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영농철에 접어든 고창 방장산 기슭에 자리잡은 고창군 신림면 반룡리. 고창 토박이들도 거의 발길을 들이지 않는 오지이다. 이곳에 난데 없는 할머니 강간 살인이란 해괴한 사건이 지난 8일 터지면서 주민들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동네 주민들은 대부분 60-70대. 여느 도시라면 할아버지, 할머니 대접을 받으며 황혼기를 즐기고 있으련만 뒤통수를 갈기듯 찾아온 사건에 하나씩 하나씩 경찰에 출두, 조사를 받고 있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습니까. 가뭄은 들판에 온 것이 아니라 이동네 사람들의 가슴에 온 것 같습니다. 모두가 속이 시커먼 숯덩이지요 ”피살자의 시숙인 조장환씨(75)의 한마디가 동네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고 있다.
참담한 표정은 경찰도 마찬가지. 평균인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사건이 터지자, 신림파출소에 전담수사반을 가동시키고 뛰고 있지만 수사는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경찰을 힘들게 하는 것은 범인의 윤곽이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것만은 아니다. 고창인이라면 뇌리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지난해 발생한 남매 살인사건. 이번 사건을 지난해 사건의 범주에서 이해하려는 주변인들의 시각을 가장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제발 엽기, 연쇄란 단어만은 쓰지 말자”경찰들은 사건 처리에 바쁜 걸음을 옮기면서도 이말만은 빼놓지 않는다. 수사상황에 대한 질문에도“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라며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비명에 세상을 등진 피해자 김영자 할머니. 30년전 남편과 사별한후 4남매를 키워 객지로 내보내고 홀로 시골마을 구멍가게를 벗삼아 살다 싸늘한 시신만 남기고 떠나버린 할머니.
평생을 지켜온 구멍가게 지척에 묻힌 할머니의 무덤에도 어김없이 가뭄이 찾아와 시뻘건 황토흙 먼지만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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