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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풍경’] 홍콩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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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짜장면 먹으러 갑니다. “할아버지 오늘 점심 메뉴가 뭘까?” 아무 날도 아닌 일요일, 에둘러 특별식을 먹고 싶다는 아홉 살짜리 앞세우고 홍콩반점에 갑니다. 대낮에 헛제삿밥 먹으러 갑니다.

붉은 휘장을 밀치고 두리번, 빈자리를 찾습니다. 허허 이놈, 메뉴판도 볼 것 없이 “짜장 주세요” 주문합니다. 엽차를 마시며 주방을 기웃거립니다. 탕 탕 수타면은 안 뽑아도 춘장 볶는 불내 넘칩니다. 닥 닥 웍 긁는 소리, 기다리던 짜장면이 나오고, 녀석 먼저 맛있게 비벼줍니다. 중국집 의자에 앉아 먹어도 신문지 깔고 빙 둘러앉아 먹던 옛 이삿날 그 맛이 살아납니다.

짜장면, 생일이나 졸업식 날 또 일등 한 날에 먹던 특별식이었지요. 아무 날도 아닌 보통날, 특별히 기억되라고 탕수육 소짜 하나 더 시켜 줍니다. 옛적엔 중국집이 참 멀고도 멀었지요. 가만 생각해 보니 그땐 해외여행 자유화 전이라서 홍콩반점, 양자강, 북경루, 만리장성……, 중국에 데리고 가지 못했겠지요. 내 부모님은 평생 한자리에 눌러사셔 이사할 일 없으셨겠지요.

배갈 없어도 탕수육 몇 점 더 먹습니다. 남은 양파쪼가리 춘장 찍습니다. 손녀 입에 묻은 짜장 말끔히 닦아주고 일어섭니다. 홍콩반점 뒤돌아보며 안동 선비라도 되는 양 흠, 흠 헛기침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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