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경길 오르는 손자·자녀 배웅 떠들썩 / 연휴 기간 전북 오간 차량 120만여 대
“아들~ 끼니 거르지 말고, (용산)도착하면 연락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오전 10시께 전주역.
역사 안에 있는 분식 판매대에서 라면을 먹던 50대 아버지는 우동을 먹고 있는 20대 아들을 바라보며 “혼자라고 끼니 거르지 말고, 도착하면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설 명절 남은 반찬이 담긴 스티로폼 상자를 아들 손에 건넨 아버지는 배웅 직후 기자와 만나 “지난해 아들이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했다”며 “방학이지만, 아들이 서울에서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해 오래 있지 못하고 떠나보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쌀쌀한 날씨 탓에 전주역 대기실에 서로 옹기종기 모여 몸을 녹이던 귀경객들은 10시 50분께 ‘11시 용산행 기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들리자 일제히 일어나 탑승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대기실은 이내 떠들썩해졌다.
전주에서 명절을 보낸 뒤 서울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10대 자녀 2명과 함께 전주역에 도착한 40대 외국인 여성은 기차에 오르기 직전 “큰일 났다”며 허둥댔다. 매표소에서 용산행 기차표를 끊었는데 자신의 손에는 여수행 기차표가 들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매표 과정에서 행선지에 대한 소통이 제대로 안돼 생긴 일인듯 했다.
당황해하는 이들을 본 역무원의 도움으로 매표소로 달려간 이들 가족은 낮 12시 15분에 출발하는 용산행 무궁화 열차표로 교환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양손에 고향의 정을 가득 담은 귀성객들이 역과 터미널, 전주IC 등을 통해 귀경하며 민족 대명절 설날 이후의 일상이 또다시 시작됐다.
개인마다 짧으면서도 긴 연휴를 묻고 31일부터 시작될 일상을 위해 누군가는 서울로 떠나고, 누군가는 전주로 복귀하는 풍경이 하루종일 이어졌다.
수도권의 한 체육대학에 재학 중인 아들에게 “아프지말고 훈련 잘 받아”라고 배웅하는 부모, 딸이 떠나는 모습을 스마트폰을 들어 영상으로 촬영하는 아버지, 기차에 몸을 실은 자녀와 손자녀를 향해 유리창 너머로 손을 흔드는 할아버지, 명절 내 휴가를 보내다 자대 복귀를 앞둔 비장한 표정의 군인 장교.
이들은 설 명절 고향에서 맞은 따뜻한 정을 가슴에 새긴채 각자의 부푼 꿈을 안고 내일을 위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한편 전주역과 한국도로공사 전북본부에 따르면 설 명절 연휴 기간인 지난 27일부터 3일간 2만9970명(승차 1만5162명·하차 1만4808명)이 전주역을 방문했고, 지난 26일부터 30일 정오까지 차량 약 120만9000대(귀경 59만9000대·귀성 61만대)가 전북을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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