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부족 등으로 태릉선수촌 입성 못하고 열악한 여건서 훈련
"배구는 단체 종목이라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는 것과 밖에서 담금질하는 것은 천양지차입니다. 오는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대회 3연패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큰 걱정입니다"배구 남자대표팀의 사령탑인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오는 18일 대표 선수 소집을 앞두고 냉가슴을 앓고 있다.
예전 같으면 태릉선수촌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 게임 종목으로 대우를 받으며 훈련할 수 있었지만 여러 사정 탓에 촌외 훈련으로 다음 달 1일부터 이란 테헤란에서 치러질 제2회 아시안컵(AVC컵)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일단 오는 18일 오후 9시 수원 캐슬호텔에 모이고 용인시 보정동에 있는 삼성트레이닝센터(STC)를 오가며 훈련해야 한다. 차량으로 1시간 거리여서 도로 위에서 두 시간 이상을 허비해야 하고 삼성화재 선수들과 좁은 공간에서 몸을 비비며 담금질해야 한다. 촌외 훈련이고 날씨가 더워져 선수들의 식사 해결과 건강관리도 골칫거리다.
그보다 더 큰 걱정거리는 훈련 시간량 확보와 선수들의 멘탈 관리다.
훈련장 이동 과정에서 시간 낭비는 물론 선수들의 피로도가 높아져 선수촌보다 훈련의 효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 특히 촌외훈련이 '찬밥 신세'로 여겨져 태극마크를 단 대표 선수들의 자긍심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한배구협회 관계자도 "선배들은 그동안 선수촌에서 훈련해왔는데 낯선 촌외훈련으로 어린 선수들의 동기 부여가 어렵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 메달 사냥 목표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호소했다.
남자 대표팀이 태릉선수촌에 입성하지 못하는 건 표면적으로는 선수들이 묵을 선수촌 내 기숙사 방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400여명을 수용하는 선수촌에는 현재 13개 종목 352명이 훈련하고 있다. 방이 남아 있지만 다른 종목 선수들이 들락거려 남자 배구에 배정할 방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박삼용 감독이 지휘하는 여자배구 대표팀은 여자핸드볼 선수들이 촌외 훈련을 하는 바람에 가까스로 18일 오후 4시 태릉선수촌에 입촌하기로 했다.
남자배구 대표팀은 AVC컵이 끝난 후에도 걱정이다. 지난해 9월 체육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박철우 구타사건' 여파가 사라지지 않아서다.
당시 대표팀의 주축이었던 '왼손 거포' 박철우(삼성화재)는 태릉선수촌 안에서 이상열 전 코치로부터 구타를 당했다고 폭로했고 체육회는 이 코치를 고발하고 선수촌에서 퇴출하는 강경 조치를 취했다.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켰던 남자배구는 '괘씸죄'에 걸려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체육회 관계자는 "당시 사건의 파문이 너무 컸기 때문에 올해까지는 남자배구 대표팀을 선수촌에 들이지 않는다는 게 기본적인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남자배구의 우승을 이끌었던 신치용 감독은 비상이 걸렸다.
AVC컵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광저우 아시안게임 직전에도 선수촌에서 훈련하지 못한다면 대회 3연패 꿈은 사실상 물 건너가기 때문이다.
신치용 감독은 "배구는 개인 종목과 달라 촌외 훈련으로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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