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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반전, 전북으로 향하다] 돌아오는 사람들…전북, 준비돼 있는가

균특회계 20년간 203조 투입에도 전북 인구 10만 감소…14개 시·군 중 11곳 소멸위험지역
청년 순유출률 전국 평균의 두 배…“일자리·교통·정주 격차가 수도권 이동 고착화”
산업화 세대 다시 고향으로…“돌아온 50대, 지역의 새 노동·공동체 자산으로 연결해야”

국가데이터처, 통계청 자료 재구성

전북은 오랫동안 사람을 떠나보낸 지역이었다.

산업화가 본격화된 1960~70년대 이후 전북의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서울과 수도권, 울산·창원 같은 산업도시로 향했다. 농촌의 젊은 인구가 도시로 빠져나가고, 남겨진 지역은 빠르게 늙어갔다.

‘이촌향도’는 전북 사람들에게 너무 익숙한 삶의 흐름이었다. 전주역과 익산역, 고속버스터미널은 늘 떠나는 사람들로 붐볐고, 지역에는 부모 세대만 남는 구조가 반복됐다.

대학 진학과 취업, 결혼과 주거까지 삶의 주요 선택지가 수도권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성공하려면 전북을 떠나야 한다”는 인식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실정이다.

실제 전북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전국에서 가장 가파른 인구 감소를 겪은 지역 가운데 하나다.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가 본격 도입된 2005년 이후 2024년까지 전국에는 약 203조 원 규모의 균형발전 재정이 투입됐지만, 전북 인구는 2005년 186만 명에서 지난 4월 기준 172만 203명까지 감소했다. 21년사이 13만 9797명이 줄어든 셈이다. 도내 14개 시·군 가운데 11곳은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전국 최고 수준이다.

△청년은 떠나고…빠르게 흔들린 전북 인구 구조

청년 유출은 이제 전북 인구 문제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국가데이터처의 최신 소득이동 분석에 따르면 2023년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한 청년의 평균소득은 1년 사이 22.8% 증가했다. 반면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이동한 청년의 소득 증가율은 7.6%에 그쳤다. 소득 격차가 청년 이동을 수도권으로 끌어당기는 구조가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전북 역시 예외가 아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북 전입 인구는 2만6844명, 전출 인구는 3만5322명으로 8478명이 순유출됐다. 전북의 청년 순유출률은 –1.3%로 전국 평균(–0.5%)의 두 배를 웃돌았다. 순유출 규모는 약 5800명에 달했다.

지역 산업 기반과 양질의 일자리 부족, 광역 교통망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청년층 이탈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역 대학 졸업생 상당수가 취업과 동시에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북의 인구 감소를 단순한 저출산 현상으로 보지 않는다. 산업과 교통, 생활 인프라가 수도권 중심으로 재편된 결과라는 것이다.

국회미래연구원 관계자는 “청년 인구가 증가한 지역은 대규모 주택 공급과 광역 교통망, 제조·R&D 일자리가 동시에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역은 단순한 재정 지원만으로 청년 유출을 막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전북에서는 다른 흐름도 나타난다. 산업화 시기 고향을 떠났던 50대 이상 중·장년층 일부가 다시 지역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정년퇴직과 조기퇴직, 부모 돌봄, 수도권의 높은 주거비 부담, 삶의 전환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이들은 과거의 귀향 세대와는 다르다. 단순히 노후를 보내기 위해 내려오는 은퇴층이 아니다. 수도권 기업과 산업 현장, 공공기관 등에서 오랜 기간 일하며 경험과 기술, 네트워크를 축적한 세대다. 여전히 경제 활동 의지가 강하고, 지역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으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실제 이번 기획에서 만난 정정모 씨는 서울에서 30년 넘게 은행원으로 일하다 임실로 돌아와 조경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소일거리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일정한 수입이 발생하는 주업이 됐다. 익산 금마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김모 씨 역시 수도권 물류업 경력을 바탕으로 귀향 이후 새로운 생계를 꾸리고 있었다.

공통점은 단순한 ‘귀향’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은 일정한 경력과 자산, 사회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에서 다시 일하고 있었다. 과거처럼 농촌으로 돌아와 은퇴 생활만 하는 흐름과는 성격이 달랐다.

△이제 필요한 건 ‘귀향’이 아니라 ‘정착 구조’

문제는 전북이 이들을 충분히 받아들일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귀향 이후 지역에서 다시 일하고 싶어도 선택할 수 있는 산업과 일자리가 제한적이고, 재취업과 창업을 연결하는 체계 역시 부족하다. 교통·의료·문화 인프라도 수도권과 격차가 크다.

실제 귀향 이후 다시 수도권과 전북을 오가거나, 정착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역 안에서 안정적인 소득과 생활 기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귀환 흐름 역시 일시적 이동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서도 지역 중소기업의 51.4%가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은 60% 이상이 인력난을 호소했다. 반면 기업의 절반 이상은 50대 이상 인력 채용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숙련도와 책임감, 장기 근속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결국 지역은 한쪽에서는 인력 부족을 겪고, 다른 한쪽에서는 경험 있는 귀향 인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구조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돌아오느냐보다, 돌아온 사람들이 지역 안에서 다시 역할을 가질 수 있느냐가 꼽힌다. 단순히 고향에 집을 얻어 생활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 안에서 다시 일하고 소득을 만들며 공동체와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전북의 인구 구조는 이미 변하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 변화를 지역의 새로운 동력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관계자는 “중·장년층 귀환은 단순한 인구 증가 현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지역 산업과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는 인적 자산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재취업과 창업, 지역 산업 연계, 생활 인프라를 함께 묶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북연구원 관계자 역시 “지금까지 인구 정책이 청년 유입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돌아온 인구가 실제로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귀향 세대의 경력과 기술이 지역 안에서 다시 순환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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