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측 외부 업체에 컨설팅 의뢰 최근 중간 발표
원광대학교(총장 정세현)가 현 14개 단과대학을 11개로 줄이는 구조조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통폐합 대상 단과대학 교수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정세현 총장은 지난해 12월 취임 당시 "구조조정 문제로 부딪힐 일이 많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원광대는 10여년 전 송천은 전 총장 재임 시절 외부 컨설팅 업체에 수억 원을 주고 구조조정을 추진하려다 구성원들의 반발과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는 재단의 판단 하에 덮은 적이 있다.
23일 원광대에 따르면, 이 대학은 지난 4월 '액센추어(Accenture)'라는 외부 업체에 대학 구조조정 등 경영 컨설팅 용역을 맡겼고, 지난 8일 이 대학 숭산기념관 3층 대회의실에서 중간 발표회를 열었다.
이날 '액센추어'가 내놓은 구조조정안은 현재 14개 단과대학 가운데 의과대학·한의과대학·치과대학·약학대학을 제외한 10개 단과대학을 7개(경영대학·인문사회대학·이공대학·생명과학대학·디자인대학·사범대학·교양대학)로 통폐합하는 게 골자.
가령, 교학대학과 인문대학, 사회과학대학의 일부 학과를 없애고, 여기서 남은 학과와 경상대학의 경제학부, 그리고 경찰행정학부와 소방행정학부가 인문사회대학을 구성하는 식이다.
특히, 인문대학의 경우 '지각 변동' 폭이 크다. 국어국문학과와 문예창작학과가 '한국문학과'로 통합되고, 사학과와 고고·미술사학과는 사범대학의 역사교육과와 '역사학과'로 통합된다. 유럽문화학부(프랑스·독일)는 '유럽지역학과'로 통합되고, 중어중문학과는 '중국지역학과'로 바뀐다. 예술학부(국악·음악·무용학 전공)와 철학과는 아예 인문대학을 떠나 교양대학으로 간다.
인문대학 교수진은 단과대학 중 처음으로 16일 대학 내부 통신망에 '인문대학 구조조정 관련 교수진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올려 "이번 구조조정안의 전면 철회를 요구하며, 이것이 관철되지 않을 시 지속적인 투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구조조정안에 대해 △학과 통폐합 위주의 구조조정만이 학교 경쟁력 향상을 위한 해결책이 아니고 △구성원들과의 소통이 전제되지 않은 경영 컨설팅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지방대학 컨설팅 경험이 없는 '액센추어'는 자격 미달이며 △구조조정 기준(평가지표)에 오류와 모순이 있고 △종립학교 특성상 사업 실패 시 책임질 주체가 없으며 △학문 단위 구성이 짜깁기식이고 △컨설팅 초점을 재정적인 면에만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진병 기획조정처장은 "(대학) 외부 여건이 안 좋고, 학생 수도 3, 4년 후면 줄어들기 때문에 현재 상태로는 학교를 운영하기 용이하지 않다는 판단 아래 학생 유치와 학교 발전을 위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게 됐다"며 "다음달 7일 컨설팅 업체로부터 최종 보고서를 납품받으면 이 결과물을 가지고 2학기 내내 교내 학생들과 교수, (학교)법인 등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광대는 이번 경영 컨설팅 사업비로 총 4억 원을 책정했으며, '액센추어' 직원 10여 명은 지난 6월 초부터 대학본부 4층에 임시 사무실을 마련, 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원광대 교수협의회와 대학평의회는 25일 공청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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