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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가담항설] (3) 서로 다른 문화 공존하는 전주 한옥마을(하)- 근대 한‧일 건축물 공생

1930년대 일본 상인에 대항한 한국인 중심 풍남문 밖 형성
태조로 중심 근대 한옥·일본식 가옥 혼재⋯"정체성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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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전주 한옥마을 전경./출처=전주시청

전주 한옥마을은 25만㎡ 부지에 700채가 넘는 한옥이 조성된 전국 최대 규모 한옥촌이지만, 그 명성과 규모에 비해 정작 역사는 100년이 채 안 된다. 수백 년간 형성돼 오늘에 이른 서울 북촌과 경주 한옥마을과 비교하면 무척 짧은 편이다.

이로 인해 전주 한옥마을에서 전통 한옥의 모습은 보기 어렵다. 658채의 한옥은 대부분 유리로 만든 창문과 여닫이문, 화장실까지 실내에 갖춘 근대 한옥에 가깝다. 특히, 태조로를 중심으로 경기전 방면엔 일제시대 공공 기관으로 쓰이거나 일본인이 주로 거주하던 일본식 가옥의 모습도 남아 있다. 

전주 한옥마을은 수백 년간 이어온 전통 한옥촌이라기보다는, 근대 한옥과 일본식 가옥이 공존하는 역사적 장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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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남문 전경. 전주부성의 남문으로 유일하게 철거되지 않았다.

△일본 상인 피해 형성된 전주 한옥마을

본래 조선시대까지만 하더라도 오늘날 중앙동‧다가동 일대엔 1388년 축성된 이후 500년 넘게 전주의 중심지로서 기능한 전주부성이 존재했다.

당시 전주의 도심이라 할 수 있는 전주부성 안에 거주하려면 신분이 높거나 경제적으로 부유한 양반층이어야 했고, 자연스레 성문 밖 중간지역은 상인이나 천민 등 서민계층으로 채워지게 됐다. 

이러한 거주 형태가 무너진 것은 일제에 의해서였다.

1911년 일제가 '폐성령'을 실시해 풍남문을 제외한 전주부성 성곽을 모두 철거하자, 서문 밖 전주천 인근에 거주하던 일본 상인들이 전주부성 중심 상권 일대로 거주지를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날이 갈수록 그 수는 점점 늘어났고, 1930년대에 이르자 전주부성 안이었던 중앙동·다가동 일대는 이곳 상권을 장악한 일본 상인들이 지은 일본식 가옥이 가득차게 됐다.

반대로 점차 풍남문 밖 교동·풍남동 일대엔 일본인에 대한 반발로 뭉친 한국인을 중심으로 한옥촌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이것이 오늘날 ‘팔작지붕이 늘어선 곡선 형태의 한옥’이 가득 찬 전주 한옥마을의 기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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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경찰서장 관저로 사용되던 건물. 

△ 한옥마을의 정체성·진정성 고려한 정책 필요

기존 전주부성 안에 살던 한국인이 일본인에 대한 대립의식으로 성 밖에 새로운 한옥촌을 형성하자 성곽이 있던 태조로를 중심으로 양 집단의 거주 형태가 나뉘게 됐다.

실제로 오늘날 경기전 인근 가옥 일부는 내부 가운데 자리에 복도가 놓이는 등 전형적인 일본식 건축기법을 보여주며, 2층 가옥에 한국식 기와지붕을 얹어놓기만 한 혼합 가옥 형태다. 게다가 경기전 동문 방향엔 1927년부터 일제시대 경찰서장의 관저 등 일본식 공공 기관 건물도 남아 있다. 

반면, 전동성당에서 전주향교 인근의 가옥들은 일본식 건축기법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으며. 서울 북촌과 비슷한 형태의 단층집으로 구성된 한옥이다.

사실상 전주 한옥마을은 거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일본식 가옥과 한옥 수백여 채가 공존해 역사적·건축사적으로 의미 있는 복합 공간인 셈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인이 형성한 한옥촌은 일본인이 남긴 일본식 가옥에 밀려 관광객의 철저한 외면을 받고 있다.

일본식 가옥이 남아 있는 경기전 인근은 연일 수많은 방문객으로 문전 성시를 이루고 있는 반면, 근대 한옥촌이 형성된 전동성당∼전주천 인근은 발길이 끊겨 대부분 임대나 매매 현수막이 걸려 있는 실정인 것이다.

이는 전동성당 방면 단층 가옥이 관광 상품으로서 관광객의 이목을 끌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각종 문화시설이나 먹거리 점포 등이 일식 가옥이 혼재된 경기전 방면에 밀집된 탓이다.

이에 대해 전북대학교 한옥건축학과 한 교수는 "한옥마을은 그저 박제된 전통 마을이 아닌, 근현대부터 오늘날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생활을 추구해온 삶의 터전"이라며 "한옥 뿐만 아니라 일본식과 서양식 건물이 혼재된 복합 공간으로서 한옥마을의 정체성과 진정성을 고루 살린 정책을 지자체 차원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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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한옥마을 #풍남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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