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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 담긴 바다의 정취

 

 

여름이다. 바다가 부른다. 불타는 태양이 유혹한다. 하얀 포말에 추억을 새기며 보석 같은 해변으로 달려가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하지만 이런 저런 세상사를 벗어 던지고 일상을 탈출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브라운관에도 바다는 있다. 영상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영화에 있어 바다는 빠질 수 없는 풍경. ‘시월애’‘미인’‘태양은 없다’‘연풍연가’‘쉬리’‘서편제’‘파이란’ 등 한국영화속에서도 아름다운 바다는 얼마든지 있다.

 

‘처음 바다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생겼습니다’

 

스크린 속 쓸쓸한 풍경들. 파이란이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해변도로, 어깨 너머로 언뜻언뜻 보이는 등대, 아내의 유서를 읽으며 사내가 오열을 토해내던 방파제, 물새들은 무심히 하늘과 바다를 넘나들고 있다. 겨울이 찾아들면 이 바다엔 또다시 고니와 백로가 떼지어 날아들 것이다.

 

영화 ‘파이란’(감독 송해성)의 배경이 된 대진은 7번 국도 끄트머리인 통일전망대 바로 남쪽에 있는 작은 항구다. 동해에서 몰아치는 갯바람과 설악 금강 산자락을 훑어 내린 재넘이(山風)가 때없이 부딪치는, 파이란이 강재에 대한 그리움과 제 몸 속의 병마를 동시에 키워가던 곳이다.

 

강화도 바닷가에 자리한 그림같은 외딴집, ‘일 마레’(이태리어로 바다)로 이사온 성현은 2년 후인 2000년에 살고 있는 은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된다. 전에 그 집에 살았던 여자라면서…. 그들의 교신을 가능하게 한 신비한 우체통, 앙상한 나무 전체를 감싸고 반짝이는 조명 불빛들과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는 연인들.

 

강화도 앞 석모도의 풍경이 담긴 영화 ‘시월애’. ‘그대안의 블루’‘네온 속으로 노을지다’를 통해 탁월한 영상감각을 선보였던 이현승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는 장편의 CF같은 영상이 돋보인다. 두 번의 프린트 작업을 거치는 정성을 통해 나왔다는 고급스런 화면의 질감. 그러나 환상적인 영상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드라마적 요소가 약해 다소 지루해진 느낌이다.

 

‘세상밖으로’의 연출자로 ‘박봉곤가출사건’‘주노명베이커리’의 배우로 알려진 여균동 감독의 ‘美人’은 사랑하는 순간 생명체처럼 살아 움직이는 몸에 대해 대담하고, 아름답게 그린 작품이다.
애인에게 버림받은 22살 누드모델은 우연히 인터뷰 잡지 기자인 남자를 만나 서로의 몸에 탐닉한다.

 

강원도 망상해수욕장의 해변을 무대로 작곡가 노영심이 연주하는 발라드 ‘belle’의 피아노 선율에 맞춰 거침없는 섹스와 몸에 대한 집착으로 자신들만의 사랑을 확인하는 남녀. 영화 속의 섹스는 쾌락을 얻기 위한 행위가 아닌, 감정을 나타내는 언어로 표현된다.

 

완벽하게 다듬어진 두 남녀의 육체는 끈적거리는 욕망으로 뒤덮이는 대신 새하얗게 표백된 정사로 일종의 신화적 이미지마저 습득케 한다.

 

영화 ‘봄날은 간다’(감독 허진호)는 댓잎 흔들리는 시원한 소리부터 계곡, 보리밭, 산사의 풍경, 바다, 정선 아라리… 눈과 귀,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 영화다. 따뜻한 모래밭에 드러누워 파도소리를 듣는 상상에 빠질 수 있다. 특히 맹방해수욕장에서 채록한 바다, 해변과 파도 소리는 일품이다.

 

영화 ‘이재수의 난’(감독 박광수) 촬영지로 이미 명성이 자자한 제주도의 아부오름. 진입로부터 양쪽에 줄선 삼나무가 펼쳐져 있다. 전체가 둥글 납작해 함지박을 수평으로 보는 모양이다.

 

영화 ‘쉬리’(감독 강제규)의 마지막은 한석규와 김윤진이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 벤치에 나란히 앉아 지난날을 떠올리며 끝을 맺는다. 사람들은 바로 그 언덕, 중문해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그 벤치에 앉아 쉬리의 잔상을 떠올린다.

 

‘쉬리의 벤치’에 앉으면 찝찔한 소금내와 함께 달려드는 바닷바람이 냉면처럼 시원하다. 사람들은 벤치에 앉아 바다를 내려다보고, 해송을 쓰다듬으며 스스로 영화속 주인공이 된다.

 

바다로 떠나는 인파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 영화를 통해 바다의 넉넉한 품에 안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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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우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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