터 도시’를 기치로 내세워 ‘야호아이놀이과’를 신설하고, 아동 놀이 지원과 놀이터 조성사업에 주력했다. 하지만 전북교육청도 전주시도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수장이 바뀌면서 사업은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아이에겐 ‘놀이가 밥’이라고 했다. 아이들은 놀이를 하면서 배우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한다. 또 놀이는 사회성과 사고력, 정서적 안정, 판단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모든 아동은 충분히 쉬고 놀 권리가 있다.’ 놀 권리는 유엔아동권리협약(제31조)에서 명시한 어린이의 권리 중 하나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놀 권리를 제대로 누리고 있을까? 놀 시간도 없고, 마땅히 놀 곳도 없다. 마침 정부가 올해 아동의 놀 권리를 명시한 ‘아동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아동의 ‘놀 권리’를 법으로 보장한다는 것이다. 놀 권리를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게 어찌 보면 서글픈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우리 아이들이 맘껏 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적극 반길 일이다. 아울러 놀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도 기대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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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3.02.06 16:26

군산항 항만 물동량 정체 근본 해결책 없나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및 세계 경기 둔화로 지난해 항만물동량이 1년 만에 다시 감소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22년 전국 무역항에서 처리한 항만물동량은 총 15억4585만톤으로 전년(15억8283만톤) 대비 2.3% 감소했다. 항만물동량은 2020년 코로나19로 8.9% 급감한 이후 2021년 5.6% 증가했으나 1년 만에 다시 감소세로 전환했다. 특히 수출입 물동량이 13억472만톤으로 전년(13억5258만톤) 대비 3.5% 감소했다. 항만별(물동량 기준)로 보면 부산항, 광양항, 인천항이 전년 대비 각각 4.0%, 7.8%, 5.0% 감소하는 등 대부분 항만이 전년 대비 감소세를 기록했으나 유일하게 울산항은 5.5% 증가했다. 군산항의 물동량도 여전히 전국 항만 중 12위에 머물러 항만 경쟁력이 살아날 조짐이 없다.군산항의 물동량은 2168만여 톤으로 전국 물동량의 1.4%에 그쳤으며 항내 31개 선석의 하역능력 2945만 톤의 73.6%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인천항 1억4986만여톤, 평택당진항 1억1613만여톤, 대산항 8956만여톤, 보령항 2375만여톤, 목포항 2531만여톤인 점을 감안하면 군산항의 물동량은 내세울 수 조차 없을 만큼 최하위 수준이다. 지난해 군산항의 선박 입출항 척수는 7286척으로 전국 35만6600척의 2%에 그치고 있는데 이는 전년도 2.2%와 비교해도 0.2% 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항만의 활성화 여부는 그 지역의 교역규모나 경제력 등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군산항의 경쟁력 약화원인은 한마디로 지역경제가 취약하다는 것을 반증하지만 심각한 토사매몰현상의 지속과 이에 따른 낮은 수심으로 인해 대형 선박 유치는 물론 신규 항로의 개척에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상시 준설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이어져왔으나 통상적인 정부 예산으로는 군산항의 기능강화는 하대명년이다. 새만금 신항만이 제대로 역할을 할때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군산항의 토사매몰로 인한 낮은 수심 문제는 그냥 두고 볼 일이 아니다. 해수부는 물론, 전북도와 지역정치권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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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2.06 14:34

간병살인…이제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자신도 말기암을 앓고 있는 80대 노인이 돌보던 아내를 살해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노인은 1일 오후 전주 자택에서 80대 아내를 목졸라 숨지게 하고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을 말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아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노인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자신의 신변을 비관하며 ‘남겨진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경찰조사 결과 이 노인은 대장암 말기로 투병중이고 아내는 3년 전 발생한 뇌졸중을 앓아오다 최근에 고관절 수술을 받는 등 거동이 불편해 살림을 도맡아 왔다. 전형적인 노(老)-노(老) 간병살인이다. 이같은 간병살인은 2019년 군산에서 치매를 앓던 아내를 돌보던 80대 남편이 유서를 남긴채 아내를 살해한 사건과 유사하다. 또 2020년에는 완주에서 간병에 지친 60대 아내가 남편을 숨지게 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같은 간병살인은 통계조차 없으나 전국적으로 매달 1건 이상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간병, 특히 노인간병은 어둠의 긴 터널이다. 대개 죽어야 끝나는 힘겹고 오랜 싸움이다. 이 과정에서 견디다 못해 환자를 살해하는데 기대수명이 높아지면서 해마다 늘고 있다. 2021년에는 대구에서 22세의 청년이 뇌출혈로 쓰러진 50대 아버지를 8개월간 돌보다 방치해 숨지게 한 ‘영 케어러’ 사건이 일어나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간병살인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 시설보다는 자택에서 많이 일어나고 환자 살해 후 자살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동기를 보면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크다. 간병이 오래되다보면 엄청난 간병비를 감당키 어려워 직장마저 그만두고 간병에 매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와 함께 순간적 격정 분노, 장기간 간병 스트레스, 처지 비관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간병기간이 길어지면 살인의 유혹을 떨칠 수 없다. 이제 간병, 특히 노노 간병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사회와 국가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또한 노인장기요양제도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도 범위를 확대하는 등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 간병도 치매나 암처럼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을 분담해야 마땅하다. 가족간 살인을 양산하지 않기 위해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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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2.05 17:09

‘새만금 수상태양광’사업 정상화 급하다

문재인정부에서 역점 추진한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이 현 정부의 친원전 정책에 따라 동력을 잃고 있다. 특히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은 숱한 논란 끝에 좌초 위기에까지 몰렸다.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은 새만금호 28㎢에 2025년까지 2.1GW급 세계 최대 규모의 수상태양광을 설치하는 사업으로 문재인정부 시절 ‘탈(脫)원전 탄소중립’ 정책의 핵심 프로젝트로 추진됐다. 하지만 특혜 논란과 송·변전설비 사업자 선정 문제 등으로 수년째 답보 상태에 머물며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새만금 수상태양광에서 생산한 전기를 기존 전력선에 연결하는 송·변전설비 공사는 최소 30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신속한 착공이 중요하다. 그나마 지난해 6월 5차례 유찰 끝에 송·변전설비 공사 사업자를 선정했지만, 공사비용을 놓고 한국수력원자력은 사업자의 ‘선 공동 분담’을 고수하며 착공을 미루고 있다. 수상태양광 사업이 좌초되면 새만금 개발사업 전체에 그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 한국수력원자력의 새만금 수상태양광 전력계통 연계 지연으로 SK그룹이 2조원을 투자해 ‘새만금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까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축소하면서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도 전면 재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과 새만금개발청 그리고 전북도가 지난 1월 사업 정상화 방안을 함께 찾기로 해 기대를 모았다.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의 정상화를 향해 의미 있는 걸음을 내디딘 만큼 머지않아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실무 논의에 여태껏 진전이 없다. 게다가 실무진 회의에서 한수원 관계자가 빠졌고, 사업 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이미 국책사업으로 확정돼 세계 최대 규모로 추진된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이 첫 단추도 꿰지 못한 채 정치적 외풍에 자초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우선 정부가 확고한 정책적 의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줘야 한다. 또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을 주도하는 한국수력원자력에서도 공사비 선투자를 통해 사업을 일단 본궤도에 올려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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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2.05 17:09

보육에서 교육까지 살기 좋은 도시 만들자

최근 인구문제는 어느 지자체를 막론하고 가장 큰 화두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산은 앞으로 100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교육정책은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 육성에 적합한지?’, ‘교육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의 균형이 주어지는지?’, ‘학령인구 감소에 맞는 인재 지원인지?’ 의문을 갖고 알맞은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회교육학자인 파울 나토르프는 ‘한 사회나 국가의 발전과 경제성장은 결과적으로 교육에서 어떤 인재를 육성해 공급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교육과 사회경제 발전은 불가분의 유기적 관계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대부분 도시의 인구감소 원인은 대표적으로 일자리와 교육으로 볼 수 있다. 군산지역의 일자리 문제는 민선 7기부터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산업구조의 개편으로 어느 정도 해결방안을 찾았다. 민선 8기에는 교육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준비하고 있으며 교육도시를 조성해 인구유출을 막고 찾아오는 교육도시 군산을 만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교육은 미래 세대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다. 그렇기에 다양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지역실정에 맞는 교육지원사업을 발굴하고 연구해 교육받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교육은 비단 정규 교육과정 뿐만아니라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성인으로 성장하는 전 기간에 걸친교육,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한 뒤 평생교육까지 모든 과정을 말한다. 어린 아이들부터 청소년까지 크게 보고 세분화해 전 세대에 걸쳐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린아이들의 보육부터 시작해 세세한 부분까지 잘 자라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출산에서부터 보육, 교육, 채용으로 이어지게 하는 사회적 시스템 구축이 반드시 필요한 시대가 왔다. 교육과 연계한 사회적 시스템 구축을 위해 지자체는 버거운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정부와 함께 과감한 시범적 사업을 시도해야 하며 군산은 이를 실천할 준비가 되어있다. 또 군산시는 ‘공부의명수’, 청소년 자기계발연수비 지원, 예술·체육·상업·기능 분야 우수인재 장학금, 지역아동센터 예능교육 지원사업 등 다양한 창의·재능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의 재능을 키우고,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창의·융합 인재를 양성, 미래사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의 참여가 중요하며, 학부모, 시민 등 다양하게 의견을 수렴하고 의회와 협력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고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제는 교육문제에 대한 새로운 상상이 필요하다. 아인슈타인은 “현재의 문제를 야기한 동일한 사고의 수준으로는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기존의 교육시스템과 학교교육에 미치는 내외부의 힘들을 그대로 둔 채 전혀 새로운 교육을 기대하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말을 빌리면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된다. 이제는 올곧은 철학과 모두의 열망을 담아 가슴뛰게 하는 비전을 기반으로 한 교육을 바꾸는 접근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엽적인 부분에서 벗어나 학생, 학부모 및 그 외의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교육에 새로운 비전과 목표를 세워야 할 때이다. 앞으로 지자체의 과제는 보육과 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준비로 실천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제 군산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향후 100년을 기대해 본다. /강임준 군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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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05 17:04

도전경성 (挑戰竟成)

토끼의 해를 맞아 김관영 지사의 가시적 성과가 속속 드러나 도민들이 피부로 느낄 것이다. 취임 초부터 공약사업인 대기업 5개 유치에 전력투구해왔기 때문이다.그간 진보교육감이 12년간 전북교육을 맡으면서 인성교육을 실시한 것이 하향 평준화로 이어지면서 학력분야가 곤두박질 쳐 희망이 절벽처럼 보인다. 김 지사가 민주당 후보로 당선됐지만 윤석열 정권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졌고 여소야대 정국 하에서 제반여건이 녹록치 않아 힘겹게 도정을 이끌어가고 있다. 초록은 동색이라지만 도의회와의 관계도 매끄럽지를 않아 인사청문회 때 불협화음이 잦았다. 국회의원들도 원팀운운하지만 그 속내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내년 총선이 다가오기 때문에 이해관계상 도정에 협력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그 이유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전북특별자치도법 통과도 여야협치로 이뤄냈지만 국힘 정운천의원과 민주당 한병도 위원장이 여야를 떠나 꼭 국회를 통과시켜야겠다는 의지가 6개월만에 결실을 맺었다. 지금 민주당 일각에서 김 지사를 민주당 출신 야당지사라고 보지 않고 국힘 지사 같다고 비아냥 거리는 사람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지사가 남원공공의대 설립과 광역교통망 통과 등 주요 현안을 4.5전주을 재선에 나선 정운천 의원과 가장 가깝게 머리를 맞대고 있기 때문이다. 고시3관왕 출신인 김 지사는 성향상 중도보수로 실용성을 중시한 정치인이다. 엘리트들이 모인 김앤장에서 터득한 성과주의를 도정에 접목한 탓 때문에 본인부터가 기업유치로 바쁘다. 도정구호로 내건 도전경성(挑戰竟成)도 실용성을 중시한데서 나온 것이어서 그가 얼마나 성과를 강조한지를 알 수 있다. 초창기 인사 때 군산제일고와 군산 출신 과거 국민의당 출신을 많이 기용했다해서 도의회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받았지만 지금 연고주의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인사를 단행한 것도 성과주의 때문이다. 심지어 도청내 성균관대 출신들한테 2명 이상 모이지 말고 성과로 말하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다. 지난 연말부터 신용보증재단 한종관 이사장 내정설로 설왕설래했던 것도 그의 일 욕심 때문이다. 그 이유는 진안 출신인 한 이사장 후보가 신용보증기금서 전무를 역임했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때 서울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을 역임해 큰 성과를 냈기 때문에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보내에서 조차 한 이사장이 온들 업무성격상 뾰족한 성과를 낼 수 없을 것이라면서 소 잡는 칼을 닭 잡는데 쓰는 격이라며 우려를 나타낸다. 다만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위해 국제금융센터 신축을 위해 그가 어떤 수완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이 전북에서 14.4%를 얻은 상황에서 김 지사가 단기필마로 전방위로 중앙정치권을 향해 뛰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도민들의 응원이 절실하다. 김 지사가 대기업 유치로 성과를 낼려는 뜻은 이해 하지만 그보다도 집토끼에 해당한 도내 영세기업을 잘 키우려는 의지도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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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3.02.05 16:50

누가 이 젊은이를 죽음으로 밀었나

지난 설 연휴, 오래동안 알았던 분으로부터 한 젊은이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얘기를 전해 들었다. 장수 농협에 다니고 있던 아들이 직장내 괴롭힘에 항의해 얼마전 자신의 일터 앞에 세워 둔 차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그 아들은 당시 신혼 3개월의 새 신랑이었는데 직장 상사들을 거명하며 괴롭힘 때문에 죽는다는 유서를 남겼다는 것이다. 학창시절 레슬링 도내 대표등을 지냈던 신체건장한 젊은이가 얼마나 괴롭힘이 심했으면 목숨을 끊을 수 있었을까 잠이 오지 않았다. 그 후 자료들을 확인하고 언론계 후배들과 연락해 연휴 뒷날 기자회견을 갖게 하므로서 묻혀있었던 이 젊은이의 억울한 죽음은 전국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 젊은이는 귀한 목숨을 끊어야 했단 말인가. 그 부모가 보여준 자료를 보면 수년 동안 직장을 자랑스럽게 다녔던 그 아들은 불과 1년 전 한 상사가 부임해 오면서 그와의 악연이 시작됐다고 한다. 만나는 순간 잘못 찍혔던 죄 하나가 계속 이어지면서 그는 하고헌 날 그 상사와 무리를 이룬 일파들의 밥(?)이 되었다고 한다. 업무든 아니든 이미 그 상사들의 눈 밖에 났던 그는 수시로 질책과 압력에 시달려야만 했다고 한다. 또 일생에 중대한 결혼을 앞두고도 축하는 커녕 바쁜데 왜 날짜를 그렇게 잡았냐고 흉을 봤으며 상사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발생한 조합의 손해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급기야 그 젊은이는 결혼을 앞두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는데도 조합이 이런 사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더욱 애통해 했었다. 물론 직장내 괴롭힘의 당사자로 지목된 그 상사들은 그런 정도의 지적이나 질책이 무슨 괴롭힘이냐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세대땐 의례히 통용되던 그런 관습이나 행태가 지금은 통하는 시대가 아니다. 직장내 공평하지 못한 업무 지시나 차별 그리고 편파적이거나 부당한 처우는 그야마로 빼도 박도 못하는 괴롭힘 사례라고 한다. 이 젊은이가 겪어야 했던 그런 사례들은 전형적인 괴롭힘이었고 그가 남겨 놓은 수많은 자료들은 그런 실태를 적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밉든 곱든 부하직원의 결혼식에 참석은 커녕 단돈 몇 만원의 축의금도 주지 않은 걸 보면 그들의 항변이 별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이해못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직원이 괴롭다고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했는데 조사나온 노무사는 직장내 괴롭힘이 없었다고 했고 장수농협은 옳소하고 맞장구를 쳤다. 가해자와 잘 아는 노무사가 아니라면 가능했을까. 참 해괴한 일이다. 또 장수경찰의 태도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미 자살을 시도했다 구출됐던 사람이 자신의 일터 앞에서 직장내 괴롭힘 때문에 죽는다고 써놓았는데도 타살의 흔적이 없으니 우리 소관이 아니라고 탈탈 털어버려야 옳았을까. 또 동네 강아지만 죽어도 뉴스가 되는 판에 이런 사건이 났는대도 장수지역 언론들은 어찌 한결같이 보도를 하지 않았을까. 오랫동안 폼 재며 살아온 그곳 언론인들에게 이건 과연 뉴스 가치가 없었을까. 보도가 있고난 후 고용노동부장관이 특별근로감독을 지시하는 등 조사와 수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의문들이 제대로 풀릴지 지켜볼 일이다. /이흥래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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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05 15:41

도덕적 책임은 무한 책임이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법적 수습∙정치적 수습이 안 되고 있다. 법적 책임은 없지만, 도덕적 책임은 느낀다는 높은 사람들은 많다. 어물쩍거리며 자리 지키는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이다. 사실 도덕적 책임은 무한 책임이다. 도덕적 책임은 사람에 대한 책임이기 때문이다. 법적 책임보다 더 큰 것이다. 그리고 정치는 도덕적 책임, 그 무한 책임을 떠맡는 직업이다. 2007년 9월에 오려 둔 한 신문 사설을 꺼내 읽었다. 17대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 발간된 것이다. 다음 대통령은 법질서 확립 방안을 제시하라는 것이었다. 우리 사회가 뗏법 사회로 되었다고 비판하며 법치 사회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노동조합이나 이익단체들의 집단적 행동을 비판하며 한 말이다. 법을 제대로 지키면 뗏법이 없어진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모순되는 일은 파업 현장에서도 ‘준법투쟁’이라는 구호를 내세운다. 법대로 하지 않으니 노동자들이 불평등한 취급을 받는다는 뜻일 것이다. 법을 지키겠다는 것을 투쟁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정부나 경영자가 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경영자 쪽에서나 노동자 쪽에서 모두 법대로 하자는 ‘법치’를 요구하고 있는 모순된 법치 현상은 지금 현재까지도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되었다는 것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수 십 년간 지속되는 법치의 이러한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 우선 법 자체가 가진 문제이다. 독일 히틀러의 나치당이 600만 명의 유태인을 학살한 것은 전 세계 사람이 다 알고 있는 야만스러운 행위다. 그런데 나치당은 그 행위를 법적으로 정당화하는 법을 이미 만들어 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단순하고 기본적인 사실은 법이 도덕과 모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도덕의 기본은 자연법이다. 사람의 자연스러운 상태를 규정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롭고 평등하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권 사상이다. 모든 개인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자기가 선택한 일을 하며, 자기 인생에 책임도 자기가 가진다는 사상이다. 오늘날 인권(人權)의 개념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 자연법과 자연권은 오늘날 모든 민주주의 나라들이 법을 세우는 기초로 전제하고 있다. 그런데 실정법은 모든 도덕 감정을 포괄할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따져보면 법률과 도덕이 서로 모순되는 현상이 얼마나 많은가? 도덕을 국민 정서라는 말로 조금 쉽게 접근할 수도 있다. 어떤 판결에 대하여 대다수 사람이 정당하다고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도덕의 기준이라고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국민 정서라는 것은 대체로 도덕과 크게 어긋나지 않기 때문이다. 도덕, 또는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실정법이 있다면 그 법을 바꾸어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이기도 하지만 법과 도덕을 연구하는 일반 국민들이 법 개정을 추진하는 일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권력을 쥔 사람들이 해석하는 법, 법 집행에 대해 국민이 일반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인권 소외’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권력 소외’를 법치의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도덕을 거스르는 법 해석이며 법 집행이다. 인권 소외를 따지는 기준은 간단하다. “힘없고 돈 없는 사람 눈에 눈물 나지 않게 하는 법”을 만들고, 해석하며, 집행하자는 것이다. 사람을 목적으로만 대접하고 수단으로 취급하지 말라는 것이다. /김도종 전 원광대학교 총장∙전 인문학 및 인문 정신문화 진흥심의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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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05 15:41

제왕적 권한의 조합장 선거

지역 조합장이 갖는 권한은 실로 막강하다. 특히 농촌에선 농민의 돈줄을 쥐고 있는 것은 물론 농산물 활로 개척에다 농가 부채 해결까지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농민들의 환심을 사는 데 그만한 자리도 없다는 것이 대체적 여론이다. 이뿐 아니라 억대 연봉에 직원 인사권까지 독점함으로써 사실상 제왕적 수준에 버금간다는 평이다. 그 정도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면서 재선, 3선 이상 연임하다 보면 글자 그대로 자기만의 아성을 쌓기 마련이다. 무소불위 권력을 갖고 있는 그들이 마음만 먹으면 그 지역에서 못할 게 없다는 인식이 팽배한 이유다. 그 자리가 시장 군수 또는 국회의원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시각도 그런 연유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이런 제왕적 권한에 따른 폐해와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선거 때마다 과열 혼탁, 금품 향응 논란이 끊이지 않고 갑질, 성희롱, 횡령 사건도 꼬리를 물고 있다. 결국 정부가 회초리를 들고 부조리 차단에 나섰다. 2015년부터 선관위 관리 아래 동시 선거를 실시키로 함에 따라 농축협, 수협, 산림조합장 선거가 같은 날 치러지게 됐다. 일단 투명성 보장 측면에선 성과는 거뒀지만 ‘돈 선거’ 잡음은 여전했다. 더 큰 문제는 조합장의 이같은 독점적 지위도 모자라 비상임 조합장 제도까지 운영함으로써 장기집권의 길을 터줬다는 점이다. 조합장 3선 임기 제한을 못 박으면서 자산 1500억 이상 조합은 ‘비상임’ 조합장을 둘 수 있고 연임 제한 족쇄까지 풀어준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도내 92곳 지역농협 가운데 비상임 조합장 체제는 26곳이다. 이런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한 국회에서도 비상임 조합장의 연임 제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장 동시 선거가 3월 8일로 예정된 가운데 설날 전후로 입지자들의 플래카드가 거리 곳곳에 하나 둘씩 눈에 띈다. 도내에선 이번에 109명을 뽑는데 이 조합장 선거를 지방 권력 관점에서 보면 국회의원, 시장군수, 지방의원 선거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이들은 선거 때마다 자기관리 조직을 풀가동해 서로 품앗이 형태로 공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죽하면 지역에선 기득권 먹이사슬로 연결된 한 통속 이라며 그들의 권력 카르텔 구조를 못마땅해 왔다. 조합장의 정치권 진입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잠재력이 커지는 만큼 그에 비례해서 출마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많아 선거 단골 후보로 등장한 지 오래다. 이들 중 지난해 6월 시군 단체장 선거 4곳에서는 막판까지 당선을 다툴 정도로 만만치 않은 저력을 과시했다. 위기 상황으로 치닫는 농촌의 피폐함 속에서 치러지는 만큼 이번 선거의 최대 화두는 무엇보다 농민 이익의 극대화 문제다. 하지만 선거 자체가 지역 민심을 갈라치기하고 승자독식 구조로 진행됨에 따라 그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 다반사로 발생한다.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건 투표를 통해 제대로 된 인물을 선택하는 것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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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3.02.02 18:03

용산역 기차선로에 앉아있던 남자

오래전 일이다. 필자가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로 교육을 받으러 간 적이 있다. 그 날도 교육을 마치고 익산으로 내려가기 위해 용산역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음료수를 마시며 의자에 앉아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멀지 않은 곳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누가 좀 도와주세요!” 도와달라는 말에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 현장에는 연인처럼 보이는 남녀가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고, 기차선로에 어느 남성이 앉아 있었다. 필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기차선로에 내려가 그의 옆에 앉았다. 그는 몸에서 술 냄새와 땀 냄새가 났었고 흙먼지가 잔뜩 뒤덮여있는 복장을 하고 있었다. 마치 현장일을 방금 마친 일용직 노동자의 모습과도 같았다. “선생님, 여기에 왜 이러고 계세요?” “어. 여기서 죽을려고.” “오늘 무슨 힘든 일이 있으셨어요?” “어 힘든 일이 있었지” 그의 목소리에서 깊은 인생의 고뇌가 느껴졌다. 조용히 앉아서 그와 몇 마디 이야기를 더 나누고 있던 찰라 저 멀리에서 기차가 들어오는 소리와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필자는 이야기를 멈추고 재빨리 그의 뒤에서 허리를 붙잡고 플랫폼 위로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삶의 의지를 포기한 그의 몸은 물먹은 스펀지 마냥 축 늘어져 쉽게 플랫폼 위로 올리지를 못했다. “도와주세요. 누가 좀 같이 도와주세요!” 필자의 소리를 듣고 두 명의 시민이 달려왔다. “저기 선생님은 역무원을 빨리 찾아서 여기로 와주시라고 해주세요. 여기 선생님은 저랑 같이 이분을 끌어올려주세요.” 다행히 기차는 우리가 있던 선로로 오지 않고 다른 선로를 이용하는 기차였고, 그 남성도 무사히 플랫폼 위로 끌어올려졌다. 잠시 후에 역무원이 도착을 했다. “선생님 여기서 뭐하세요. 저 따라오세요”라며 그 남성을 데려갔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터벅터벅 역무원 뒤를 걸어가던 그의 뒷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 그 남성 또한 분명 한때 삶의 의지를 불태우고 꿈과 희망을 품고 열심히 살았을 것이다. 그 선로에 앉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었을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남성 주변에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면 과연 그 자리에 앉아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일이 마무리 된 후에 극도의 긴장감으로 심장이 터질 듯이 쿵쾅거렸다. 남은 음료수를 벌컥벌컥 마시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필자는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를 도우러 온 사람이 두 명 밖에 없구나’ 생각하며 이해는 했지만 씁쓸함을 지우기는 어려웠다. 최근 언론을 통해 2030대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과 고독사하는 청년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는다. 지자체에서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청년들이 다가가기 어려운 현실이다. 청년들이 경제적으로 또는 정서적 어려움 때문에 상담을 받고 싶지만 기관에 방문하기까지가 문턱이 참 어렵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청년들이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마음 편히 상담을 받고 위로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과 원스톱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의 역할도 중요하다. 용산역 선로에 앉아있는 남자를 구하기 위해 생면부지의 시민들이 달려왔던 것처럼, 우리 주변의 청년들을 살펴보며 청년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와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친구가 되고 어른이 되어주자. /최준호 원광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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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02 16:16

'화성'에서 온 설날, '금성'으로 간 세뱃돈

태어날 때부터 받은 출산축하금, 용돈, 세뱃돈, 학자금 등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부모님이 관리하다가 성인이 되어서 아파트를 사는 데 썼다면 어찌 될까요? 결론은 다름 아닌 증여세 과세대상입니다. ‘증여’란 무상이나 현저히 낮은 대가로 이전받는 것으로, 환산할 수 있는 모든 재산상의 권리와 의무가 세법에서 표현하고 있는 증여의 정의이며 민법상의 증여에 비해 광범위합니다. 이러한 타인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상의 가치에서 증여재산 공제, 즉 직계존비속(외가 쪽 포함) 간에는 5천만 원, 기타 친족(며느리, 사위) 간에는 1천만 원을 뺀 금액에 세율을 곱하여 증여세가 부과됩니다. 그렇다고 무차별적으로 증여세가 부과되지는 않으며, 세법에서 증여세가 부과되진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 항목들을 보면 생활비, 학자금, 축하금, 부의금, 혼수용품(차량이나 주택은 제외) 등이며, 사회 통념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금액으로 한정됩니다. 구체적으로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범위란 증여자와 수증자의 재산이나 건강 등의 상황을 고려하여 판단한다고 하나 그 명확한 기준은 없어서 항상 과세당국과 납세자 간의 마찰이 끊이지 않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납세자 입장에서 증여세를 피하고 싶다면 증여자와 수증자라는 필요조건과 증여받은 재산을 증여의 용도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는 충분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즉, 비과세되는 생활비나 교육비 등에 해당하려면 증여자와 수증자 간에 부양관계가 성립되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부모의 재산이나 소득 등에 비추어 충분히 자녀를 부양할 능력이 되는데도 민법상의 부양의무가 없는 조부모나 기타 친족으로부터 생활비, 교육비 등을 지원받는다면 증여세가 부과됩니다. 또한 증여자의 상황을 고려할 때 증여자가 생활비나 교육비를 지원할 능력이 되어야 하며, 지원받은 금품을 본래의 용도인 생활비나 교육비로 사용하지 않고 예금이나 적금 등에 활용한다면 이 역시 증여세를 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설 명절에 받은 세뱃돈이나 용돈 등을 사용하지 않고 차곡차곡 모았다가 향후 거액의 자금이 된다면 증여세를 피할 수 없습니다. /노인환 한국∙미국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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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0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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