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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발자취를

▲ 차동희

오랫동안 나의 염원이었던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나서는 일을 70대 중반의 나이에 해냈다태어 난지 3개월 만에 사별(死別)한 이후, 한 많은 인생살이를 잠시 뒤돌아보면서 아버지의 유해(遺骸)가 묻혀있는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서 장춘(長春)행 비행기를 탔다.

 

아버지께서는 한약방을 운영하시는 부친 덕분에 부안군에 있는 조그만 시골 마을에 살면서, 부안초등학교 1회 졸업생이 되셨다고 한다.그 후에 전주 사범학교를 졸업하시고, 일본에 가시어 대학에 다니시다가, 학비 부담 때문에 중퇴하고 귀국 하신 후, 전남 보성군에 있는 웅치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시다가 만주로 가셨다.

 

1939년도에 길림성에 있는 대삼가자란 곳에 협화소학교 교장으로 재직하시다가 그 곳에서 유행했던 전염병에 걸려 10여일간 앓으시다가 이 세상을 떠나셨다.

 

어머니께서는 한국에 계시는 조부님 댁으로 전보를 쳤고, 그날은 바로 할머니 환갑날이어서 온 가족이 모여서 만주에 있는 아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사망전보가 날아 왔을 때, 할머님의 충격이 얼마나 크셨을까!조부님은 아들의 사망소식을 믿지 않으려 하시면서, 위급환자용 한약을 처방하여, 숙부에게 빨리 가지고 가서 형에게 먹이라 하시고, 이 살아있을 것이라 믿고 싶었던 동생은 형의 모습을 보고 약봉지를 내던지면서 통곡하셨다고 한다.

 

숙부님은 자신의 손으로 바로 학교 옆에 있는 백양나무 아래에 묘소를 만들고 비석까지 세웠으니, 언제라도 찾기 쉬울 것이라고 말씀하셨지만,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에 학교도 없어지고, 주소도 바뀌어서 묘소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은 매우 희박했다.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서 1년간 중국어 공부를 했다.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그 지역에 있는 중국인 소학교 교장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정보를 확인해냈다. 그 곳은 1945년 8.15 해방 이후,학교는 폐쇄되고, 조선족은 모두 타지역으로 이동했으며, 중국인들이 살고 있었다.

 

1950년도에 6.25를 겪었던 우리 세대는 중국인이 퍽 두렵고 무서운 생각이 드는데,그 분들은 격의없이 대해 주었고,처음 보는 낯선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서 진한 감동을 느꼈다.

 

최근 들어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몇 번 만나면서 친구관계처럼 잘 지내게 되면서 용기를 내어 중국행을 결심했는데, 좀 더 일찍 찾아가 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럼에도 그곳 중국인 학교인 제2중심소학의 교장, 부교장, 다른 선생님들까지 앞장서서 도와준 덕분에 협화소학이 있었던 터와 묘소자리까지 확인 할 수 있었던 것은 기적이었다. 그 지역에서 오래 살았던 80대의 조선족 할머니와 90대의 중국인 할아버지의 생생한 증언과 선생님들의 안내로 현장을 확인하는 순간, 가슴이 찡- 해지고 눈물이 핑- 돌았다.

 

학교 터에는 중국인 집이 있었고, 운동장은 모두 옥수수 밭이 되었으며, 밭에서 일하는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백양나무 아래 묘소 자리에는 20여년 전까지도 몇기의 묘가 있었으나, 모두 무연고 묘라 관리하지 않으니, 스스로 무너져 내려서 밭이 되었고, 아직도 밭을 파면 뼈들이 나온다고 했다.

 

아버지 유해를 찾으려면 밭을 파해치고, 나오는 뼈들을 DNA 검사를 한다면 하나라도 찾을 수 있겠지만,그곳에서 흙을 한줌 떠오는 것으로 위로를 삼으면서 떠나 올 수밖에 없었다. 너무 늦게 찾아간 것에 대하여 아버지께 용서를 빌면서, 천국에서 꼭 만나 뵐 수 있기를 기도한다.

 

△수필가 차동희 씨는 여성정책연구원과 원광대에서 여성학 강사를 지냈다. 현재 부안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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