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위기 극복 쌍용차 전주영업소 직원들 "더 열심히 뛰어야죠"
쌍용자동차 공장이 정상화되고 나서 11일 다시 찾은 전주중앙영업소. 지난 8월4일 취재 당시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문의 전화 한통이 없고 전시차 1대 만 덩그러니 영업소를 지키고 있던 2개월 전 풍경과는 크게 대조적이었다. 먼저 체어맨, 액티언 등 전시차로 가득 찬 영업소를 지키는 당직자는 차를 구매하러 온 손님과 상담을 진행하느라 바빴고, 전화 벨 소리는 쉴새없이 울렸다.
영업소 관리 책임자인 박동렬 소장(47)은 지난 넉달 동안 중3인 쌍둥이 아들·딸에게 용돈도 제대로 못 주고 학원도 끊어야 했다. 박 소장은 "집에서도 사무실에서도 긴축 재정을 하느라 형광등 조차 제대로 못 켰었습니다"며 "자동차를 판매해야 먹고 사는 영업소인데 사람 왕래가 없었으니, 참으로 괴로웠죠. 겉으로 드러내지 못했지만 말 못할 고통이 많은 시간이었습니다"라며 당시를 회고 했다.
그는 "아직 신바람까지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야 비로소 일할 맛이 납니다"라며 "직원들도 이제 불안감을 떨치고 더욱 활기차게 활동하는 것을 보면 하루 하루가 즐겁다"며 한층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이 영업소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박 소장을 비롯해 모두 9명으로 쌍용차 사태 이전과 같다. 9명의 가장이 다시 희망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판매 대수가 쌍용차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지난달에는 모두 30대를 판매해 목표를 166% 달성했다. 가장 짧은 게 10년, 보통 15~20년 경력의 영업 베테랑들 답게 위기를 잘 넘긴 셈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주위의 시선이 바뀌어 반갑다.
박 소장은 "저희를 믿고 찾아주는 고객분들이 참으로 고맙습니다. 아직도 주위에서는 일부 정상화에 대해 반신반의하지만 이젠 가족과 지인에게 떳떳합니다"라며 "그동안 직원 대부분 집에서 숨죽이고 살았습니다. 집에서도 사정은 이해하지만 가장으로서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인 만큼 가사일 등을 좀더 열심히 했습니다"라고 소회를 털어놨다.
쌍용자동차는 지난 8월29일부터 제품이 정상 출고됐지만 영업 정상화는 지난 9월에야 이뤄졌다. 이들은 다시 찾아온 기회를 잃지 않기 위해 여느 영업소보다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평일에는 오전 7시50분에 출근해서 아침마다 해금장 사거리에서 판촉 활동을 벌인다. 저녁에는 2팀이 돌아가면서 아파트 단지에서 홍보활동을 펼친다. 이들이 판매하는 차는 보통 2000만원이 넘는 고가이다보니 주말에는 골프 연습장을 찾아 판촉물을 나눠주며 시승 체험행사도 실시한다.
일부 직원은 이번 위기를 겪은 뒤 매너리즘을 떨쳐내는 계기가 됐다고 귀띔했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시작하면서 좀더 열심히 뛰고, 또 좀더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공부하고 연구하는 등 소중한 기회가 됐다는 것.
열정으로 뛰는 이들의 사기를 꺾는 소식에는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이날 쌍용자동차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중앙통제장치(HCU)의 소스코드가 중국 상하이자동차로 유출된 사건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박정관씨(45)는 "지난 7일 해외채권단이 회생계획안을 부결, 다음달 11일 다시 결정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씁쓸한 일"이라면서 "다소 어려운 상황인 것을 사실이지만, 쌍용차의 품질과 가치를 소중히 알고 찾아주시는 고객님들이 있기에 더욱 힘을 내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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