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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풍경’] 만종(晩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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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봄날 오후, 노부부가 밭을 일굽니다. 힘에 부칠 저 밭갈이는 분명 농경시대의 유전자입니다. 논두렁 밭두렁에도 몇 포기 콩을 심던, 억새꽃 피는 뒷산 일구어 넘실넘실 메밀꽃을 피워내던……. 백여 평? 내 눈은 평수를 가늠하고, 참깨 두어 말 고구마 서너 상자? 내 머리는 소출을 계산합니다. 아무리 노인 품삯 헐하다 해도 영 타산 안 맞습니다. 어느 사회학자가 어느 경제학자가 명쾌하게 셈해 줄까요. 집안 허드렛일 끝낸 뒤 점심 자시고 나온 저 텃밭은 하루 이틀 아니고 일생이겠습니다. 봄이면 땅을 파 여름엔 가꾸고 가을이면 거두는 그대로 자연입니다. 태어나고 자식 낳고 짝 맞춰 흘려보내는 도도한 강이겠습니다.

두고 온 핸드폰 불이 났을 겁니다. 지난 설에 다녀갔겠지요. 멀리서 사는 아들딸들 “아니 왜 전화 안 받으세요? 또 뭐 하세요? 제발 그만두시라니까요, 그깟 농사!” 성화겠지요. 아구구구 허리 펴는 함께 늙어온 아내도 안 본 채 괭이질에 해가 넘어갑니다.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던 어떤 노시인처럼 땅을 보면 파고 싶은 거겠지요. 한눈에 밀레의 <만종>입니다. 내 아버지 어머니가 겹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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