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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전북의 새로운 전통도시 모델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儉而不陋 華而不侈)', 삼국사기 백제본기의 온조왕편에 나오는 백제왕실의 건축미, 백제의 문화를 평하는 글이다. 이러한 문화적 뿌리가 후백제, 고려시대, 이조시대, 그리고 현재로 이어지고 있는 곳, 전북은 2천 여년의 장구한 역사와 문화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이러한 지역적 전통성은 남아있는 고건축물에서 확인할 수 있으나, 이들 대부분은 복원된 역사를 갖고 있다. 오늘날에도 고건축들의 복원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고건축의 고고학적인 실물적 가치보다는 역사적 전통성이라는 정신적 가치가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전통성의 진정한 최종목표는 물리적 실체로서의 역사적 증명체라기 보다는 한 사회에 절대적으로 내재하는 정신적 가치로서의 역할이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전통건축'이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건축의 역사적, 시대적 구분을 위해 근세의 서구화 시기 이후, 고건축을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되었으며, 특히 1970-80년대에 우리의 고유문화의 정체성 확인을 위해 서양건축과 구별되는 상대적 개념으로 더욱 부각되었다. 이제는 전통건축이란 개념을 고건축을 대신하거나 서구문화에 대한 고유문화의 정체성의 확인을 위한 상대적 개념이 아니라, 건축의 각 시대별 전통성의 규명이라는 정신적인 틀에서 재정립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전통건축 또는 전통도시를 위해서는 과거의 고건축에 대한 지나친 직설적 모사(模寫)에 의한 박제화된 전통건축의 고집이 아니라 자연적 풍토조건, 역사성, 장소성 등과 같은 건축적 불변성 인자에 대한 대응성(對應性)을 현대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전통성의 맥잇기 방법과 작업으로 끌어들어야 할 것으로 본다.

 

 

과거 한옥촌의 보존적 가치는 오래된 건물이라는 물리적 실체보다는 건축의 불변인자에 대응한 그 당시의 가변적 표현이라는 전통성에 더욱 큰 의미가 있다. 이제 전북의 도시들은 새로운 현재의 한옥촌 조성을 서둘러야 할 때가 왔다.

 

 

과거 한옥촌에서 느꼈던 기와지붕의 용마루, 처마 선들의 중첩과 조화, 재료와 형태의 통일성, 내외부 공간의 인간적 척도감(scale) 등에 의한 고건축의 아름다움의 전통성을 현재에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 우리의 자연과 풍토적 요소에 대해 과거 오랜 세월 동안 순응했던 주거생활의 해결방법으로의 전통성을, 그리고 건강하고 자연적이라는 전통성에 대한 물리적 정신적 편안함을 현대인들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

 

 

전주의 대표적인 고건축인 풍남문은, 일제에 의해 1905년에 전주 부성이, 1911년에 동, 서, 북 등 3대문이 헐린 후 지금까지 홀로 전주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증언 해 주고 있다. 그러나 추정되는 전주 부성 성곽 창축(創築) 연대는 1018-1031년이므로 4대문의 역사는 약 970여년에 이르고 있다. 일제시대 헐린 이후 지금까지는 약 90년 정도이므로 부재(不在)의 기간은 10분의 1정도에 불과하다. 도시 팽창과 기능 면에서 복원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으나, 전통성의 정신적 가치를 고려할 때 복원의 필요성은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다.

 

 

이 대문들을 복원하여, 그곳에 도시적 구도심으로의 나들목을 위해 현재의 건축적 요소와 공간을 부여함으로써 박제화된 옛 건축에 '장소성'의 불변인자를 확인하는 새로운 현대적 전통성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상상을 해 본다.

 

 

전북 지역의 전통적인 종이문화는 이제 패션쇼의 현대적 의상으로, 전주 국제 영화제는 도시의 새로운 전통으로 새롭게 피어나듯이, 이제 전북은 지금까지의 오랜 역사 위에, 미래에 복원가치가 있는 새로운 전통건축도시의 모델로서 다시 세워져야한다. 유구한 역사의 이야기 거리가 풍부한 이 곳 전북의 역사성과 장소성이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백제 온조 왕실의 현대적 전통도시의 모델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 강대호 (건축가, 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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