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돌풍, 기득권 정치세력에 경고 / 새누리당·진보정당도 활로 찾기 비상
6·4 지방선거에서 전북도민의 표심이 확인된 직후(5일)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전북도당 공동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도당위원장과 집행위원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내부 갈등과 예기치 못한 불협화음으로 도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만큼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전북지역 14곳의 시장·군수 선거에서 7곳을 무소속 후보에게 내줘 사실상 텃밭에서 참패했다. 지난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의 경우 무소속 이건식 시장에게 내준 김제를 제외, 13곳을 석권했다는 점에서 새정치민주연합에게 이번 선거결과는 충격이다.
새정치민주연합(옛 민주당) 전북도당은 지난 제18대 대선에서 패한 후 정치쇄신을 수차례 약속했지만 정작 달라진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민심은 냉엄했다. 유권자는 아예 안중에 없는 그들만의 지분 나누기 다툼에 도민들은 등을 돌렸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이같은 참패는 오랫동안 유지됐던 지역정치의 일당 독점구도가 깨졌다는 점에서 견제와 균형을 통한 지방정치의 발전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주요 정당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정당정치의 퇴보를 불렀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애초 도민들은 기득권 정치세력과 맞설 대안 세력으로 안철수 의원이 주도한 신당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격적인 야권 통합이 이뤄지면서 기득권 정치세력에 실망한 유권자들은 새로운 대안 정당을 선택할 기회마저 잃어버렸다.
게다가 새정치를 약속하며 통합신당으로 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선거기간 내내 예비후보들에게 끌려다니며 계파간 지분다툼으로만 시간을 허비했다.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은 번복됐고, 정당의 정책이나 이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도 그 위상을 세우지 못했다. 새누리당 전북도당은 애초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도지사를 비롯, 도내 14개 시·군에 모두 단체장 후보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극심한 인물난으로 도지사 후보조차 우여곡절끝에 확정한데다 시장·군수 후보는 3명밖에 내지 못했다. 그 결과 단체장은 물론, 지방의원 선거에서조차 지역구에서는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통합진보당과 정의당 등 진보정당들도 한계를 실감해야 했다. 이들 진보정당은 서민과 농민 위주의 정책을 강조했지만 지역구에서는 정의당이 기초의원 2명을 당선시키는 데 만족해야 했다.
통합진보당은 이광석 도지사 후보가 10.31%의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역시 초라한 성적을 내면서 활로 찾기에 비상이 걸렸다.
결국 이번 선거는 정당·후보자간의 정책 대결이 아닌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심판론 속에서 인물 위주의 감성선거로 치러진 셈이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 과정에서 상당수 후보들이 당을 이탈, ‘구태와 밀실 정치, 독선과 오만’이라며 당을 강도높게 비판,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을 부추겼다.
그리고 도내 무소속 기초단체장 당선자 상당수는 새정치민주연합을 비판하고 나온 탈당 인사들이어서 향후 자치단체와 정당의 협력체제에도 균열이 우려된다.
물론 무소속 당선자들이 향후 복당이나 입당 절차를 통해 새정치민주연합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지난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에서는 도내에서 5명이 무소속으로 시장·군수 선거에 당선됐지만, 이후 강광 정읍시장과 장재영 장수군수·홍낙표 무주군수는 당시 통합민주당과 열린우리당에 잇따라 입당했다.
어쨌든 여야 각 정당 모두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도민들의 민심을 정확하게 헤아려 정당정치의 근간을 다시 세워야 하는 과제를 안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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