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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킥보드 음주 사고

의뢰인은 몇 잔의 술을 마시고 전동킥보드를 탔다. 전동킥보드 운행 중 행인과 부딪쳤고, 큰 부상은 없었지만, 행인은 수백만원의 합의금을 요구했다. 의뢰인은 전동킥보드 음주사고가 그렇게 큰 죄인지, 합의를 해야 하는지 물어왔다. 농기계, 개인형 이동장치 등 도로교통법상 차, 자동차, 원동기장치자전거, 자전거 개념 등을 정리하며 대략적인 내용은 알았다고 생각했지만, 누군가 물어오면 여전히 헷갈리기 일쑤다. 바퀴가 달리고 모터, 엔진 등 동력장치가 있다면 “차”이고, 차 중에서 자동차(125cc 이상 오토바이 포함)를 제외하면 원동기장치 자전거이다. 원동기장치자전거 중 30kg, 25km/h 미만의 장치는 개인형 이동장치이다. 복잡한 것 같지만, 개인형 이동장치는 “차”이므로, 면허가 있어야 하고, 음주, 무면허 운전은 처벌받는다. 다만, 규제완화 차원에서 처벌 수위가 약한 부분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음주와 무면허로 범칙금만 내면 그만이다.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음주운전의 경우 반복될 경우 징역형까지 염두에 둬야 하지만 그럴 위험은 없다. 하지만 운전면허까지 취소된다는 점은 반드시 기억하자. 그런데 음주 사고가 났다면? 필자는 개인형 이동장치 법조문을 좀 안다고 생각했는지, 음주운전은 범칙금에 불과하니, 음주 사고도 다른 규정이 있겠지 막연히 기대했다. 하지만 자동차 음주 치상과 적용 규정이 동일하다. 자동차 음주 치상 범죄로 교도소에 가는 분들을 보기에, 음주 치상이란 말만 듣고 놀랐다. 당연히 자동차와 개인형 이동장치의 음주 사고의 양형은 구분되고, 전과 없는 의뢰인이 구속될 리야 없겠지만, 최대한 합의도 보고, 처벌은 가볍게 해야 한다. 의뢰인에게 가벼운 범죄는 아님을 알리고, 합의는 적정가격이 없고, 경제 사정에 따라 하는 거지만, 가급적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원칙적인 말만 해 줬을 뿐이다. 전동킥보드 운행, 가벼운 마음으로 타기에 너무나 큰 책임이 따른다. 제발 가볍게 보지 않길 바랄 뿐이다.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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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24 14:38

이 시대 청년의 고민은 청년만의 것이 아니다

지난 7월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한다. 이는 3년 전 통계청이 2028년부터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보다 8년이나 앞당겨졌다. 또한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으로 청년층의 비중은 지난해 처음으로 20% 밑으로 떨어진 이후 지속 하락 중이다. 사회구조가 정말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이런 사회구조의 급격한 변화에서 우리는 청년층 비중 감소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청년은 국가 및 사회에서 정치, 경제, 문화 등 다방면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가 경쟁력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이었다면, 이제는 맨파워, 즉 사람이 중요한 시대이다. 그 중심에 청년이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청년이 한국전쟁 직후 산업화 시대의 주역으로서 국가의 성장 동력이 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베이비붐 세대의 청년들은 경제의 성장, 정치의 성장이 나날이 지속되는 것을 지켜봤다.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 만큼 삶이 나아졌다, 그랬기에 대가족 사회에서 경제의 주체로서 노동과 배움으로 집안을 일으켜야 된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고, 사회적으로 정치, 경제, 문화에서 많은 역할을 강요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기의 청년들은 모든 것을 감내하며 삶을 살았다. 노력이 곧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청년은 우리가 예전에 알던 그 청년들과 자라온 환경이 다르다. 막강한 책임감 아래 희생을 강요받았으나 고성장 시대 노력의 결과가 보장되었던 청년과 달리 현재의 청년은 노력의 결과가 보장이 되지 않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지금 청년들은 취업을 비롯한 다양한 복합적인 문제를 가지게 된 것이다. 집값은 무서울 정도로 올라 청년들 혼자만의 힘으로는 마련하기 역부족이며, 취업의 문은 좁아지고, 부채는 증가했으며, 사회 인식의 변화로 혼인율 감소, 출산율 저하로 사회를 지탱할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워졌다. 우리는 이제 청년들이 겪는 여러 사회문제들이 청년들이 온전히 부담해야 할 무게인지 신중히 고민해 봐야 한다. 단순히 취업 문제를 떠나 지역격차, 소득격차, 성별격차, 세대격차 등 저성장 시대의 문제가 다양하고 복잡하게 엉켜있기 때문이다. 이전 청년들이 성장의 시대에 맞게 정책이 투입되어 고민이 해결되었다면, 현재 청년들은 일률적인 정책의 투입만으로는 고민이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청년은 국가의 중심이다. 시대, 국가를 막론하고 청년의 역할에 따라 국가의 흥망성쇠가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년 전 청년 대책 수립 의무를 규정한 청년기본법이 시행된 것은 고무적이지만,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청년의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을 만큼 복잡 다양해졌다. 정부와 지자체는 청년을 위한 문제를 더 이상 지엽적이고 근시안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통계청 발표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출생아 수와 혼인건수는 정부와 지자체의 그간 청년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교육지계 백년대계와 같이 청년을 위한 정책 또한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며 100년을 내다보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청년의 고민을 단순히 청년에게 지우려 하지 말고, 사회 전반적인 구조에 세밀한 분석과 범정부적인 정책 진단을 통해 우리가 함께 짊어질 수 있는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 시대 청년의 고민은 청년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규문 전주시 경제산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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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24 14:24

군산항 제2준설토 투기장 건설에 거는 기대

군산항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군산항의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선박 통항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항로와 박지의 수심확보’라고 말한다. 최소한의 수심이 확보되어야 항만별로 시간에 맞춰 이동하는 컨테이너선의 입출항에 제약이 없고, 화물선도 대기없이 상시 입출항이 가능함에 따라 화물 운송비용이 절감되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군산항은 퇴적이 심하여 매년 약 1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준설을 하고 있지만 퇴적량이 준설량보다 많아 깨진 독에 물붓기 마냥 그 효과는 미미하다. 군산항 관련자들은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더 많은 준설을 원하고 있지만 준설토사를 투기할 수 있는 투기장이 부족하여 준설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었다. 현재 군산항에서 발생하는 준설토를 투기하는 장소는 제1준설토 투기장인 금란도 투기장과 새만금산업단지 매립지 정도이다. 금란도는 1980년대부터 투기장을 건설하여 준설토를 투기하였는데 기존 수토용량(受土容量)이 초과되어 현재까지 3차로 증고해도 잔여 수토용량이 약 80만㎥로 더 이상 투기가 어렵고, 새만금 산업단지는 2013년부터 준설토를 수용 하였으나 수토여건 변화로 2024년까지만 투기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준설토의 안정적 처리를 위한 제2준설토 투기장 필요성이 대두되어 2010년부터 제2투기장 건설을 추진하였으나 새만금산업단지에 대규모 매립토가 필요하다는 사유로 받아 들여지지 않았었다. 이 상황에서 해양수산부는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제2투기장이 필요한 근거확보와 논리개발에 주력하였다. 이 과정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과 전북도·군산시 등 행정기관, 지역언론과 항만관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으로 2020년 12월에 항만기본계획에 반영시켰으며, 2022년 8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게 되어 드디어 제2준설토 투기장을 조성할 수 있게 되었다. 군산항 제2준설토 투기장 축조사업은 남방파제와 비응도사이 수역에 외곽호안 4,170m, 가호안 1,160m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2023년에 설계를 착수하여 2027년에 완공 예정이며, 총사업비는 4,915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새로 건설하는 제2준설토 투기장은 Ⅰ구역과 Ⅱ구역으로 나누어서 건설할 계획이며, Ⅰ구역은 2023년에 기초자료조사를 시작하여 2025년까지 가호안을 우선 시공하면 2026년부터 연간 약320만㎥의 준설토를 수용할 수 있게 된다. Ⅱ구역은 2027년까지 공사를 완공할 예정으로 2035년까지 약 10년간 총 3,180만㎥를 투기할 수 있게 된다. 기획재정부가 시행한 예비타당성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2준설토투기장 건설로 항로의 수심이 유지되면, 통항안정성이 확보되어 원활한 항만운영으로 약3,766명의 고용유발 효과와 4,324명의 취업유발효과가 발생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할 수 있게 되고, 외해투기비용 절감효과는 1조2천억원으로 나타났다. 또한, 제2준설토 투기장의 투기가 완료되면 투기장 부지 2,146㎢의 넓은 육상부지가 생기는데 항만배후단지 등 항만부지로 이용할 수 있으며, 해양공원 또는 친수공간으로 조성, 어항 및 수산물 도매시장 등으로도 이용이 가능하여 새만금 신항과 더불어 군산항 등 지역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해기 군산해수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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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24 14:23

강하면 약한 자를 쳐도 된다고?

“마땅히 잘라야 할 때 자르지 않으면 도리어 자르지 않은 것이 만드는 혼란을 받게 된다(當斷不斷, 反受其亂).”라는 말이 있다. 『사기』 「춘신군열전」, 『한서』 「곽광전」 등 여러 역사서에 나오는 말이다. 끝내 용서를 빌지 않는 악은 단호하게 잘라내야 함을 천명한 말이다. 수년 전만 해도 친일파로 지목받는 사람들은 자신 혹은 조상의 친일행각이 드러날 까봐 ‘쉬쉬’하며 안절부절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요즈음은 아예 드러내 놓고 “그래, 나 친일파다. 어쩔래? 친일이 뭐가 나쁜데?”라고 대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여당의 대표 격인 인물도 일본 우익들 주장과 똑 같은 발언을 해 놓고선 “그게 왜 식민사관이냐?”며 도리어 언성을 높였다. “조선은 일본군의 침략이 아니라 안에서 썩어 문드러져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라는 주장에 담긴 문제를 그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조선이 내부적으로 부패가 많았고 힘이 없었던 점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의 침략이 정당화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강한 나라는 약한 나라를 침략해서 식민지화해도 된다는 논리를 인정하면 세상은 완전히 약육강식의 동물의 세계가 되고 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것도 정당해지고, 힘만 가진 일부 악덕 검·판사가 힘없는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일도 공평하고 정당한 일이 되며, 힘센 학생이 약한 학생을 괴롭히는 학교폭력도 당연한 일이 된다. 끔찍한 일이다. 그럼에도 여당의 대표는 자신이 한 말의 잘못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내가 뭘?”이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는 주장도 고수하고 있다. 임진왜란은 물론, 을사늑약과 한일병탄 때에도 우리는 일본과 죽기로 싸웠다. 다만 부패한 기득권은 싸울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도망치거나 나라를 통째로 넘겨주었다. 그런데 그런 부패한 기득권의 편을 들기라도 하려는 듯이 죽기로 항거한 의병들과 독립을 위해 피를 흘린 애국지사들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한 채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라는 말을 하니 분통이 터진다. 광복되었을 때 분명하게 잘라냈어야 할 친일파들을 잘라내지 않은 탓에 도리어 그들이 야기하는 난(亂)을 당하며 국민들이 분개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이 식민통치를 하면서 우리의 근대화를 도왔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이처럼 잘 살게 되었다.”라는 ‘식민지 근대화론’이 날로 퍼지고 있다. 일제의 엄청난 수탈은 잊은 채, ‘편리한 수탈’을 위해 그들이 건설한 철도와 항만시설 등을 거론하며 그들에게 감사하자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인터넷을 타고 퍼지는 터무니없는 거짓말과, “친일파면 어때?”라고 오히려 되묻는 뻔뻔한 사람들의 득세와, “겁도 없이 검찰을 무서워하지 않다니?”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위세로 인해 엄청난 가치관의 혼란이 야기되면서 우리 사회는 옳고 그름을 가리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정의는 빛을 잃고 다만 패거리지어 힘을 행사하려는 무리들이 판을 치고 있다. 마땅히 잘라내야 할 것은 잘라내지 않은 후유증이다. 『한비자(韓非子)』에는 이런 말이 있다. “국가의 안위는 힘의 강약에 달린 게 아니라, 시비를 분명히 하는 데에 달려 있다.”고. 국민이 깨어나 새로운 ‘국민문화’의 힘으로 나라를 구해야 할 때이다.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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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24 13:18

자치단체와 지역대학 손잡고 나가라

교육부 장관이 국립대의 모집단위별 입학정원을 정할 때 해당 지역의 시·도지사와 협의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방향으로 '고등교육법 시행령(제28조)'을 개정해야 한다고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적극 주창하고 나섰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 8월 19일 제50회 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서 '지역대학의 정원 및 학과 조정 권한 위임'을 첫 건의했는데 다른 시도지사들의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상당부분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당시 김 지사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28조 제3항 교육부장관의 대학 입학정원 조정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과감하게 위임해 각 지역에 맞는 특화형 인재 양성과 기업의 변화되는 인력수급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건의한 바 있다. 차제에 국립대뿐 아니라 사립대와도 자치단체가 적극 협업해서 지역사회에 맞는 인력수급 수요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지난해 출생아 수는 26만3000명으로, 대입 정원(47만2000명)의 절반에 그쳤다. 20년 뒤에는 대학 입학생이 현재의 절반가량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대학교육연구소는 2024년 지방대의 34%, 2037년에는 84%가 정원의 70%를 채우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 몇 개 대학을 제외하고 지방대학의 문제가 이제 더 이상 대학에만 맡길 수 없다는 것을 웅변한다. 이러한 위기감이 확산되자 현 정부는 지역대학에 대한 행·재정적 권한을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위임해 지방대와 지자체의 상생을 모색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방대 위기는 곧 지역위기인 만큼 지자체와 대학, 지역 산업계 등이 참여하는 ‘지역고등교육위원회(가칭)’를 설치하고, 지역에서 인재를 길러 취업까지 연계해 지역 생태계를 활성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방대 육성은 지역 기업과 연계해 고려해야 한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통합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제언했다.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한 전북도의 경우 자치단체와 대학 간 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지방의 미래에 이바지할 수 있는 맞춤형 인재를 키워내려면 국립대, 사립대를 가리지 않고 협업이 이뤄져야 하고 특히 기업과도 협력이 절실하다.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인구감소 문제의 해법은 자치단체와 지역대학간 협치에서 비롯됨을 거듭 인식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0.24 11:24

지방의회, 제 호주머니만 챙길 셈인가

지방의회의 의정비 책정시한인 이달 31일을 앞두고 일부 시군의회가 의정비를 대폭 올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쌀값 폭락 등으로 지역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데 자신들의 호주머니만 챙기는 셈이다. 지방의원 의정비는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으로 이루어진다. 이 중 의정활동비는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따라 광역의원은 월 150만원, 기초의원은 월 110만원으로 묶여 있다. 반면 월정수당은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지자체 재정 자립도· 주민 수 등을 고려해 증액·동결·삭감 여부를 결정토록 하고 있다. 월정수당이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초과해 인상하려면 공청회나 주민 여론조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각 시군의회에 따르면 김제시와 순창군, 임실군은 월정수당을 현재보다 25%, 남원시는 20% 인상하기로 했다. 무주군은 10% 이내로 논의 중이다. 반면 전북도의회, 전주시, 정읍시, 완주군, 고창군, 부안군은 모두 공무원 보수 인상률인 1.4% 만큼 올리기로 했다. 물론 경제가 활황이고 지방의원의 활동이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는다면 인상해도 누가 뭐라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허리띠를 졸라 매는 상황에서 의정비 인상은 너무 염치없는 일이다. 더구나 걸핏하면 의원들의 인사나 이권 개입 등 불법 비리가 터져 나오고 외유성 해외여행 등으로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게 현실이다. 지방행정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방의원의 활동에 대한 주민 만족도는 1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의원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지방의원 무용론이 나오고 있겠는가. 지방의원은 지역주민들과 고락을 함께 하는게 도리다. 주민들이 어려우면 앞장서서 자신들의 의정비를 동결하거나 깎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실제로 거창군의회는 의정비를 동결했다. 1991년 부활한 지방의회는 당초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했다. 그러다 2005년 유급제로 전환했다. 또 얼마 전에는 정책보좌관을 두어 거들도록 하고 있다. 미흡하나마 진일보한 것이다. 지방의원들은 자신의 밥그릇 챙기기보다 자신들이 주민들을 위해 얼마나 일하고 있는지부터 돌아봤으면 한다. 의정비 인상은 자제되어야 마땅하다.

  • 오피니언
  • 조상진외(1)
  • 2022.10.23 18:45

전북도 공공기관 구조개혁 ‘강도 높게’

전북도가 산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구조개혁을 추진한다. 기관 통폐합 등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기대에 한참 못미칠 가능성이 크다. ‘지방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행정안전부가 각 지자체에 가이드라인에 따른 혁신계획 제출을 요구하자 전북도는 산하 공공기관으로부터 자체 혁신 방안을 받았다. 각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혁신 방안을 바탕으로 유사·중복 업무 조정 등의 과제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전북도의 계획대로라면 구조개혁은 제한적 범위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요구에 따른 형식적 행정행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 혁신’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는 이를 확산해 ‘지방공공기관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공공기관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생산성은 하락하고 있어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의 재정부담이 늘고 있는 만큼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행정안전부는 혁신의 방향과 기준까지 제시하면서 지자체를 독려하고 있다. 이에 맞춰 민선 8기 전국 각 광역·기초 지자체가 재정 절감, 경영 효율화를 목표로 지방공공기관 통폐합 등 강력한 구조개혁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비대해진 산하기관의 조직과 기능 중복 문제 등을 검토해 공사·공단과 출자·출연기관을 과감하게 통폐합해 조직을 정비하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전북도는 이 같은 지방 공공기관 구조개혁 바람을 그저 관망하고 있다. 그 수가 늘고 몸집까지 비대해진 산하기관 통폐합 및 조직 축소와 관련해서는 어떠한 방침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북도 산하 공공기관은 공사 1개, 출연기관 15개 등 모두 16개다. 전북도가 이들 기관에 대한 경영평가 결과를 해마다 발표하면서 경영효율화 및 변화·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방 공공기관 군살 빼기’는 이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새 단체장이 취임할 때마다 신설되고, 또 몸집을 불린 지자체 산하기관의 기능과 조직을 체계적으로 진단해 유사·중복 기관은 과감하게 통폐합해 재정 부담을 줄이고,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 굳이 정부의 의지가 아니더라도 전북도는 도민 눈높이에 맞춰 조직 통폐합 등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0.23 18:44

밥 먹었어?

추석 연휴가 지나니 삼례의 저녁 공기는 선선해졌다. 여름엔 일과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보이는 해는 지친 기색 없이 밝을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가을이 왔는지 한껏 붉다. 어떤 날은 오늘도 무사히 서로의 몫을 다 했다는 메시지 같아 잠시 멈춰서 바라보는 날도 있다. 이번 9월은 조금 특별했다.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학교 승인이 떨어져 학과 MT에 다녀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3년 만의 학과 MT에 대절 버스 기다리는 도중에도 학년 별로 옹기종기 모인 학생들의 들뜬 에너지가 내게도 강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에너지에 압도된 나는 괜히 혼자 어설퍼졌다. 신나게 숙소를 향해 달리는 버스 안에 있어도 어설픈 마음은 가시지 않았고 그저 조용히 있다가 모두 별 탈 없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돕자는 결론을 끝으로 생각을 끝낼 수밖에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도착 후 각각 학년별로 조를 짜고, 너나 할 거 없이 재밌어 하는 학생들을 보며 ‘젊어서 좋겠다.’ 싶은 마음을 안고 숙소에 올라와 가만히 앉아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잠시 숙소에 들어온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그 순간 내가 대학생이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라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저녁쯤 되니 배도 부르고 마음도 편했다. 여전히 들떠 있는 표정으로 레크리에이션을 준비하는 저학년생들, MT의 기억을 좋게 남겨주고 싶어 분주히 움직이던 고학년생들을 보며 시간이 지나고 인물이 변해도 큰 상황은 똑같구나 싶은 생각에 괜히 웃음이 났다. 학년을 불문하고 좋은 건 배우고 아닌 건 고쳐가며, 모든 학년이 다같이 MT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계획된 모든 일정을 마치고, 전체 인원 모두 무탈하게 돌아오는 버스 안 창밖으로 학교 간판이 보였다. 간판을 보니 안도감과 함께 학생이었던 시절을 같이 보낸 친구들이 생각났다. 한때는 같은 환경에서 공부했지만, 현재는 모두 다른 환경에서 일하고, 도전하는 친구들. 아직도 나는 주말이 지나면 여전히 학교로 걸음을 재촉하고 전공 수업을 듣던 강의실 복도를 지나온다. 매일 같이 강의실에 앉아 떠들고, 점심은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고, 치열하게 머리를 맞대다 하루를 꼬박 보내던 우리가 있던 비워진 공간에 우리와 같은 친구들이 채운 모습을 볼 때면 한 번씩 신기할 때도 있다. 현재 전부 각자의 위치에서 잘 지내고 있지만, 뜸해진 만남은 달라진 환경 때문인지 어느 한 명이 털어 놓는 고민의 깊이가 깊어질 때마다 대화의 저울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현재는 각자 놓인 처지를 전부 알 수 없으므로 저울이 다시 수평을 찾을 때까지 우리 사이엔 적막이 흘렀다. 그럴 때마다 이제는 고민을 모두 이해할 수도 없고, 해결할 수도 없어 거리감을 느끼지만 모든 고민에 지고 싶지 않았던 시절을 같이 지나온 우리는 고민해도 해결되지 않는 고민도 있고, 고민은 계속 생긴다는 것을 이젠 알기에 그저 서로가 무사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서로의 고민을 대한다. 어쩌면 우리 사이의 적막은 시절을 같이 보낸 서로에 대한 고마움과 애틋함 같다. 달라진 해를 마주할 때면 한 계절을 지나왔다는 생각에 속절없이 흘러버린 시간의 냉정함을 몸소 느낀다. 더불어 우리가 같은 시절을 보냈던 순간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희미해져 조금 더 낯설고 아련해 진다 . 결국 아련함은 남겨진 나만 느끼는 미련 같아서 그리움으로 바꾸고, 이마저도 청승 같아서 우리에게 침묵이 될까 봐. 끝내 밥 먹었어? 라는 말로 포장해 무심하게 전한다. 백지은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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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23 18:44

함께 혁신

외국 사람들은 한국의 경제성장을 경이로운 현상으로 본다. 부존자원도 없는 나라가 어떻게 해서 세계10대 무역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는지에 의아해 한다. 6·25 전쟁을 치르며 겨우 초근목피로 연명했던 한국 사람들이 선진국형 병으로 알려진 당뇨 등 성인병 환자가 늘고 있는 게 모든 걸 일러준다. 성인병은 제때 운동은 안하고 고기 등 고칼로리의 영양가 높은 음식을 섭취해서 생긴 병이다. 한국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보면 두뇌가 우수하다. 지능지수가 높다는 유태인 보다 더 우수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미국 NASA(우주항공국)나 대학 연구소 등지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세계적 과학자들이 많다. 하지만 모래알처럼 뭉쳐지지 않은 게 문제다. 성격이 급하고 머리가 우수해 휴대폰 같은 제품을 개발해서 세계시장을 석권한 것만 봐도 한국인의 기질을 파악할 수 있다. 실험을 통해 쉽게 알 수 있지만 게 한 마리를 용기에 넣어 놓으면 밖으로 탈출하지만 3마리를 넣어두면 단 한 마리도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서로 뒷다리를 잡고 물고 늘어지기 때문에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머리는 우수하고 뛰어 나지만 단합 못한다는 말을 이렇게 이참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설명한다. 이 이야기는 멀리 갈 것도 없이 전주 사람을 포함 도민들의 얘기나 다름 없다. 수도권 집중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전주에서 사업해서 돈 좀 벌었다 하면 서울로 뜨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로 이사를 가버리면 익명성이 보장돼 누구 하나 귀찮게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자유로울 수가 없다는 것. 좁은 지역사회에서 살다 보면 이 눈치 저 눈치 다 살펴야 하는데 서울로 가버리면 전혀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 단합은 고사하고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심의 발로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간 잦은 선거로 패거리문화가 형성돼 지역사회가 사분오열되었다. 정책과 공약으로 대결하는 선거는 오간데 없고 오직 상대후보를 흠집내는 네거티브 선거가 횡행하면서 모략 모함 무고 등 몹쓸 병이 생겨났다. 사촌이 논 사도 배 아픈데 하물며 남 잘되는 꼴을 못 보는 사회풍토만 만들어졌다. 자기편이 아니면 어떻게든지 흠집을 내서 흔들어 대는 풍조가 만연, 결국 공동체 안녕을 좀 먹고 있다. 그간 30여년간 전북이 변화를 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한 결과가 지금 이 모습이 되었다. 모두가 개혁에 찬성하지만 자신만 빼고 개혁하라기 때문에 성공을 못하는 것처럼 혁신도 똑같다. 함께 변해야 지역이 산다. 그 전제로 남아공 사람들이 생활철학으로 삼는 우분투(Ubuntu)정신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I am because We are( 우리가 있기 때문에 내가 있다)는 뜻속에 해답이 담겨 있다. 우리처럼 나무 위에 마구 올려 놓고 흔드는 법이 없다. 김관영 지사가 도정구호로 내건, 함께 혁신 함께 성공 새로운 전북도 그냥 만든 게 아니다. 모두가 비판만 하지 말고 행동하는 양심으로 함께 변하자는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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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2.10.23 18:24

함께 보듬어야 할 시설 밖의 아이들

저출산과 그에 따른 인구 감소가 우리 사회 큰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정부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저출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비용 대비 효과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산율은 이미 세계 최하위 수준이고 그것을 벗어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해 보인다. 그렇게 아이들이 귀해졌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는 보호받지 못하고 학교 밖에서, 시설 밖에서 떠도는 아이들이 많다. 의지하고 기댈만한 대상이 없어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정서적 결핍으로 그들은 갈수록 사회의 뒷골목으로 밀려나거나 잊혀지고 있다. 최근 ‘보호종료아동’들이 연이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뉴스가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아동복지법에 따라 만 18세가 되면 아이들은 시설이나 그룹홈을 떠나 ‘자립준비청년’이라는 이름으로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거칠고 황량한 세상에서 갈 곳을 잃은 아이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 홀로 서야 하는 부담감과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등지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해 7월 ‘보호종료아동 지원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전라북도 역시 올해 1월부터 6억 2천만원의 예산으로 자립지원 전담기관을 운영하면서 자립준비청년 700여 명에 대한 사후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세상에 가지고 나갈 수 있는 자립비용은 자립 정착금 800만원, 매월 지급되는 35만원의 자립수당뿐이다. ‘자립’이라는 단어가 부끄러운 수준이다. 아이들이 보육원에 입소하는 이유는 부모가 없거나 이혼한 경우, 부모의 학대 또는 빈곤으로 인해 아이들을 돌보기 어려운 경우 등 다양하다. 그러나 이들이 시설을 퇴소할 때 직면하게 되는 어려움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도 당장 경제난에 부딪히게 된다. 보호종료된 자립 1년차 아동의 59.5%가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을 정도다.(2021, 보건복지부 자료) 결국 자립지원금이나 생활보조금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시설에 머무는 동안 자립생활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또는 막연한 생각만을 가지고 보호 나이가 종료됨과 동시에 세상 밖으로 떠밀리듯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들이 자립생활에 적응하고 나름의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자립준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 진학의 문제라든가 취업을 통해 생계를 어떻게 꾸려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지도가 있어야 하고, 퇴소후에도 정서적으로 의지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멘토의 지정 역시 필요하다. 아직 십대에 불과한 보호종료아동들을 법을 핑계로 세상에 내몰아 그들로 하여금 불행한 선택을 하도록 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그들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고 온전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합류해갈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사회적 돌봄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아이를 더 많이 낳도록 하는 정책 못지않게 기왕에 세상에 나온 아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그저 ‘자립’이라는 미명하에 영혼 없는 수당을 쥐어주는 것보다 더 필요한 것은 혹독한 세상에 서 있는 그들에게 꿋꿋이 홀로 설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고 함께 가는 사회적 연대의 힘이다. 이들에게 울타리가 되고 받침대가 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와 제도적 장치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유관 기관과 정부(중앙·지방) 차원의 세심한 고민이 요청되는 지점이다.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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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23 14:08

웅치전적지 사적지정이 남긴 과제

얼마 전 웅치전적지의 국가문화재 승격이 결정되는 반가운 낭보가 전해졌다. 웅치전적지가 전라북도기념물로 지정된 해가 1976년이니까 무려 46년만의 일이다. 만시지탄의 회한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된 재조명과 선양사업이 가능할 수 있게 됐으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마냥 기뻐하기보다는 이번 쾌거를 계기로 문화유산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성찰해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그동안 웅치전적지는 오해와 망각의 울타리에 갇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치단체가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고 지역사회 차원의 선양사업도 별다른 게 없었다. 보존회의 힘겨운 노력만이 있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아는 사람 자체가 드물었고, 심지어는 전투결과의 외형만 보고 웅치전투를 패배의 역사로 기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국가문화재로 승격되기까지 약 반세기의 세월이 걸렸는데 이 역시 어떤 커다란 장벽이 있어서 그랬던 게 아니었다. 사실상 자치단체와 지역사회 전반의 부족한 의지와 무관심 때문이었다. 역사적 고증작업을 꾸준히 추진했는데도 불구하고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거나 국가문화재 지정 절차가 결정적 걸림돌이 됐다거나 하는 문제 때문이었다면 차라리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결정적인 변곡점은 2016년 당시 박재완 도의원의 도정질문이었다. 이때의 도정질문은 웅치전투의 역사적 의미는 물론 허술한 전적지 관리 전반을 폭넓게 다룸으로써 지역사회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이에 대해서 다행히 도 문화재 행정이 적극적으로 공감하며 후속작업에 발 빠르게 나섰고 오늘날 국가사적 지정 예고라는 쾌거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46년간 시도문화재 지위에 머물면서 동면기를 거쳤던 사안이 불과 오륙 년 만에 국가지정문화재 승격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는 것은 결국 문화유산의 보존관리는 관심과 의지가 중요한 관건이라는 것을 뜻한다. 문화재 행정만큼 “뜻이 있는 데 길이 있다”는 평범한 가르침이 완벽하게 적용되는 분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화재 행정은 선출직 단체장에게 정치적으로 큰 이득이 되지 않는 반면, 상당한 재정이 소요되는 분야다. 문화재 지정의 기본적인 선행요건은 무엇보다 학술조사와 고증을 통해서 지정하고자 하는 문화재의 역사적 실체를 드러내는 작업인데 이게 다 예산이 수반되는 일이다. 그래서 치적을 홍보하기 쉬운 분야에 비해서 재정투자 우선순위가 밀리는 게 현실이다. 이번 웅치전적지의 국가사적 지정 예고라는 쾌거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과제도 이 지점에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유무형의 고귀한 문화유산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보존 관리하고, 나아가서 활용까지 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역사적 고증이 필요한 대상을 우선순위를 정하고 별도의 재정투자 계획을 수립해서 단계별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채 왜곡과 망각의 늪에서 46년간 동면기를 거친 웅치전적지와 같은 사례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도내 문화재는 총 1천 건이 넘는다. 이 중 도지정 문화재만 700건에 육박한다. 여기에 비지정 문화재까지 더하면 일일이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이 모든 문화재를 대상으로 일거에 전수조사하거나 역사적 실체를 밝히는 일은 불가능하다. 큰 틀에서 전라북도만의 원칙을 세우고 자치단체장 교체와 무관하게 추진이 될 수 있도록 문화재 행정의 기초를 다시 세워야 한다. 웅치전적지의 국가지정 문화재 승격은 분명 쾌거다. 웅치전적지가 앞으로 변화될 모습은 더욱 희망적이다. 하지만 기쁨에 취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웅치전적지의 국가지정 문화재 승격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를 곱씹어보는 성찰적 태도가 병행되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 웅치전적지의 국가지정 문화재 승격이라는 쾌거를 더욱 빛나게 하는 첩경이 아닐까. /윤수봉 전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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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23 14:04

전범기업과 할머니의 소송

열두 살 옥순이 일본 근로정신대에 끌려간 것은 1945년 4월이었다. 학교는 제비뽑기로 강제 동원에 차출될 아이들을 정했다.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옥순이도 제비뽑기로 일본에 끌려갔다. 옥순이 일했던 곳은 일본의 전범 기업인 후지코시 공장. 항공기의 부품과 탄피 등을 만드는 군수공장이었다. 근로정신대는 일제강점기, 학교나 마을 단위로 차출되어 일본에 끌려가 노동력을 착취당했던 여성들을 이른다. 일제는 태평양전쟁 말기,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해 법령까지 만들어 여성들의 강제 동원을 합법화했다. 법령에 제시된 대상은 ‘만 12~40세의 배우자 없는 여성’이었지만 일본의 군수공장에 동원됐던 근로정신대는 어린 소녀들이 대부분이었다. 자료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과 후지코시, 도쿄 아사이토 누마즈 등 일본의 군수공장에 끌려갔던 조선의 소녀들은 1,700여 명. 강제 동원됐던 소녀들은 해방이 되고서야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1년 가까이, 또는 1년이 넘게 고통스러운 노동 현장에서 시달렸지만, 임금은 한 푼도 받지 못한 채였다. 게다가 고향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힘든 삶을 살아야 했다. 일본 기업의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정신대로 끌려간 그들을 역시 강제로 끌려가 일본군 성노예가 되어야 했던 일본군위안부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군 위안부와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4년이다. 이후 여러 차례의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으나 일본 최고 재판소는 결국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강제 연행과 강제노동, 임금 미지급 등의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이 판결로 미쓰비시중공업도 협상에 나섰지만 끝내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국에서의 법정투쟁도 순탄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지난 2018년 우여곡절 끝에 대법원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최종적으로 확정판결했지만 이후 국면은 반전됐다. 지금은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의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93세로 세상을 떠난 김옥순 할머니도 생전에 전범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이어왔다. 할머니가 손해배상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15년. 4년 뒤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아냈지만, 후지코시 쪽이 상고해 대법원에 계류되어 있는 상태다. 강제로 끌려가 고통스러운 노동에 시달리고도 임금 한 푼 못 받은 피해자들이 일본 최고 재판소로부터 사실을 인정받고도 정작 보상은 받지 못한 현실은 이해하기 어렵다. 옥순 할머니는 꿈에 그리던 고향 군산에 돌아와 묻혔다. 배상도 사과도 받지 못한 할머니의 죽음이 우리의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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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20 18:14

병력동원 소집대상자는 어떻게 결정되나요

병력동원소집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부대편성이나 군 작전수요를 위하여 국가가 예비역, 군사교육을 마친 보충역과 법률에 의하여 보충역에 편입된 사람 중 병역동원소집대상자로 지정된 사람에 대하여 현역 복무 외의 군 복무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말합니다. 장교, 준사관, 부사관의 복무를 마친 예비역은 군인사법에 의한 현역 계급의 연령 정년까지, 현역·상근예비역의 복무를 마친 예비역 병과 사회복무요원, 전문연구요원 등 보충역은 복무를 마친 다음 날부터 8년이 되는 날이 속하는 해의 12월 31일까지 예비군에 편성되어 병력동원 소집대상자가 됩니다. 병력동원지정은 병력동원 소집대상자 중에서 군 소요를 충원할 수 있도록 최근 전역(간부 1~6년차, 병 1~4년차)한 예비군 적격자(계급, 병과, 군사특기)를 우선 동원지정함으로써 소집부대 전투력을 최대한 확보함과 동시에 유사시 신속한 동원을 위하여 소집부대로부터 근거리 거주자를 동원지정합니다. 다만, 군 소요와 지역별 인원 분포의 불균형으로 인하여 적격자 없는 경우에는 유사 또는 비적소특기자가 지정될 수 있으며, 지역을 확산하여 동원지정합니다. 지방병무청장은 병력동원운용계획서에 의한 계급, 병과 및 군사특기 등 입영부대의 소집 소요를 감안하여 지역단위로 전산프로그램에 의하여 병력동원소집대상자를 지정합니다. 그리고 동원지정 된 사람이 신상변동 사항이 발생한 경우 동원지정을 해제하고 동원지정이 안된 사람 중에서 계급, 병과 및 군사특기가 맞는 사람으로 대체 지정 합니다. 병력동원소집대상자로 지정된 사람은 평시에 '병력동원소집통지서'를 상용앱, e-mail, 등기우편 등으로 교부받게 되며, 신문·텔레비전 또는 라디오 등 공고를 통해 동원령이 선포되면 통지서에 기재된 일시 및 장소로 입영하여야 합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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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20 17:36

도의회 인사 청문제도 더욱 확실한 변화가 요구된다

전북도의회가 인사 청문 조례 도입을 두고 전라북도와 샅바 싸움을 벌이며 소송을 벌일 때만 하더라도 내실 있는 인사 청문 제도가 전국 최초로 도입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2003년 9월 4일 전라북도 공기업 사장 등의 임명에 관한 인사 청문 조례 안에 대한 재의결에 대해 전라북도가 원고가 되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결과 2004년 7월 대법원은 전북도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로 도의회가 재의결한 인사 청문 조례를 무효화시켰다. 단체장의 임면권에 대해 상위법이 없는 조례가 임면권을 제약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후 전북도의회가 전열을 가다듬고 전라북도 출연기관 등의 장에 대한 인사 검증 조례를 당시 김광수 의장 시절 인 2014년 12월 5일 공포하였으나 피소되어 2017년 12월 대법원 무효 판결로 또다시 무력화되었다. 두 번에 걸쳐 대법원의 무효 판결로 전북도의회가 내상을 입은 이후 이를 지켜본 대다수 전국의 광역의회는 인사 청문 법안 마련이나 인사 청문 조례 제정의 정공법을 포기하고 집행부와 타협하여 우회하는 방식으로 실효성이 떨어지는 인사 청문 제도를 도입하게 된다. 2015년 광주시가 가장 먼저 인사 청문 협약이라는 방식을 통해 인사 청문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후 전국의 광역 의회들이 앞 다투어 인사 청문 협약을 도입하였다. 전북도의회도 전라북도와의 협의를 통해 2019년 1월 인사 청문 협약 제도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하더라도 언론과 시민 사회, 도민들의 강력한 지지를 통해 힘을 가질 수 있는 인사청문회의 가장 핵심인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고 청문 대상 공기업도 5개로 합의하며 제도 도입에 급급하여 집행부와의 줄다리기에서 끌려 다니며 양보와 양보를 거듭하여 거의 백기 투항의 모습이었다. 인사 청문 제도의 꽃은 각계 전문가나 도민, 언론의 취재, 시민사회의 활동을 통한 다양한 제보를 바탕으로 도덕성을 검증하는 것이다. 병역 문제,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논문 표절, 위장 전입 등에 관한 시민들의 다양한 제보를 바탕으로 송곳 질문을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내어 후보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것이 핵심인데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며 기간도 하루로 국한하여 인사 청문 제도를 스스로 무기력하게 만든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는 제대로 된 인사청문제도의 도입을 기대하는 시민 여론에 대해 민주당이 집행부와 의회를 독점하는 구조에서 무늬만 인사청문제도를 도입한 결과였다. 민선 8기 들어 전북도의회는 도덕성 검증의 비공개를 공개로 전환하려 하였으나 집행부 설득에 실패하고 청문 기관을 4개 늘려 총 9개 기관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러한 결과는 여전히 인사청문회가 형식에 치우치고 성과를 내기 어려운 요식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게 된다. 최근 인사청문회와 관련한 도의회의 모습을 보면 더 이상 현재와 같은 인사 청문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할 때라고 본다. 2019년 인사 청문회를 도입한 이후 단 한 번도 “아니오!”를 결정한 적이 없는 현행 청문제도의 확실한 변화가 요구된다. 장기적으로는 전국의 지방 의회와 연대하여 법 개정을 통해 법률로 인사청문제도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청문회 기간과 기관 확대, 청문회의 생방송 추진, 도덕성 검증 공개와 더불어 청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각계의 인사로 구성되는 청문회 지원 위원회를 청문회 준비 기간부터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비록 협약으로 강제성이 없더라도 내실을 기해 언론과 시민 사회, 도민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여론을 형성하여 특정 정당이 독점. 독주하는 한계를 극복하며 청문회를 제대로 운영하여야 한다. 청문제도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획기적인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지방자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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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20 15:08

전주역세권, 가련산 원안대로 추진을

전북지역 주택보급률은 110.4%에 달하고 있고, 전주의 경우 이보다 높은 113%가량 된다. 언뜻 생각하면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기 때문에 주택을 추가로 짓는 것은 무모한 일처럼 보이지만 전주시민의 약 35%가 무주택자인데다 자기 집이 있는 사람도 더 양질의 주택으로 옮기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늘 주택은 부족한 게 현실이다. 무주택자를 비롯한 실수요자, 특히 취약계층을 위한 주택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핵심은 전주 역세권과 가련산 일대를 당초 계획대로 빠르게 개발해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거다. 민선 7기 시절, 전주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간 갈등으로 ‘전주역세권’과 ‘가련산공원’ 개발사업은 중단됐다. 전주역세권개발은 2018년 국토부와 LH가 전주역 동편 장재마을 일대 106만㎡에 주택 7800가구를 공급키로 한 사업이다. 공급 주택의 70%인 5500가구는 임대아파트로 계획했다. 그대로 시행됐더라면 벌써 서민들이 입주해서 살고 있을 만큼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당시 전주시는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고 했다가 두 달 만에 정반대로 입장을 바꿨다. 전주시는 지나친 도시팽창으로 구도심 공동화 현상이 심각하다며 국토부에 사업 취소를 요청한 것이다. LH측으로서는 전국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펄쩍 뛰었지만 시간만 흘러갔고 결국 서민들만 피해를 입게 됐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으나 최근 들어 전주시의 입장이 변화하고 있다. 전주역과의 연계개발 검토에 나선 것이다. 이런 가운데 가련산공원 개발 역시 재판부가 LH의 손을 들어줘 추진 가능성이 커졌다. 사업 시행자인 LH는 가련산 32만535㎡에서 민간임대 752가구 등 총 1503가구를 공급하는 전주가련산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려고 했으나 전주시가 돌연 반대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사업 추진 불가’를 주장하던 전주시가 민선 8기 들어 입장을 바꾸면서 두 사업 모두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북지역에서 입주요건이 마땅치 않아 대기자수가 수천명에 달하고 있고, 조건에 맞는 임대주택에 입주하려면 최장 2년 넘게 기다리는 게 현실임을 감안하면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확대를 위해 전주시와 LH가 이른 시일 내에 추진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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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10.20 13:41

키오스크 앞에서

몇 년 전 대학 은사님의 칠순 파티가 있다고 해서, 비록 은사님이 애써 가르쳐주신 전공 공부는 진작에 포기해버리고 딴길로 새어버린 불충 제자였지만, 오랜만에 모임에 참가했다. 수십년 만에 다시 만나는 동문 선후배들은 무척 반가웠다. 아침나절 다투었다가 저녁나절 히히덕거리던 철딱서니들은 이제 백발이 성성한, 그 옛날 나를 가르치셨던 교수님보다도 더 나이가 든, 중견을 넘어 원로를 향해 달려가는 과학자들이 되어있었다. 왜 이렇게 나이가 들었냐는 소리는 차마 못하고 서로 놀라움이 담긴 헛웃음만 연발했는데, 더욱 놀라웠던 건 은사님의 변화였다. 은사님은 현대 의학기술의 발달로 30년 전보다 오히려 더 젊어지셨는데, 함께 늙어가는 처지가 된 제자들에게 한가지 비밀을 고백하셨다. “햄버거를 먹덜 모대야. 망할놈의 키오스크 때문에.” 우리 실험 데이터의 허점을 매섭게 추궁하시다가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능숙하게 폭소를 자아내시던 그분의 유머감각이 여전했다. 우리는 배꼽을 쥐고 웃으면서도 세월의 무서움에 고개를 내저었다. 영어를 모국어처럼 능숙하게 구사하고 그 누구보다 빛나는 연구 업적을 쌓았으며 20대 유학시절부터 미국 본토 햄버거 문화를 즐겨온 은사님이 그깟 자동주문 키오스크의 빛나는 화면 앞에서 얼어붙어 어쩔 줄 모르는 어르신 중의 한 명이 되었다. 그때로부터 다시 몇 년이 흐른 어느 날, 나는 모 대학의 문학 기행에 참가해 멋진 하루를 보냈다. 문학 명소를 찾아 젊은 친구들과 함께 걷고, 이야기하고, 멋진 사진들을 찍었다. 말할 것도 없이, sns로 단련된 젊은이들의 사진 실력은 놀라웠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장면을 찍었는데 내 사진과 그들의 사진은 감성과 시야의 차원이 달랐다. 칙칙한 내 사진 말고 화사한 그들의 사진을 갖고 싶어진 나는 그들에게 연락처를 알려주고 사진을 받을 생각을 하며 머리를 복잡하게 굴렸는데, 그들에게는 그렇게 복잡한 일이 전혀 아니었다. “작가님, 이리 오세요.” 내 휴대폰에 그들의 휴대폰을 가까이 하고 무언가 가뿐한 보내기를 누르니 연락처를 몰라도 금세 사진이 도착했다. 실은 그런 현대적인 보내기 수단을 평소 자주 사용하지 않아서 나는 쩔쩔맸는데, 젊은 손가락들이 내 휴대폰 설정 화면을 몇 번 터치하니까 수십 장의 사진이 고스란히 내 폰에 도착했다. 사진을 받는 동안 나는, 휴대폰을 어색하게 내밀고 황망한 표정으로 안경을 만지작거리는 대한민국 표준 어르신의 포즈를 성실하게 완수했다. 그때 내 얼굴은 키오스크 앞 은사님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일화들을 이제 나는 수십 개나 댈 수 있다. 처음에는 인기 있는 티케팅에 도전할 때 번개같이 빠른 딸의 손을 빌리는 것에서 시작했으나 점차 나는 휴대폰 자체의 기능과 각종 앱의 활용성을 묻기 위해 젊은이들을 필요로하게 되었다. 심지어 매일 일상적으로 쓴다고 생각하는 메신저 앱에도 내가 상상하지 못한 수십가지 기능들이 숨어있었다. 나와 내 친구들은? 메신저 앱의 검색 기능을 안다면 괜찮은 축에 속한다. 우리는 일상적인 안부와 사진, 동영상, 웃긴 짤 정도를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크게 만족하다가, 어느 날 작심하고 ‘요새 문물’에 익숙한 한 친구에게 강의 삼아 이런저런 기능들을 배웠다. “난 이정도는 잘 할 수 있지. 젊은 애들이 매일 가르쳐주거든.” 중견 교수인 그는 젊은 제자들에게 배운 것들을 우리에게 전수해주었다. 우리는 안경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첨단기술을 열심히 배웠다. 세월은 인간에게 겸허해질 것을 요구한다. 이제는 나이 든 사람이 젊은이에게 숨가쁘게 배워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배울 생각은 않고 여전히 호통치고 가르치려 들면 우리만 손해다. 사자성어를 모르는 2030보다 손안의 매일 쓰는 기계를 망연하게 쳐다보는 우리가 더 큰일이다. 젊은 우리 스승님들은 어쩌면 학이시습지면 불역낙호아 라는 경구를 모르실 텐데, 그렇다고 쯧쯧거리며 핀잔을 주어선 안된다. 더 이상 2030이 아닌 우리는 먼저 그분들께 다가가고, 감사히 배우고, 배운 것을 기쁘게 때때로 연습해야 한다. 그것이 평생 배워야하는 이 시대의 잘 살아가는 방법이다. /심윤경 소설가

  • 오피니언
  • 기고
  • 2022.10.20 13:39

일교차 크고 건조한 가을, 화재예방에 만전을

일교차가 크고 건조한 가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화재예방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메마른 공기 속에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전열기기 사용이 늘어나 화재가 우려되는 시기다. 실제 화기 취급이 증가하면서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화재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은 바로 우리가 생활하는 주거시설이다. 전북지역에서도 주거시설에서 발생하는 화재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10년(2012~2021년)간 도내 주거시설에서 모두 5106건의 화재가 발생해 409명의 인명피해와 255억여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화재 발생 장소는 단독주택이 67.6%(3451건)로 가장 많았고, 공동주택 25.0%(1274건), 기타 주택 7.5%(381건) 등의 순이었다. 내 집, 내 사업장의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화재는 주의를 기울이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재난과 다르다. 화재는 대부분 사소한 부주의와 방심에 의해 발생한다. 그리고 그 피해는 무고한 이웃에까지 번져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순간의 부주의와 방심으로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헛되이 잃어버리는 재난을 부르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특히 화기 취급이 늘어나는 이 계절에 화재에 대한 경각심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화재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자칫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우선 주거시설 내에 화재 위험 요인이 있는지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또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를 조기에 진압하고, 확산을 막기 위해 소화기와 화재경보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다세대주택·연립주택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화재 발생 초기 소방대가 오기 전 피해를 줄이고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주거시설에 소화기나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이 설치돼 있더라도 제대로 작동되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사용방법도 다시 숙지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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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10.20 12:18

새만금 SK 데이터센터 구축, 누가 발목 잡나

최근 일어난 '카카오 먹통사태'는 우리나라가 한 순간에 얼마나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경기도 성남시에 자리한 SK C&C 데이터센터의 지하 전기실에서 발생한 작은 화재가 거의 전 국민의 일상을 멈추게 했기 때문이다. 이 사태의 교훈은 데이터센터가 국가 기간시설 못지 않은 중요한 보안시설이요, 서버 분산화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SK그룹이 새만금에 짓기로 한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데이터센터 서버의 이중화·분산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데이터 설치가 불가피하며 새만금 SK 데이터센터의 건립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함을 웅변해 준다. SK그룹은 지난 2020년 11월에 수상태양광 사업권(200MW)을 인센티브로 받고 새만금 산업단지에 2조1000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와 창업클러스터를 2025년까지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대규모 시설투자는 새만금이 착공된 이래 최대의 투자일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ICT(정보통신기술)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그런데 SK E&S의 발전사업이 발목이 잡히면서 데이터센터의 건립이 난항에 빠져있다. 수상태양광 발전사업이 선행되어야 여기서 나오는 전기로 데이터센터를 조성할 수 있어서다. 현재 새만금 수상태양광사업은 새만금개발청의 사업자 선정과 한수원의 전력계통 연계가 늦어져 사업추진이 미뤄지고 있다. 지난해는 한전이 변전소 송전용량 증설을 위한 계통연계 보강을 2026년 10월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해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이같은 일련의 사태는 새만금개발청과 한전, 한수원, 전북도 등 관계기관 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에서 보듯 새만금 데이터센터의 구축은 국가안보시설이나 다름없는 시급을 요하는 사안이다. 속도를 내도 시원치 않은 판에 관계기관 사이에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서야 되겠는가. 더불어 윤석열 정부의 관심과 적극적인 협조도 중요하다. 윤 정부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사업에 비판적이어서 관계부처들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새만금 데이터센터는 RE100 등 세계적 추세와 기업의 의욕적인 투자, 데이터산업의 중요성에 비추어 적극 협조해야 마땅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0.19 15:54

20년 집권론과 전북

며칠 전 사소한 듯 해도 매우 눈길을 끄는 행사 하나가 열렸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국회에서 자신의 회고록 ‘꿈이 모여 역사가 되다’ 출판기념회를 열었는데 ‘상왕’ 이란 명성에 걸맞게 쟁쟁한 야권 거물들이 운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전 대표는 이날 다시 한번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언급했다. 그는 “개혁적인 진영이 20년이 아니라 할 수만 있으면 더해서 어느 정도 축이 쌓여야 한다”며 “우리가 졌다고 해서 그 말(20년 집권론)이 틀렸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될 때까지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여당이던 2020년 당원토론회에서 처음 언급한 20년 집권론을 그가 다시 꺼내든 것은 대선 패배의 아픔을 딛고 다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20년. 참으로 긴 세월이다. 박정희가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뒤 형식적으로는 합법적 선거과정을 통해 집권한 기간이 통틀어 20년이 되지 않는다. 만일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 정권이 20년간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 도처에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국정이 아닌 전북에 국한해서 생각해보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20년 집권이 아니라 40년 집권을 향해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진보와 보수, 여와 야가 있었던 전북의 정치 구도는 1987년 대선을 계기로 특정 정당 독식 구도가 똬리를 틀었다. 1991년 지방의회가 출범한 이래 전북의 지방권력은 명실공히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 독점해 왔다. 전북도지사의 경우 유종근, 강현욱, 김완주, 송하진, 김관영으로 이어지는 당선자들은 모두 민주당계 후보였다. 강현욱 전 지사는 국회의원 4번, 도지사 2번 등 6번의 도전장을 던졌으나 비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것은 1996년 총선(신한국당) 단 한 번뿐이었다. 시장∙군수나 지방의원의 경우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 대부분 범민주당 계보였다. 김관영 현 지사는 지난 6월 전국 최고 득표율을 보였지만, 그 또한 2년 전 총선 때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한 것만 봐도 민주당 아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무려 35년간 지방정권을 완전히 틀어쥔 전북의 민주당은 그동안 많은 공과 과가 있었다. 독재에 맞서고 중앙정부의 홀대를 이겨내면서 오늘날 전북을 이 만큼이라도 끌어온 게 민주당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전북 낙후의 가장 큰 책임은 35년간 조타수를 맡아온 선장에게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인 것 같다. 민주당 지지세가 절대적인 전북에서는 20년 집권론이 낙담한 도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수사일 수 있다. 하지만 전북의 지방권력을 장악해온 민주당은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이제 도민들에게 답해야 한다. 다른 지역보다 무엇을 더 했는지 말이다. 20년 아닌 40년을 지배한 성과는 과연 무엇인가.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2.10.1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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