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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를 끼고 달리면 편하다

▲ 조윤수

아이와 함께 낙원촌 캠프에 가는 날이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그날은 유난히 길이 막혀 시간이 촉박해져서 마음도 약간은 조급했다. 기차역 앞에 당도하니 정말 몇 분이 안 남았다. 우리는 둘이 손을 잡고 달렸다. 플랫폼에 나오니 기차가 이미 도착해 있었다. 열차에 오를 때까지 우리는 손을 놓지 않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기차가 스르르 움직였다. 그 때서야 우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 차를 타느냐 마느냐에 따라서 인생의 방향을 달리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매일 길을 나서보면 언제나 많은 사림들이 어디론가 가고 있다. 무엇 하는 사람들이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두 바쁜 표정으로 누구보다 빨리 갈려고만 한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남보다 앞서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다. 그래서 길을 나서면 빨리 가는 길을 선택하려고 한다. 빨리 도착해야 할 그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 분명한 목적지가 있다손 치더라도 먼저 도착한 사람이 행복을 모두 차지하는 것일까.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뒤에 쳐져 있는데 혼자 외로이 달려서 잡은 결과가 행복일까.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되새겨지는 이야기가 있다. 내 인생의 지평을 더 넓게 펼쳐주었던 한 이야기를 생각한다.

 

햇살이 뜨거운 여름 길을 땀을 훔치면서, 몇 사람의 동행자가 역을 향해서 가고 있는 것을 상상해보자. 시간을 재촉하면서 걸으며 가끔 시계를 보는 사람도 있다. 앞으로 3분밖에 남지 않았어도 모두는 각별히 초조한 모습은 아니고 조금 보폭이 커지고 속도가 빨라진 정도였다. 드디어 역의 구내가 보이는 곳까지 왔을 때 ‘열차가 들어왔다.’고 외쳤다. 그때 누군가가 간발의 틈도 없이 ‘어깨를 끼고 달리자’라고 해서 함께 어깨를 끼고 달렸다.

 

우리들의 생활 속에서 차시간이 늦어질 때면 뛰는 일은 자주 있는 데 어깨를 끼고 달려본 적이 있는가. 도착해서 ‘어깨를 끼고 달리니 훨씬 편하고 빠르네요.’라고 했다. 나의 경험으로는 이런 때일수록 혼자 달린다. 같이 가다가는 발이 늦은 사람 때문에 손해를 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먼저 도착했다 해도, 나중에 오는 사람을 기다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이것이 우리들의 실생활 현실이다. 그런데 어깨를 끼고도 달리면 편하고 빠른 것 뿐 아니라 모든 것이 함께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우리 인류는 21세기를 어떻게 맞아들여 무엇을 향해 걸어갈 것인가. 지금까지 시대착오적인 잘못된 목적도 수단도 종지부를 찍고 이제 새로운 도정으로 나 보다는 우리의 목적을 위해 함께 어깨를 끼고 가자. 가정, 사회, 나라, 아니 온 인류가 모두 유일무이한 ‘행복의 열차’에 타야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모두가 어깨를 끼고 타는 것이다.

 

한 해의 마지막 날, 0시를 통과하면서 모두 새 단추를 끼지만 내 마음에 새 태양이 밝아오지 않는 한 새 날은 오지 않으리라.

 

그러나 ‘희망의 열차’는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 우리 철도 100년사에 크나큰 전환점이 된 초고속철도가 운행되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단 두 시간 반 만에 달릴 수 있게 되었지만 우리의 행복도 그렇게 빨리 실어다 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혼자 빨리 달려가다가 넘어져서 발 다치지 말고 누군가하고 사이좋게 팔짱이라도 끼고 걸으며 행복의 열차로 다가가자. 묵은 관념의 옷을 과감히 벗어 꽃피는 계절에 ‘행복의 열차’를 타러온 사람들과 ‘어깨를 끼고 달리자.

 

△조윤수씨는 〈수필괴 비평〉으로 등단했으며, 수필집 〈바람의 커튼〉 〈나도 샤갈처럼 미친 글을 쓰고 싶다〉 〈차마고도〉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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