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호(전라북도 교육감)
작지만 강한 학교! 그곳에서 행복한 생활을 하는 학생들!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즐겁게 배우고 익히며 가르치는 농산어촌 학교는 가능한가? 그래서인지 지금 농산어촌의 학교들과 교육청,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이 이만저만 아니다. 무료급식을 실시하고 특기적성지원, 방과후학교 지정운영, 원어민 강사 지원, 학습 준비물 전액 지원 등 교육비 제로(Zero)의 교육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점이 이를 말해 준다. 뿐만 아니라 농산어촌학교 교직원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특례 입학 등의 농산어촌 학생들의 교육 기회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농산어촌학교들의 교실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노력들이 오히려 그나마 가지고 있던 그들의 생명력을 앗아가 버릴 수도 있다.
문제해결의 해법은 자신이 가져
모든 문제의 본질은 자신 안에 있다. 강점도 그렇고 약점도 그렇다. 그래서 문제의 해결점을 농산어촌이 가지는 장점에서 찾아야 한다. 농산어촌교육이 가지는 강점은 두말할 나위 없이 인성교육과 감성교육의 측면이다. 따라서 농산어촌 학교들은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좋은 학습 소재를 찾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장점을 교육과정에 접목할 때 그 학교의 교육과정은 강해지며 다른 사람들까지도 끌어들이는 흡입력을 가지게 된다.
교실의 핵은 수업이고 학생이 스스로 주인이 되어 교사가 제공하는 좋은 수업에 흥미를 느낄 때 그 수업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어떤 이는 농산어촌 학교들의 교육환경이 전에 비해 참 좋아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우리가 구축한 각종 농산어촌교육 활성화를 위해 각종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여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구안하여 적용해야 할 것이다.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교육추구
농산어촌교육을 위한 여러 가지 교육프로그램들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특히 도농교환학교를 제안한다. 도농교환학교는 농산어촌의 강점을 교육과정 속에 접목하여 좋은 교육성과를 내고 있는 시골학교에 도시의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와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시골을 배우며 감성을 키우는 교육이다. 물론 농산어촌 학생들에게는 외부의 에너지를 느끼게 하고 여기에서 생기는 갈등들을 유의미하게 해결해 나가는 학습을 하게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하여 도시의 학생들에게는 마음의 고향이 만들어질 것이며 이들이 서로의 문제를 인식하고 삶의 동반자가 되게 함으로써 도시와 농촌의 상생의 원리를 찾는 교육이라는 점에 큰 시사점이 있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시골을 드러내고 냄새를 나게 해야 한다. 그동안 도외시 했던 시골 냄새가 이제 매력적인 교육과정의 한 소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차고도 넘쳐 오히려 베푸는 교육
주5일제가 정착되어 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 컨텐츠를 찾아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이제는 풍성한 시골 인심으로 그들에게 베풀어야 한다. 고향의 어머니 품으로 돌아오듯 주말이면 농산어촌학교들이 준비한 교육 프로그램 속으로 도시 아이들을 불러 모아야 한다. 도농교환학교에서 축적한 교육 인프라를 활용하여 서로가 행복한 주말 학당을 여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산골주말학당이라고 이름 짓는다면 더욱 근사하지 않을까?
농산어촌학교들이 이렇듯 명쾌한 대안을 가지고 그들의 위치를 찾아가고 오히려 베푸는 위치에 있는데 누가 이들 학교를 없애자고 앞장서겠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아마 농산어촌 학교들에게 더 지원하고 쾌적한 교육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예산 지원을 아끼지 않으리라고 본다. 그리고 도시에 편중된 영어마을과 같은 외국어 교육시설 유치도 그리 힘들지 않게 실현될 수 있다.
/최규호(전라북도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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