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다가서기
새해 벽두에 죽음을 말하면 불길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죽음은 삶의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잘 사는 것은 잘 죽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하이데거는 죽음으로 미리 달려가봄으로써 참된 실존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말하는 것조차 불길하며 공포스러운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를 갖고자 한다. 죽음은 삶을 더욱 새롭게 바라보고 삶의 소중함을 발견하는 기회의 문이 될 수 있다. 이태원 참사를 생각하며 분노와 위로의 방향을 분별하고, 가까운 이의 죽음에 마주쳐 삶의 의미를 되새긴다. 최근 장례지도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드라마에서는 죽은 자의 소망을 들으며 산 사람의 삶을 안내하기도 한다. 괜찮은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행복한 삶을 위해 중요한 요소가 되는 현실이다. 죽음은 가까운 데에도 먼 곳에도 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죽음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 어떤 의미일까?
△주제 관련 교과 단원
▶ 고등학교 생활과 윤리, 생명과 윤리, 삶과 죽음의 윤리
▶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동양과 한국의 윤리 사상, 서양 윤리 사상
▶ 고등학교 통합사회, 인권문제의 양상과 해결방안, 우리 사회의 인권 문제
△주제 관련 신문기사
▶ 어디서 죽을 것인가?, 2022.12.08. 24면, 한겨레
▶ 장쩌민 중국 전 국가 주석 백혈병 투병 치료 중 사망, 2022.12.1., 연합뉴스
▶ 이태원 핼러윈 비극···희생자에게 깊은 애도를, 2022.10.31., 전북일보
△신문 읽기
[읽기자료1] 어디서 죽을 것인가?
글 쓰는 영국 의사 헨리 마시의 <참 괜찮은 죽음>에는 어머니의 마지막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20년 전 치료받았던 유방암이 간으로 전이돼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가 죽음을 맞기로 결정한 곳은 40년을 지내온 아름답고 포근한 침실이었다. 벽난로 선반에는 어머니가 수집해온 작은 장식품들이 놓여있고, 크고 높다란 창문으로는 주일마다 다녔던 교회와 나무들이 내려다보이는 방. 아침저녁으로 작가 본인과 간호사인 누이가 어머니를 보살피며 간호하면서 죽음을 준비했다. 그렇게 몇 주일 동안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맑은 정신으로 죽음의 과정을 걸은 어머니는 마지막에 모국어인 독일어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멋진 삶이었어. 우리는 할 일을 다했어.”(중략)
나이가 들어 병원이나 시설에서 죽고 싶지 않다는 건 많은 이들의 소망이다. 병원에 며칠만 입원해도 앞동 뷰, 옹벽 뷰라도 내 집만 한 데가 없다는 걸 절감하는데, 생의 마지막을 무표정하고 냉랭한 시설에서 맞는다고 생각하면 간이역 대합실에서 맞는 죽음처럼 쓸쓸하게 느껴진다.
2017년 통계자료(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노인 3명 중 한명이 요양병원, 요양원에서 생을 마감한다고 했으니 지금은 더 늘었을 것이다. 또 2018년 노인이 사망 전 10년 동안 입원한 일수가 요양병원 평균 460일, 요양원 904일에 달했는데 이 역시 해마다 늘고 있다니 변화가 없다면 내가 팔순을 넘겼을 때는 노인 대부분이 요양원에서 한 십년 살다가 죽는 게 당연해질지 모르겠다.(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년과 죽음이 효용을 다한 폐기물 처리과정이 아니라면 어디서 살다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상상, 새로운 선택지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가 노인에 한발짝 더 다가가는 내년에는 “치매에 걸리느니 안락사로 죽겠어”라거나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좋은 죽음” 수준을 넘어서는, 죽음에 관한 깊고 다양하고 솔직한 이야기들이 더 많이 이뤄지길 바란다.(출처: 2022.12.08. 24면, 한겨레)
[읽기자료2] 장쩌민 중국 전 국가 주석 백혈병 투병 치료 중 사망
중국의 제3대 최고 지도자였던 장쩌민 전 국가 주석이 지난 30일 사망했다. 향년 96세. 신화통신에 따르면 장 전 주석은 지난 30일 낮 12시 13분 백혈병 등으로 인해 상하이에서 치료를 받다 별세했다.
중국공산당 중앙 위원회,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국무원 등의 공동 발표에 따르면 장 전 주석은 백혈병으로 인해 장기 기능이 쇠약해져 응급처치했으나 이날 숨을 거뒀다.
당 중앙위 등은 “장쩌민 동지의 서거는 우리 당과 군, 각 민족 인민에게 있어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이라며 “당 중앙은 모든 사람에게 슬픔을 힘으로 바꾸고 동지의 유지를 계승하며 실제 행동으로 애도를 표하기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장 전 주석은 자오쯔양 전 당 총서기의 뒤를 이어 덩샤오핑에게 발탁돼 당 총서기에 오른 뒤 15년 동안 중국 최고 권력을 움켜쥔 채 중국 경제발전을 지휘했다.(출처: 2022.12.01., 연합뉴스)
[읽기자료3] 이태원 핼러윈 비극···희생자에게 깊은 애도를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일대에 핼러윈을 앞두고 수만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최악의 압사 참사가 났다.
소방당국은 이번 사고로 30일 오후 4시 30분 기준 153명이 숨지고 103명이 다쳐 모두 25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2014년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인명피해 사고다.
사망자 수는 이날 오전 2시께 59명으로 파악됐다가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 상당수가 숨지면서 오전 9시 기준 151명으로 급증했다. 이후에도 중상자 중 2명이 치료를 받다가 사망해 153명으로 늘었다. 소방당국은 부상자 103명 가운데 24명이 중상을 입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사망자 153명 중 97명은 여성, 56명은 남성으로 확인됐다.
외국인 사망자는 12개국 20명으로 집계됐다. 국적은 중국·이란(각각4명)·러시아(3명)·미국·프랑스·베트남·우즈베키스탄·노르웨이·카자흐스탄·스리랑카·태국·오스트리아(각1명) 등이다. (출처: 2022.10.31., 전북일보)
△생각 열기
- [읽기자료1]을 읽고
1. 글 속의 어머니는 왜 ‘멋진 삶’이라 했을까요?
2. 노년과 죽음, 효용을 다한 폐기물은 같은가요? 다른가요? 어떤 점이 같고 다른지 찾고 말해보세요.
3. 어디서 죽는 것이 가장 좋은 죽음일까요?
- [읽기자료2]를 읽고
4. 장쩌민은 중국의 국가주석, 중국공산당 총서기를 역임하고, 96세로 사망했다. 그의 죽음은 비극인가?
5. 비극이라고(또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서로 말해 보세요.
- [읽기자료3]을 읽고
6.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요?
7. 이런 일을 예방하는 방법을 3가지 생각해보세요.
8. 3가지 중 내가 할 수 있는 일, 이웃과 함께 할 수 있는 일, 나라가 할 수 있는 일로 나누고, 왜 그런지 서로 말해보세요.
△생각 나누기
다음 글을 읽고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점과 차이점을 서로 말해보세요.
교과서 본문: 죽음은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된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죽음은 인간과 함께 있기 때문에 죽음을 외면하지 말고 항상 자각하며 살라고 하였다. 죽음의 자각은 삶의 의미와 가치를 깊이 성찰하게 하여 더욱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살게 한다.
또한 죽음은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된다. 한 사람의 죽음은 가족과 이웃은 물론이고 때에 따라서는 사회 전체에 슬픔을 준다. 그래서 우리는 상례 및 제례를 통해 죽음을 애도하고 죽은 사람을 기억한다.
플라톤: 삶은 육체 안에 갇힌 영혼의 감금 생활이요, 죽음은 육체로부터 영혼의 해방이자 분리이다.
에피쿠로스: 죽음은 사실 우리에게 마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죽음은 우리와 함께 있지 않으며, 죽음에 이르면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죽음은 산 사람이나 죽은 사람 모두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출처: 고등학교 생활과 윤리. 미래앤. 47쪽)
△생각 키우기
자신이 생각하는 죽음의 의미를 사례를 들어 서술해보세요.
△주제 관련 영화
굿바이, 다키타 요지로 감독
“죽음은 헤어짐이 아니라 다음 세상을 맞이하는 문”
첼리스트로 활동했던 주인공 ‘다이고’가 장례지도사로 새 출발. 그는 ‘죽음’과 ‘고인’을 통해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행복과 삶의 소중함에 대해 깨닫게 된다. 마지막인 줄 알았던 ‘죽음’을 통해 출발의 의미를 발견한다. 장례지도사를 통해 행복과 삶에 대한 가치, 따뜻한 위로와 진한 감동을 전한다.
△주제 관련 도서
천 번의 죽음이 내게 알려준 것들, 김여환 저
천 번의 임종 선언을 한 의사가 기록한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 천 명이 넘는 환자들에게 임종 선언을 했던 호스피스 의사가 시한부 인생을 살았던 환자와 가족들을 만나고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자신이 깨달은 삶과 죽음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죽음은 독학할 수 없다. 타자로부터 배워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할 때 먼저 세상을 떠나는 선배에게 죽음을 배워야 한다고, 죽음을 배우면 죽음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삶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학생 글
죽음, 삶의 원동력!
살아온 환경, 눈 코 입과 같은 생김새, 가지고 있는 신념과 생각 등은 제각각이지만 모든 사람은 두 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나이 먹기와 죽음 이 두 가지는 제아무리 남다른 사람이라도 피할 수 없다.
나에게 늘 따뜻하셨던 할머니의 죽음은 내가 아직 어렸을 때이지만 아직도 선명하다. 할머니가 떠나가신 빈자리가 눈물로 가득 채워졌다. 몇 년 후 또 다시 맞은 할아버지의 죽음은 가슴 미어지는 일이었고 나에게 살기 힘든 고통으로 다가왔다. 그러다 최근 내가 믿고 의지했던 선생님이 돌아가셨단 소식을 듣고 찾아간 빈소에서는 울지 않았다. 장례식에서는 슬퍼야 하는 줄로만 알았던 내 생각이 그때 바뀌었다.
선생님은 평소 나의 행동이나 습관을 유심히 지켜보시며 나도 모르던 장점들을 찾아 주셨다. 사소한 행동에도 칭찬해주시고 높이 세워주져서 나 자신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게 해주셨다. 제자 한 명 한 명에게 늘 살갑게 대해주시고 무슨 고민이든 털어놓을 수 있게 해주셨다. 친구들과 함께 찾아간 빈소에서 환하게 웃으시는 선생님의 영정사진을 보며, 제자들을 사랑하고 열심히 살아가신 선생님을 생각했고 깊은 감사를 올려드렸다. 소중한 사람을 보내는 건 슬픔이지만 그분의 인생은 나에게 선물이다. 나는 선생님처럼 후회없이 열심히 살기로 마음먹었다.
하야마 아마리의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에는 주인공이 변변한 직장도 없이 애인에게 버림 받을만큼 못생긴 자신의 모습에 절망하며 죽음을 결심한다. 하지만 죽을 용기마저 내지 못해 1년 후에 죽기로 하고 두 가지 목표를 세운다. 살을 빼서 초라한 겉모습을 개선하는 것과, 자신이 마련한 도박 밑천을 잃지 않는 것이다. 결국 주인공은 목표를 이루고 인생을 바꾼다. 물론 도박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주인공이 삶을 바꿀 수 있었던 이유는 기간을 정한 죽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죽음은 먼 훗날 일일 수 있겠지만 이제부터는 내 곁에 머무르는 것으로 생각하려 한다. 소설의 주인공처럼 삶의 기간을 정하고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여 살아갈 것이다. 내가 언제 죽을지 알 수 없지만 10년 단위로 목표를 설정하여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며 죽음을 대비할 것이다. 나는 패션업 CEO를 꿈꾼다. 이를 위해 처음 10년은 체력을 기르기 위해 꾸준히 운동하고, 이 분야에 대한 지식을 위해 꾸준히 독서할 것이다. 내가 죽음에 이르렀을 때 누군가에게 성찰을 주는 죽음이고 싶다. 죽음에 대한 성찰이 있기에 오늘 나는 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다. /심우현 전주제일고 2학년 학생
/제작=이춘주 전주제일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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