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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가기 전에 편지를

▲ 정성려
까악! 까악! 집 앞, 전봇대 꼭대기에 까치가 앉아 목청을 높여 울어댄다. 반가운 손님이 올 거라는 기별을 내게 하는 것일까? 예로부터 어른들은 까치가 집 앞에서 울면 손님이 온다는 말을 했었다. 사춘기를 넘어선 소녀 시절, 매일 집배원 아저씨가 올 시간이면 편지를 기다리는 낙으로 지냈던 그때가 어렴풋이 스쳐간다. 그때도 뒤란의 높은 오동나무 위에 까치가 앉아 울면 기다리던 반가운 소식의 편지가 왔었다.

 

나는 편지 쓰기를 좋아했었다. 그때 라디오는 유일한 내 친구였다. 내가 가는 곳에는 항상 라디오가 따라 다녔다. 그 시절 내가 즐겨듣고 좋아했던 프로는 “여성 시대와 밤을 잊은 그대에게” 이었다. 애청자들이 보내준 편지로 엮어가는 프로였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와 사이사이에 들려주는 애청자들의 편지 사연을 들으며 감동하고 공감해 나도 편지를 자주 보냈었다. 내 편지는 언제쯤 나올까 기다리며 초조한 마음으로 편지를 쓰고, 또 쓰곤 했었다. 그러다가 내가 보낸 편지가 채택되어 방송을 타고 흘러나오면 어찌나 반갑고 좋았던지….

 

그때 편지를 썼던 것이 글쓰기의 시작이었고 작가가 되는 길의 연습이었던 것 같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느린 손편지는 사람들에게서 차츰 멀어져 가고 있다. 컴퓨터의 e-메일, 핸드폰의 카톡과 문자가 초고속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편지를 대신하며 바쁜 일상에 손편지는 관심에서 벗어나고 있다. 사회가 발달함으로써 좋은 점은 많지만, 그로 인해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 사랑과 인정이 메말라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대화가 단절되고 가족들과도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핵가족화로 변해가면서부터 외식문화가 발달하여 가족이나 친지들과 외식을 많이 하게 되었다. 요즘 어른과 아이들을 막론하고 휴대폰이 없는 사람이 없이 누구에게나 필수품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음식을 주문해 놓고 각자 핸드폰을 바라보며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스한 햇볕이 정겹던 봄, 초등학교 4학년 교실에서 전북 우정청에서 지원하는 편지강좌가 있었다. 소란스럽던 아이들이 나누어준 편지지를 받아들고 조용해졌다. 행여 짝꿍이 볼세라 손으로 가리고 진지하게 속마음을 써 내려가는 모습은 참으로 예뻤다. 상상외로 어린아이들 마음에 깊은 생각들이 있었고 부모님을 생각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존경하는 마음이 어른 못지않았다. 정답이 없는 편지에서 잘 쓴 편지를 고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우수작을 선별해야 했기에 편지 쓰는 형식에 맞게 쓰고, 전하고 싶은 말을 진솔하게 잘 쓴 편지를 뽑았다. 손녀가 할머니께 쓴 편지였다. 편지를 쓴 학생에게 낭독할 기회를 주었다. 편지를 읽으며 할머니에 대한 고마움이 감동으로 북받쳤는지 편지를 읽다 말고 닭똥 같은 눈물을 떨어뜨리며 엉엉 소리 내어 울고 있었다. 이것이 가족의 사랑이고 소통일 것이다.

 

올여름은 무척이나 무덥고 지루했다. 물러나지 않을 것 같던 무더운 여름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뒷걸음을 쳤다, 서늘해서 가을인가 싶었는데 조석으로는 싸늘하고 차가운 공기가 옷깃을 여미게 한다. 가을은 풍성한 계절이면서도 왠지 보내는 느낌으로 다가와 아쉬움이 많은 계절이기도 하다. 마침 전북지방 우정청에서 ‘2017 전북 ON고을 100만 편지쓰기’ 가을 프로그램인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릴레이 편지쓰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좋은 계절,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사연을 담아 그리운 사람, 고마운 사람에게 안부나 겉으로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예쁘게 편지로 한 번 써보는 것은 어떨까?

 

△정성려 수필가는 <대한문학> 을 통해 등단했다. 수필집 <엄마는 거짓말쟁이> , <커피와 숭늉> 을 출간했다. (사)한국편지가족 전북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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