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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형미 작가 - 김원철 '가지 많은 나무의 뿌리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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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철, 가지 많은 나무의 뿌리가 되어 표지

가을이다. 수확을 앞두고 쌀값 하락과 재고 폭증의 난관에 부딪힌 일부 농민들은 애써 농사지은 논을 갈아엎었다. 사실 농촌지역에 어두운 장막이 드리워진 것이 비단 어제오늘 일인가.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일손이 부족한데다, 쌀 소비량이 현저히 줄어든 현대인들의 생활습관도 농촌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김원철 부안농협 조합장의 자전에세이 『가지 많은 나무의 뿌리가 되어』(2022, 신아출판사)는, 우리가 ‘밥맛이 없다’고 뒷전에 둔 농촌의 현실을 현저히 보여주고 있다. 

김원철 조합장은 1998년 부안농협 제10대 조합장으로 취임한 이후,  조합장 6선에 이어 농협중앙회 3선 이사라는 남다른 이력을 지니고 있다. 자그마치 2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농협의 일꾼으로 고군분투해 온 것이다. 한마디로 그의 자전에세이는 개인의 인생사를 넘어 한국 농업과 농협의 역사를 감당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조합장 초선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는 IMF 구제금융 요청으로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해 있었다. 금리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많은 농업인은 물론 대기업까지 줄도산을 면치 못하는 시절이기도 했다. 

부안농협 역시 부안 관내 다른 농협에 비해 정도가 심했다. 과다한 부실대출로 연체비율만 해도 20%를 웃돌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본잠식은 무려 55억 원이나 되었다. 조합원들에게 배당금은커녕 직원들 상여금 주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가지 많은 나무의 뿌리가 되어』에는 당시의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몇 날을 뜬눈으로 지새운 그의 고뇌와 좌절, 아픔이 담겨 있다. 합병으로 인한 경영 악화 상태에서 10년이 걸릴 것을 4년 만에 정상화시킨 기쁨도 녹아 있다. 

또한 이후에 닥쳐온 농촌의 크고 작은 일들을 온몸으로 맞으며 내린 결단과 그에 따른 결과가 오롯이 농촌의 나아갈 방향이 되어 이어오고 있다. 

물론 기존의 관행을 뒤엎고 그 체질을 바꾸기란, 바다를 막아 다리를 놓는 일만큼 쉽지 않았다. 하지만 평소 “벼슬을 사귀지 말고, 사람을 사귀어라!”라고 말해온 그의 신조대로 평생을 사람에 대한 신의를 지켜왔기에 지금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거라. 한여름 뙤약볕과 숱하게 불어오는 천둥 번개, 비바람 속에서도 끄떡없이 조합원들의 버팀목이 되어줄 농협을 만드는 데 일생을 허비하지 않았던 것이다. 농협 본연의 목적대로 농민조합원이 주인인 농협으로 만드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크기가 훨씬 작아진 공깃밥 한 그릇도 많다고 덜어내고, 다이어트 한다고 안 먹고, 출근하느라 바쁘다며 밥 먹을 시간이 없고, 밥하기 싫어서 먹기 싫고, 이런 저런 이유로 건너뛰는 게 밥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밥맛이 없어서 안 먹는 것이 또 쌀”이 되어버린 시대. 

김원철 조합장과 같은 이들이, 그리고 수많은 농민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힘들게 지켜온 우리의 농촌이 다시 이 땅의 ‘미래’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우리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오천 년 문화가 담겨 있는 벼농사인 만큼 우리에게 있어 쌀 생산을 위한 농업은,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는 그 이상의 공익적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무슨 일이 있어도 쌀만은 지켜야 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김원철 조합장의 자전에세이 『가지 많은 나무의 뿌리가 되어』는, 잃어버린 밥맛이 돌게 하는 특별한 것이 있다. 올가을, 하루 저녁 정도는 책장을 넘기며 그 비법을 전수받아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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