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11 08:13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사회 chevron_right 사회일반
일반기사

[김영란법 시행 한달, 달라진 전북] 시범케이스 걸릴라…조심 또 조심

약속 피하고 식사는 구내식당서 해결 / 음식점·꽃집 등 매출 '뚝'…폐업 속출

지난달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됐다.

 

사회 전반에 우월적 지위의 병폐가 차츰 줄어들고, 국가 청렴도는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 모멘텀을 회복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상인의 매출 하락과 고유한 정(情) 문화의 탈락에 따른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은 여전히 많다. 전북대 김동근 법학전문대학원장은 “김영란법이 안정화 중이지만 아직 법의 취지를 못 살리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전북 신고 0건…‘영란이’어플 숙지”= 27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도내에 접수된 김영란법 관련 사건은 단 한 건도 없다. 전국(301건)과 달리 도내에서는 아직 사건 자체가 없다는 것이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북지방경찰청은 수사과 전 직원에게 스마트폰 크기인 ‘청탁금지법 수사메뉴얼’ 수첩을 전달했다. 사건 접수와 행위 유형 등 총 12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전주 덕진경찰서는 직원에게 ‘영란이’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도록 권장했다.

 

이 앱은 청탁금지 조항 확인부터 더치페이 계산기, 대상기관 조회, 김영란법 최신 소식, 일지 관리 등의 기능이 제공되는데,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덕진경찰서 관계자는 “시대를 반영한 법 개정에 따라 수사 기법도 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식당·꽃집…‘울상’= 전주시 모 초등학교는 교사들에게 “수업 집중을 위해 학생들에게 사탕 등의 제공을 금지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교원 평가의 주체에 학생도 포함됨에 따라 김영란법 적용 대상인 교사의 혹시 모를 불미스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한 교사는 “수업시간에 학부모들이 마련한 햄버거도 먹을 수 없는데, 법이 고유한 학교 문화마저도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은 일식집과 한우음식점 등 고급 음식점과 꽃집 매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일부 일식집과 한우음식점은 폐업한 곳도 나타나고 있다.

 

일식집의 경우 특히 전북도청 앞 서부신시가지 일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대부분의 업소가 “김영란법 시행 전과 비교해 매출이 50% 가까이 하락했다”고 전했다.

 

서부신시가지내 대부분의 한우전문점도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날 본보가 확인한 전주시내 꽃집 3곳은 김영란법 시행 전과 비교해 매출이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 가량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달간 구내식당에서 밥 먹었다”= 본보가 도내 14개 시·군 감사관실을 통해 집계한 ‘부정청탁 상담·신고센터 상담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최근까지 접수된 김영란법 관련 상담은 전북도청이 315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주(100건)와 김제(40건), 군산(34건)이 그 뒤를 이었다. 나머지 시군은 20~30건 등 비교적 상담 건수가 적었다.

 

상담 유형별로는 △퇴직 공무원 적용 여부 △지역 행사 협찬 △행사 뒤 식사 제공 △업무추진비 한도 등이었다.

 

그러나 도내 모든 감사 담당자들은 직무수행을 위해 김영란법이 정한 가액 범위 내의 비용 지출은 용인되고 있지만, 아직 법이 제대로 정착할 때까지는 조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중 임실군은 “지역 건설업자가 자기 아들의 결혼식에 축의금을 내준 공무원들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음료수를 제공해도 되느냐?”, 군산시는 “어린이집이 견학을 갔을 때 학부모들이 주는 도시락을 원장이 먹어도 되느냐?” 등의 상담이 접수됐다.

 

도내 한 감사관실 관계자는 “감사 직무를 맡다 보니 다른 부서 공무원들과 밥도 못먹는다”며 “한 달간 구내식당에서 같은 사무실 직원하고만 밥을 먹었고, 당분간은 더 그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남승현, 천경석 기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사회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