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칭적 소재들 유기적으로 화융… 시적 발상 절묘”
심사위원 : 유안진 시인, 소재호 시인
올해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응모자는 372명에 작품수는 1488편에 달했다. 지난 해보다 응모수가 증가되었으며 질적으로도 상승 기류를 탔다고 여겨진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10명 분 40편의 시를 고르고 골라 우수작품으로 ‘훈민정음 재개발지구’, ‘별이 빛나는 낮에’, ‘비문을 읽다’, ‘이음 베이커리’, ‘별이 의문부호로 떠 있는 바다’ 등으로 선별되었는데, 최종심에서 ‘훈민정음 재개발지구’가 당선작으로 결정되었다.
신춘문예는 그 반향의 민감성으로,문학계에 끼친 영향의 상징성으로 연유하여 이의 품격에 합당한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다음 몇 가지 필요 조건을 내 걸었다.
존귀하고 경이로운 우리 모국어를 충분히 잘 승화시켜 빛내고 있는가. 아름다운 정서를 잘 빚어 냈는가. 내포된 메세지는 미래지향적으로 건강한가. 시의 본질인 기본 체제 갖춤이나 형상화를 비롯한 여러 가춤으로 시적 감동을 함유하며 언어 예술의 경지를 달성하고 있는가. 등등이다.
당선의 영예를 안은 ‘훈민정음 재개발지구’는 이러저러한 조건에 걸맞게 신춘문예 당선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고 보았다. 훈민정음이라는 어휘가 담고 있는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 정신을 이끌어 와 시 전편에 한 사조로 굽이치게 하며, 여기에 얹어 현대의 세태적 실감을 풍자로 연출하고 있다. 대칭적 소재들이 유기적으로 화융하며 조화를 이루게 하여 서사적 스토리를 엮는다. 시적 발상이 우선 절묘했다. 세종대왕은 화폐로서 강남의 부를 창출하는 재화를 의미하며 또한 훈민정음의 정신을 함께 상징하여 중의적 표상으로 등장한다. 상층의 부류와 가난한 서민이 교차적으로 이야기 속에 끼여 든다. 곽과 관에 서로 넘나드는 이미지의 진화도 관심을 끈다. ㄱ과 ㄴ이 기호로 등장하는 교집합성과 대립성은 훈민정음의 정신 본연에 다가간다.
‘언문’은 집단 무의식, 거대한 민족 문화의 누적적 잠재 의식을 담지하며 이 시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인 셈이다. 말하자면 백성들을 이롭게하려는 훈민정음의 고유 정신인 나라 말씀인 것이다.
북두칠성과 칠성판은 마치 생과 사, 빛과 어둠, 운명의 지배자(하늘)와 고단의 삶을 펼쳐 가는 피지배자(땅)로 상호 대치를 보이며 함께 조화로움에 다가간다. 이 시에서는 고결하고 신성한 훈민정음 정신과 세속적 부동산 실태와 노숙에서 돌아 온 아버지로 표상되는 가난한 서민의 삶 등 세 타래의 얼킨 스토리의 영상이 교차적으로 오버랩되며 종결에 이른다.
결국 마지막엔 원융(圓融)을 표방하며 옹근 시 정신을 성취한다.“아버지에겐 종종 잠도 또 다른 언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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