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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톰에게

▲ 전하연

“와~ 눈 온다!”

 

누군가 외치자 공부에 열중하던 너와 친구들은 함성 소리와 함께 우르르 창가로 몰려들었지. 12월 첫날부터 쉬지 않고 내린 눈 세상에서 너희들은 마치 강아지들 같구나. 머지않아 겨울방학이니 사랑스런 너희들과 함께할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3월 첫날, 맨 뒷자리에서 과묵하게 앉아있는 아톰 너의 모습은 선생님을 긴장시켰단다. 초등학교 2학년이 아닌 5학년이나 6학년처럼 보였거든. 철부지 개구쟁이들 속에서 넌 항상 차분하고 의젓했어. 친구들도 그런 너를 알아보고 맨 처음 반장으로 뽑아주었고….

 

우리 반은 선생님과 같이 개성에 따라 친구들 별명을 한 명 한 명 지어주고 있지? 동작이 느리면서 책 읽기를 좋아하는 친구에겐 ‘책먹는 달팽이’, 호기심 많고 여기 저기 참견도 잘 하는 친구에게는 ‘호기심 꽃게’, 선생님 말을 자꾸 따라하는 친구에게는 ‘해커 앵무새’, 이밖에도 무지개물고기, 여왕잠자리, 비보이, 공작새…, 여기엔 네 별명 ‘아톰’도 들어 있지.

 

언제나 차림새 깔끔한 네가 하루는 머리카락을 가운데로 모아 세운 새로운 스타일로 등교를 했더구나. 그 모습이 멋지기도 했지만 처음 본 순간 선생님은 문득 너 만 할 때 본 인기 만화 주인공 ‘아톰’이 떠올랐단다. 아톰의 머리 모양이 너랑 비슷했거든. 그래서 네 별명을 아톰이라 부르자고 한 거야.

 

처음에 너는 이 별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단다. 넌 운동선수가 꿈이니까 그와 관련된 별명을 갖고 싶었던 거겠지. 운동이라면 뭐든지 잘 하는 너는 꿈도 자주 바뀌었어. 맨 처음 축구선수였다가 농구선수로 수영선수로…, 이제는 네트 너머로 강스파이크를 날리는 한국전력의 전광인 같은 배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하는구나.

 

운동을 좋아하는 성격답게 언제나 학교생활이 즐거운 아톰! 학급의 궂은일이나 힘이 필요한 일도 앞장서서 하는 한결같고 듬직한 너! 한번은 아톰 네가 어떤 고학년 형의 부당한 행동에 맞서 대결까지 마다않는 배짱도 보여주었지. 이제야 말이지만 두 사람을 불러 화해를 시키면서도 선생님은 속으로 너의 용감함에 크게 박수를 보냈단다.

 

지난달에는 친구들이 꺼려하는 한 전학생을 껴안아 스스로 짝꿍이 되어 도와주던, 어른들도 하지 못할 대범한 포용력이 반 친구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지. 그때 선생님은 네가 운동선수도 좋지만, 우리나라와 인류를 위해 보다 더 큰일을 해도 좋을 큰 그릇이라는 생각을 했단다.

 

언젠가 책에서 읽었다며 ‘나비 효과’가 무슨 뜻이냐고 물은 적이 있지? 또래들에 비해 어른스럽다 하더라도 아직 초등학교 2학년 밖에 되지 않는 네가 그런 큰 질문까지 하여 선생님은 깜짝 놀랐단다. 다시 말하지만 나비 효과란 지금 네가 하는 멋진 작은 행동들이 주변에 영향을 미치고, 마침내는 온 지구에 태풍처럼 큰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해.

 

아톰아! 만화의 주인공 아톰은 로봇이지만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있고, 인류의 평화를 위해 싸우는 일곱 가지 초능력도 가지고 있단다. 〈우주소년 아톰〉은 미래 사회에도 사랑, 우정, 용기, 헌신과 같은 인간적이고 기본적인 가치만이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거지. 이제 네 별명이 얼마나 뜻이 깊고 너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알겠지?

 

아톰 지민아, 내년에도 네가 우리 반이 된다면 선생님도 얼마나 좋을까. 같은 반이 되지 못하더라도 선생님은 항상 너의 멋진 성장을 위해 기도하고 응원할게.

 

내일 아침도 눈을 뜨면 너와 친구들이 그렇게도 바라는 함박눈이 소복소복 쌓여 있으면 좋겠구나!

 

△수필가 전하연(본명 전현자) 씨는 1995년 〈창작수필〉로 등단. 수필집 〈신新 포석정 놀이〉 〈섬진강 찔레꽃〉과, 교단일기〈칠판에 시를 적을 때〉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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